교대 근무자·간호사와 비슷한 '수면 부족'에 환경적 요인 탓 피로도 높아
  • 육군 병사의 피로도가 만성 C형간염 환자와 비슷해 극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 육군 병사의 피로도가 만성 C형간염 환자와 비슷해 극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여성단체와 좌익 성향 단체들이 자주 하는 말 가운데 "누구나 가는 군대, 뭐가 힘드냐"는 게 있다. 하지만 이들의 '말'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으며, 군대 생활이 어느 정도 힘든지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일 최스미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와 홍은지 국군 간호사관학교 교수 연구팀은 수도권 소재 4개 육군 병사 300명 병사의 피로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육군 병사들의 피로도는 3.72(±1.05)점으로 만성 C형간염 환자 3.8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피로도 설문은 FSS(Fatigue Severity Scale, 자가 진단 피로도 테스트) 방식으로 평가됐다. FSS는 국내외 연구에서 환자의 피로도 측정을 위한 지표로 이용된다. 피로도가 가장 높으면 7점, 가장 낮으면 1점이다.

    육군 병사들은 '새벽 근무'를 가장 피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았다고 한다. 실제 2번 이상의 교대 근무에 투입되는 병사의 평균 피로도는 3.89로 한 가지 근무를 맡은 병사의 피로도인 3.57보다 높았다.

    내무반의 좁은 개인 공간도 피로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육군 병사들 가운데 구형 막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옆 사람이 옷을 갈아입거나 코를 심하게 골 경우에는 수면을 방해받아 피로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병사들의 평균 수면시간도 복무 규정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병사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7.08시간으로 군 일과표 규정 시간인 8시간보다 낮았다. 이는 수면 시간이 부족한 직종으로 알려진 교대근무 간호사(6.9시간), 공기업 교대 근무자(7시간)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 관계자는 "설문 대상자의 평균 나이가 22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병사들의 피로도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병사들의 피로감은 전투력의 비전투 손실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들이 만성피로 환자가 되지 않도록 (군 당국의) 피로에 대한 감별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 관계자는 "제한된 병력으로 부대를 운영하다 보니, 병사 대부분이 2번 이상의 교대근무를 하는 만큼 충분한 휴식과 적정 수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