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의장직 사수해야"… 캐스팅보트 朴, 어느당에 '국회의장' 밀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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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가 20대 국회 원(院) 구성 및 차기 국회의장직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야 모두, 입법부 수장인 의장직을 가져올 경우 상임위원장 등을 뽑는 원 구성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되지만, 의장직을 잃을 경우 주요 상임위원장직이라도 반드시 확보해야는 공통된 입장에 놓여 있어서다. 

    국회의장직을 내줄 경우 주요 핵심 상임위원장직은 반드시 가져오겠다는 여야의 절박함도 엿보인다. 

    국회의장은 장관급인 국회사무총장, 예산정책처장, 입법조사처장 등에 대한 임명권은 물론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회 등 국회 의사일정을 결정하는 최종 권한을 갖고 있다. 의장직 사수 혹은 탈환을 놓고 여야가 양보할 수 없는 기싸움을 펼치는 이유다.

    특히 집권여당의 입장에서는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다. 국회의장 자리를 내줄 경우 정부 추진의 주요 핵심법안 처리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국회의장직을 사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혹여 국회의장직이 야당에 넘어간다면, 집권여당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게 된다"며 "'식물국회'-식물정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제1당인 우리가 맡아야 한다"며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주요 상임위원장직과 의장직을 연계해 협상에 나설가능성이 엿보인다. 이 과정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의 '장사꾼 정치'가 얼마나 효과를 볼지가 관심사다.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자 검찰기관을 감독하는 법제사법위원회 등 알짜배기 위원장직 확보를 놓고도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야당 법사위원장이 번번이 법안 심사의 발목을 잡았다는 점에서 의장직을 내줄 경우 반드시 법사위원장직이라도 가져와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또 새누리당은 그동안 국정 운영에 필수적이거나 국가 외교안보와 직결 운영위와 정보위, 국방위·외교통상통일위, 기획재정위 등도 쉽게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는 16개 상임위와 2개의 특별위원회 가운데 새누리당이 10개, 더불어민주당이 8개씩 위원장을 나눠서 맡아왔지만, 3당 체제인 
    20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각각 8개씩 맡고 국민의당이 2개를 가져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나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나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는 20대 국호 원 구성과 관련해 국회 상임위원회 분할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상임위별로 위원이 16명에서 30명까지 있다. 30명 상임위는 너무 크기 때문에 조정해야 한다"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등을 지목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20대 국회 원 구성에서 국회 상임위 분할 및 재조정을 두고 공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상임위를 늘려 두 야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먹는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당이 법사위원장직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국회의장직을 원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밀어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 9단'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결코 그런 악수는 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잖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3당 체제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지금의 상황이 가장 이상적이다"며 "더민주가 국회의장직을 맡는 것보다는 새누리당이 가져가는 게 그런 상황을 더 자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당의 중진의원도 "집권당이 국회의장을 못하면 정부여당이 수세에 빠지고 여야의 균형도 완전히 깨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이 더민주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