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 야권서 입지 잃어…10년 만의 복귀 가능" 일부 긍정론도
  • ▲ 새누리당 일각에서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으로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를 거론해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옛 한나라당 시절 박근혜 당시 당대표와 함께 공개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일각에서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으로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를 거론해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옛 한나라당 시절 박근혜 당시 당대표와 함께 공개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마침내 쏘아지는가. 4·13 총선 참패로 당 체제 정비에 분주한 새누리당 일각에서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해 파장이 예상된다.

    2012년 대선에서 현 여권에 있던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상돈 전 정치쇄신특별위원이 각각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이동했고, 반대로 현 야권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은 새누리당으로 이동한 가운데 '손학규 비상대책위원장' 카드가 현실화되면 '여야 경계 허물기'의 종결이자, 대규모 정계 개편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 강서을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5일 교통방송라디오 〈태민토크〉에 출연해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체제를 갖춰야 할 부분이 비대위"라며 "필요하다면 손학규 전 대표를 모실 수 있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아울러 "손학규 대표를 꼭 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 새누리당도 그 정도로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체질 변화를 가져가야 된다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에 함께 출연해 있던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경악해 "손학규 대표는 우리 당의 최고 어른인데 아무리 급하다고 어떻게 손학규 대표를 거론하느냐"며 "김성태 의원이 어젯밤 술이 좀 과했던 것 같다"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김성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도 우리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키는데 역할을 한 분"이라며 "지금은 그런 (여야의) 벽이 다 허물어졌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더민주 손학규 전 대표는 본래 정계 입문 자체는 현 여권에서 했다. 지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발탁으로 민자당에 입당한 손학규 전 대표는 '대통령이 불렀다, 개혁 위해 나섰다'는 슬로건으로 이 해 치러진 경기도 광명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이후 현 여권에서 3선 의원과 경기도지사까지 지낸 손학규 전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했으나, 이명박~박근혜 양강 구도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때마침 당시 집권여당이던 열우당이 붕괴되자, 65학번 동기 김근태 전 열우당 의장이 그에게 손짓했다.

    결국 손학규 전 대표는 2008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에 함께 했으나 막상 합류하자 친노·86그룹으로부터 '출신'을 이유로 집중 난타를 당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이후로도 손학규 전 대표는 당이 위급할 때마다 몇 번 부름을 받았으나 그 때마다 친노·친문패권계파에 의해 잠시 이용당하고 용도폐기당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친노·친문패권주의 세력에 의해 서울 종로, 경기 분당을, 경기 수원병 등 사지(死地)에만 집중적으로 출마를 강권당한 끝에 지난 2014년 7·30 재보선 이후로 잠정적으로 정계를 떠나 현재는 전남 강진에 은거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손학규 전 대표를 향해 근 10년 만에 원래 고향인 현 여권에서 러브콜이 던져진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4·13 총선에서 두 야당 중 어느 한 당이 농사를 망쳤어야 손학규 대표가 수습을 명분으로 복귀했을텐데, 두 당이 동시에 승리하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펼쳐지면서 입지가 없어졌다"며 "더민주는 문재인, 국민의당은 안철수로 대권 주자가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에서 정치적 활로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본래 당의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 다음이 손학규 대표였는데, 사필귀정의 격으로 순서가 돌아온 셈"이라며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리버럴한 슬로건 자체도 친문·운동권 정당인 더민주보다 새누리당에 더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에 머물면서 여권 물을 빼는데 10년 가까이 걸렸는데 새삼 다시 여권으로 가겠느냐"며 "문재인 전 대표나 안철수 대표 둘 중 한 명이 낙마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정국을 관망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백번 양보해 '손학규 비대위원장' 카드를 맞춰본다 해도 그러려면 전당대회까지 한두 달만 당을 맡는 '관리형 비대위'가 아니라, 당 혁신의 전권을 부여하는 '혁신형 비대위'가 구성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20대 당선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친박계가 혁신형 비대위를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손학규 비대위원장' 카드는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