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견제에 제동, '운동권 문화 청산' 목소리도 안먹힌 셈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 그는 범주류이자 86 운동권으로 분류된다. 김종인 대표와 다소 거리가 있는 위치에 서 있는 셈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 그는 범주류이자 86 운동권으로 분류된다. 김종인 대표와 다소 거리가 있는 위치에 서 있는 셈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 4일 우상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운동권 문화 청산'을 주장하며 더민주에 들어온 김종인 대표의 짝으로 86운동권 출신으로 범친노인 우상호 원내대표가 정해진 것이다.

    더민주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노진영과 운동권 그룹이 당내 주류임을 재확인했다. 경선 1차 투표 결과 우상호 후보가 38표, 우원식 후보는 40표를 얻었다. 다른 네 후보의 표를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의 표를 확보한 셈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비록 1차 투표에서는 우원식 후보보다 뒤처졌지만 2차 투표에서는 63:56으로 우위를 점하면서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는 범주류로 친노·운동권 그룹의 표를 우원식 의원과 양분하면서 결선 투표에 올랐고, 결선투표에서 우원식 후보보다 비주류의 선택을 더 많이 받은 것이 승리의 요인으로 풀이됐다.

    친노·운동권을 업은 우상호 의원이 등장에 김종인 대표는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경선 직후 신임 원내대표에 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호흡이 안 맞는 사람이 어딨나"라고 짧게 대답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 내 대표적인 비주류다. 그는 언론에서 '합리적 보수'라 불린다. 더민주 내에서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류된다.

    김종인 대표는 더민주에 영입될 당시 더민주 내에 만연한 '운동권 문화 청산'을 강하게 주장했다. 공천에서는 친노 ·운동권 출신 의원들을 컷오프 하는 한편, 두 그룹에 해당하지 않는 의원들을 구제하는 데 힘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원내대표 경선결과 비주류는 결선투표에 오를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네 후보의 표를 모두 합쳐도 45표에 그쳤다. 결국 비주류 김 대표와 범친노 운동권 출신과 투톱을 이루게 되면서 원내대표 경선결과가 김 대표에 대한 견제 의미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종인 대표는 줄곧 문재인 대표를 견제해왔다. 그는 지난 3일 당선자-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앞두고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이나 호남을 방문했다. 전북에서는 "전북 민심이 신뢰할 대권 주자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호남에서 불고 있는 '反문재인 정서'를 고려할 때 문재인 대표를 견제하는 말로도 풀이됐다.

    그는 4일 저녁 한 종편에서도 대선 출마 의향을 묻자 "미리 단정 지을 수 없다. 앞으로 킹메이커는 안 할 것"이라는 묘한 말을 남겼다.

    이에 반해 우상호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에 우호적이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가지 당 관련 보도를 보면 당내 지도자 사이에 소통과 대화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든다"면서 "소통이 내 전공분야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사이에서 내가 중재를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