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정무수석 출신 다운 노련한 정치력 과시, 친문 독재 제1야당 외로워질수도
  •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가 4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방문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가 4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방문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의 발끝은 더불어민주당보다는 국민의당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4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을 차례로 인사차 예방했다. 먼저 정 원내대표는 '러닝메이트'인 김광림 신임 정책위원장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찾아가 만났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대표는 "새누리당이 원내 2당이 돼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충청 대망론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종인 대표는 2010년 6월에도 (청와대 정무수석) 조언을 부탁하려고 만난 기억이 있다"며 "신세도 많이 지고, 가르침도 많이 받고 그랬다. 제가 부족한 게 많아서 대표님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주로 두 사람은 '협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원만한 원내대표가 당선돼 3당 체제가 됐으니 원내대표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둡지 않았지만, 회동은 10분 만에 금방 끝이 났다.

  •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를 방문한 이후, 곧바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대표를 방문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를 방문한 이후, 곧바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대표를 방문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대표를 향했다. 안철수·천정배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김광림 정책위의장은 20여 분간 대화를 주고받았다.

    천정배 대표는 정진석 원내대표를 향해 "정 원내대표는 16대에 국회에 들어왔는데 우리가 여당이고 정진석 원내대표가 야당이었다"면서 "당시 인권위법 등 굉장히 중요한 법들이 있었는데, 정진석 의원이 합류해준 기억이 난다. 당파를 떠나 매우 개혁적인 분이라 인상 깊었다" 떠올렸다.

    천정배 대표는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도 함께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정치는 대통령의 식민지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야당의원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여당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이 여당을 지배하면서 결국 국회까지 식민지배 됐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여야 간 진정한 협치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청와대로부터 독립이 필요하다. 여당 원내대표께서 앞장서달라"는 부탁을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좋은 말씀이다. 저희가 2당이긴 하지만 여전히 집권여당"이라며 "설혹 대통령이 일방적인 지시를 한다 해도 관철할 방법이 없다. 협치는 피할 수 없는 외통수"라고 완곡하게 받아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5년의 임기를 헌법으로 보장받고 있다"고 환기하기도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양 대표를 본 것으로 끝내지 않고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김성식 정책위의장을 예방하기 위해 의원회관에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 사무실을 찾았다. 이 자리는 역시 더불어민주당과는 달리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나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나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진석 원내대표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포옹하고는 "대표님을 만나려고 넥타이도 이렇게 일부러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덩치가 크다. 권력도 크고 원내 의석도 큰 정진석 원내대표가 선임됐기 때문에 큰 정치에 있어 작은 정당을 잘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인연은 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와 인연을 언급하면서 '과거 DJP 연합으로 정부에 있을 때 대화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가)18대 정무수석으로 내가 원내대표 때 많은 배려를 해줬다"며 "그 경험과 인간관계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저희 당이 국민을 많이 실망하게 해드려서 마음이 무겁다"며 "새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힘과 역량이 부치니 제가 많이 의지해야겠다"고 언급했다.

    박 원내대표도 지지 않고 "내가 제시했던 생산적이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우리 정 대표가 똑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캐스팅보트 역할이 아니라 리딩 파티로 선도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완곡하게 반대한 것으로 풀이됐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힘에 부칠 때 의지하겠다'고 하자, 중간에서 거래나 흥정을 하는 정치를 지양하고 스스로 아젠다를 제시하면서 국정 주도권을 쥐기 위해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인사를 나눴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기재위 바로 옆자리에서 2년간 같이 일을 했다"며 "박 대통령은 그 옆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옛날같이 여당이 강권해서는 되는 일이 없다"며 "우리 원내대표가 말한 협치를 이뤄내도록 열심히 심부름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우리 국민의당은 기본적으로 야당으로서 본분을 잊지 않겠다"면서도 "합리적인 분들이 지휘하게 돼 20대 국회가 좋은 국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고 화답했다.

    이날 새누리당-국민의당 원내 투톱 간 예방은 취재진이 몰리면서 좁은 실내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덥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덩치가 있어 오면 더 더워지겠다. 반은 나가라"고 농담을 건넬 정도였다.

    결국, 정 원내대표는 두 야당을 예방하면서 국민의당에 50여 분을,더불어민주당에는 10분을 할애한 셈이 됐다.

    최근 국민의당은 단순 캐스팅보트를 뛰어넘어 정국을 주도해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민주의 신임 원내대표 후보자들은 제각각 박지원 원내대표와 '소통'을 강조하고 나서는 분위기지만,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유연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