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이란 대통령, 北核 반대 천명! 하메네이 "한국으로부터 배우겠다"
  • ▲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면담하고 있다. 벽에는 이란 이슬람혁명을 주도한 직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사진이 걸려있다. ⓒ뉴시스
    ▲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면담하고 있다. 벽에는 이란 이슬람혁명을 주도한 직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사진이 걸려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외교(外交) 역사를 다시 쓰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962년 양국 수교 이래 처음으로 이란 땅을 밟은 대한민국 대통령이자 비(非)이슬람권 국가에서 이란을 방문한 세계 첫 여성 정상이 됐다. 

    전 세계가 깜짝 놀란 역사적 순간이다. 특히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보다 더욱 주목을 받은 것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와의 만남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면담은 2일 오후(현지시간) 이뤄졌다. 한국과 이란, 양국 관계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었다.

    이란은 종교 지도자가 정치지도자를 겸하는 신정(神政) 국가다. 최고지도자가 국정 운영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 선출직이자 종신직인 최고지도자는 군(軍) 통수권, 사법부수장 임명권과 대통령 해임권까지 갖고 있다. 정치-경제-외교 전반에 걸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939년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 마을 성직자 가정에서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이슬람 혁명을 지지하는 신학도였던 20대에는 이란의 마지막 왕조인 팔레비 국왕의 비밀경찰인 사바크(SAVAK)에 체포돼 모진 고문과 독방 수감을 견뎌내야 했다. 이때 경험으로 뿌리 깊은 반미(反美)주의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79년 이슬람 혁명 과정에서 주요 직위를 맡으면서 정치지도자로 부상했다. 이슬람 혁명위원, 이슬람 혁명수비대 사령관, 국방부 차관 등을 역임했고 1981∼1989년 3~4대 대통령을 지냈다. 1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에 이어 1989년부터 최고지도자를 맡고 있다.

    '아야톨라'는 가장 높은 성직자라는 지위를 뜻한다. 권력서열 1위, 최고 통치권자이자 보수 강경파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여성 정상인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것 자체가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히잡의 일종인 '루사리'를 착용하고 이란을 땅을 밟았다. 이란 시민들은 그런 박 대통령의 모습을 상당히 인상 깊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스카프를 착용한 것은 이란 고유문화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이는 마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후(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메흐라바드 국제공항으로 도착해 환영 나온 화동에게 꽃다발을 받으며 포옹하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후(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메흐라바드 국제공항으로 도착해 환영 나온 화동에게 꽃다발을 받으며 포옹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근혜 대통령은 이란 측 인사들과 악수를 하지도 않았다. 이란에서는 회교율법에 따라 남녀가 공공장소에서 신체접촉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남을 대(對)이란 외교에 박 대통령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란 국민들은 그런 박 대통령을 환대했고 현지 언론들의 상당히 관심도 높았다. 전날 박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내릴 때 전통 의상을 입은 화동(花童)이 영접한 것도 이란에선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30분 간 대화를 나누면서 양국의 협력 증진을 두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면담에서 "박 대통령의 역사적인 이란 방문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이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앞선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란은 한국으로부터 진심으로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과 이란이 잘 협력하면 서로에게 많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이 이란의 경제 부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 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향후 양국 관계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은 그동안의 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서 이란에게 건설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성공적인 개발 전략으로 인정받는 새마을운동 경험이 이란의 성장 잠재력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박 대통령의 이번 이란 방문이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이 상호신뢰의 토대 위에서 긴 호흡을 갖고 관계 발전을 모색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인 상생 협력을 추구하고, 인적 문화적 교류 확대를 통해 양 국민들의 마음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박 대통령이 236명에 달하는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이란을 방문한 데 대해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면담은 30분 동안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다만 청와대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의 면담에서 북핵(北核) 문제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1989년 5월 이란 대통령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 김일성과 회담을 했던 만큼 이번 면담 자체가 대북(對北) 압박외교에서 상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 ▲ 박근혜 대통령과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열린 한·이란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과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열린 한·이란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테헤란 현지에서 브리핑을 갖고 "전통적으로 이란과 북한이 관계를 가져왔는데 저희와 관계가 전략적인 방향으로 가게 되니 그런 차원에서 북한에 대해서는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대외선전 매체에서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도 이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규현 수석은 "이번 회담시 양 정상은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도 솔직한 의견 교환을 가졌는데, 이란 측은 전략적 경제 협력 발전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고 했으며 그런 점에서 기자회견에서 로하니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란 측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 원칙에 대해 공감한 것은 물론, 북한과 전통적 우호 관계를 맺어온 이란이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이란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원칙적으로 어떤 핵개발에 대한 것을 반대하며, 한반도나 중동에서 핵무기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핵포기 압박을 골자로 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공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열망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로하니 대통령의 강력한 입장 표명을 둘러싸고 이란 측 인사들도 내심 놀랐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현 수석은 "이란의 이러한 입장과 미얀마(변화)는 북한에 올바른 길이 어딘지 시사해주는 좋은 예"라고도 언급했다.

    김규현 수석은 또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게 될텐데, 이는 북한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제성과도 눈에 띈다.

    대규모 금융지원을 내세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만나 동맹에 준하는 관계개선에 합의한 것과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상호 호혜적 관계 개선을 토대로 한 코리아 세일즈 외교를 펼쳐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52조원(456억달러) 규모 사업에 공동 협력키로 했다.

    산업 분야별 양해각서(MOU)만 무려 66건이 오갔다. 66건 MOU 가운데 59건이 경제 분야 협력을 담고 있다. 또 19건은 양국 정상 참석 아래 이뤄지는 등 양국 간 협력 기반을 더 돈독히 했다. 이란행 기업의 금융지원 프로젝트도 단일 국가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 조달됐다. 이란과 쌓아 온 높은 신뢰감, 우리 기업 기술력과 원가경쟁력 등이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테헤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2 중동붐의 한 축인 이란 시장을 선점하는 발판을 마련했는데, 이란은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면에서 큰 의미가 있어 수출 증대와 한국 경제 재도약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 1월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된 후 제6차 경제개발5개년계획(2016~2020년)에 따라 대대적인 경제재건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에너지 분야에만 1,8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한편, 도로-항만-전력 등 각종 사회 인프라를 보강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