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긴 金, 주어진 120여 일… 반격 카드는 '3당 대표 회동?'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3일 자신의 거취를 정하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당무위원 연석회의에 인사말을 하려고 일어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3일 자신의 거취를 정하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당무위원 연석회의에 인사말을 하려고 일어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전당대회 시기가 8월 말과 9월 초 사이로 결정됐다. 더민주는 늦어도 정기국회 개원일인 9월 13일 이전에 차기 당 지도부를 비롯해 지역위원까지 당 체제 정비를 마친다는 계획을 꺼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총 151명 중 92명의 당무위원-20대 당선자들이 모인 연석회의를 열고, 차기 전당대회 시기를 이같이 결정지었다.

    김 대표는 회의 전 인사말에서 "최대한 빨리 전당대회를 하도록 준비해드리겠다"면서도 "최소한 원내 구성을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사실상 전대 시기를 앞당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됐다.

    결국, 더민주는 참석한 인원들의 만장일치로 '8말 9초'에 전당대회를 하기로 했다. 8말 9초는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를 뜻하는 말로, 더민주는 이때 전당대회를 개최해 늦어도 정기국회 개회일인 9월 13일 전에 새로운 당 지도부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조기 전대론'과 '전기 연대론'이 오가면서 사실상 총선 이후 '재신임'처럼 비쳤던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거취 문제는 120여 일의 시간을 더 얻는 것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말하면 김종인 대표가 120일 동안 친문을 향한 '역습'을 할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120일은 적지 않은 시간이다. 자기 뜻을 이어줄 후계자를 찾아 당권으로 밀어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강진에 있는 손학규 전 대표를 불러들이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하지 않다.

    본인이 주도하는 가운데 수권정당을 만들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욕심이 있는 김종인 대표로서는 무력하게 120일을 위기관리와 차기 전대 준비를 하며 보내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뒤따르는 것이다.

    때문에 김종인 대표가 당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정국을 주도하고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 김종인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를 맡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원내 1당'에 올려놓았지만, 호남에서 의석을 거의 얻지 못하면서 책임론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종인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를 맡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원내 1당'에 올려놓았지만, 호남에서 의석을 거의 얻지 못하면서 책임론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종인 대표는 그간 취임 이후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대체로 개의치 않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계속 "저들이 흔들면 물러난다"고 말했지만, 피한다기보다는 싸워줄 체급이 아니라는 뉘앙스가 강했다. 총선 전 불거진 '셀프 공천'과 '비례대표 논란'때도 김 대표는 개의치 않고 계속 경제민주화 등 전체 정국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김종인 대표의 스타일로 미뤄볼 때, 당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친문(親文)등 당내 인사들과 헤게모니 싸움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 등 전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당 밖의 인사와 변수를 만드려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끝나면 '3당 대표 회동'이 예정돼 있다. 여기서부터 김종인 대표의 '반격'이 시작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내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8말 9초가 '사실상의 조기전대'라는 분석도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은 차기 전당대회를 두고 "단순히 당 지도부만 새로 선출하는 임시 전당대회가 아닌 정기 전당대회"로 규정했다. 정기전당대회는 대의원부터 지역위원회까지 당의 구석까지 새로 구성하게 된다. 더민주가 당의 바닥부터 모조리 재정비할 것을 예고하면서, 전당대회에 물리적으로 필요한 시간은 4개월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 설명대로라면 8월 말 전대는 지금부터 준비해도 빠듯한 일정이다. 전당대회 시기를 늦춰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대표의 비대위 체제의 존속 여부를 두고, 6월~7월의 '조기전대론'과 11월~12월'전대 연기론'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주로 친문 그룹에서 나온 '조기전대론'은 당이 비상상황에서 벗어났고 총선이 끝났다는 이유로 '얼른 전당대회를 치러 당을 정상화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비노계 및 김종인 대표와 친한 비주류를 중심으로 '전대 연기론'도 있었다. 수권정당으로 가기 위해 당을 당분간 계속 안정시킬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 김종인 대표의 리더십이 아직 더 필요하다고 맞섰다.

    그러는 가운데 '중재안'격인 8월 말~9월 초 전대론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6월~7월 전대는 물리적으로 어렵고, 11월~12월 전대는 다가올 대통령 후보 경선을 늦춰 대선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날 만장 일치된 8월 말~9월 초 전대론의 배경으로 보인다.

  • 이날 연석회의는 다음날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에게는 표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왼쪽부터 우상호, 이상민, 강창일 원내대표 경선 후보가 동료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날 연석회의는 다음날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에게는 표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왼쪽부터 우상호, 이상민, 강창일 원내대표 경선 후보가 동료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편, 김 대표는 회의에 앞선 인사말에서 자신은 당 대표에 욕심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거취를 둘러싼 책임론이 불거진 것에 대해 거듭 섭섭함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당대회 연기를 요청한 적도 없고, 나 또한 바란 적이 없다"면서 "본인과 관계도 없는 말이 이러쿵저러쿵 나오는 것을 듣고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결론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운을 뗐다.

    나아가 "그렇게 바쁘시다고 생각하면 저는 한시라도 지금 비상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떠날 용의를 갖고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저로 인해 왈가왈부하는 이런 상황은 좀 피해주셨으면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물리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당대회를 하도록 준비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