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이주영-정병국 등 전당대회 후보군 거론...조직 결집력 친박 우세

  • 이제 내년 대선의 운명을 좌우할 당권만이 남았다.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로 20대 국회 첫 발을 내디딘 새누리당의 얘기다. 친박(親朴)계와 비박계 모두 '정권 재창출'이라는 같은 목표 하에 양보할 수 없는 당권경쟁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시작은 친박계가 순조롭다. 당초 총선 패배의 여파로 와해 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렸던 친박계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조직력과 결집력을 과시했다.

    차기 당권과 대선이 남은 시점에서 충청 출신의 친박 성향의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친박계의 차기 당권 장악 시나리오에 힘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는 4일 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 전원이 친박이 돼야 한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친박계가 새 원내사령탑을 발판으로 본격적인 당권 장악에 나설 것이란 설명이다.

    친박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은 "등을 떠밀어도 전당대회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시적인 불출마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친박계에서는 또 호남에서 3선에 성공한 이정현 의원이 일찌감치 당권도전을 선언했고, 홍문종 의원도 "검토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 ▲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뉴데일리
    ▲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뉴데일리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며 세월호 참사 당시 진정성 있는 사태 수습에 나섰던 이주영 의원 역시 출마가 유력하다.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비교적 계파색이 옅어 비박계로부터도 거부감이 적다는 점이 이 의원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 역시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고, 정우택 의원도 전대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최근 친박계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포함한 대권후보 리스트를 짜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당권 장악은 물론 충청대망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의 의중이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사다. 당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와도 원활한 관계설정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친박계가 정권 재창출의 초석으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란 설명이다. 
  • ▲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뉴데일리
    ▲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뉴데일리


    반면 비박계는 당권에 도전할 후보군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친박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집력이 약하고 마땅한 구심점도 없다. 

    현재 비박계에서는 5선 고지에 오른 정병국 의원과 심재철 의원 정도가 전대 후보로 거론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출마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3선에 성공한 김성태 의원, 원내대표 도전에 실패한 나경원 의원 등이 비박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당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총선참패 후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계파간 경쟁과 갈등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계파경쟁은 의외로 싱겁게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무게의 축이 친박계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전날 원내대표 경선에서 보여준 기세대로라면 친박계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어떤 식으로든 차기 지도부를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오는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당권 장악에 성공할 경우 비박계에 뺏겼던 당권을 2년 만에 되찾게 되는 셈이다. 앞서 친박계 좌장이었던 서청원 의원은 지난 2014년 7월 당권 도전에 나섰으나, 김무성 대표에게 패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