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차린 非朴, 여전히 내부에 총질...서둘러 재정비 나서도 모자랄 판에
  • ▲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당선자 워크숍에서 당선자들이 총선 참패와 관련해 허리를 굽혀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당선자 워크숍에서 당선자들이 총선 참패와 관련해 허리를 굽혀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13 총선 이후의 우리 정치는 그 이전의 정치와 질적(質的)으로 달라져야, 아니 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안보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이에 임하는 우리 정치판은 너무 구태(舊態)에 잠겨 있다. 여야 정당들의 기득권 안주와 국회의 식물화는 더 두고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前 조선일보 주필)>

     

    4.13 총선이 남긴 교훈은 변화와 혁신으로 요약된다.

    [말바꾸기와 패권주의]에 매몰된 친노(親盧)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전멸한 것은 사실상 예견된 결과였다.

    또한 국민들은 공천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보여준 독선(獨善)과 오만(傲慢)에 냉엄한 심판을 내렸다. 122석, 제2당으로 내려앉은 집권여당의 수도권 참패(慘敗)로 인해 권력지형의 대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방황의 계절이다.

    꽃피는 봄이 왔지만 새누리당은 웃을 수 없다.

    무엇보다 대권(大權)이 보이질 않는 심각한 상황이다. 어느 후보를 특정, 명시할 수 없다.

    2017년 12월 20일, 정권이 바뀌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몰려 올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잃어버린 10년, 천막당사의 뼈아픈 기억이 머리속에서 가시질 않는다.

    누구는 되니, 누구는 안되느니.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새누리당 전체가 서둘러 내분을 봉합하고 전사적으로 대권주자를 키워내야 할 시기다. 당풍(黨風)을 쇄신하고 총선에서 표출된 민의를 당 운영에 적극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당내 선거 패배 책임론 공방, 사적인 감정을 모두 접어두고 대선후보 선출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신 못차리는 非朴, 책임론에 연연할 때인가?

    "오만함을 반성하겠다"며 무릎 꿇고 사죄하던 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던 김문수 전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공천파동의 악영향을 의식한 듯 선거 날까지 매일 100배를 올렸다.

    김무성 대표는 가는 곳마다 "앞으로 잘하겠다", "싸우지도 않겠다"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차기 대권후보로 꼽혔던 비박(非朴) 후보들이 치명상을 입는 결과가 나오자, 진영 내부에선 책임론을 서서히 박근혜 대통령에게 떠넘기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총선 결과과 관련, "3당(黨) 체제를 민의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한 데 대한 불만 제기였다.

    한 비박계 의원은 "4.13 총선 참패는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박근혜 정권 자체에 대한 참패였다"고 강변했고, 다른 비박계 의원은 "대통령이 상황 인식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책임론에 불을 붙이기에 급급했다.

    심지어 비박계 내부에선 '대통령 탄핵', '대통령 탈당' 주장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식이었다.

    물론 청와대에 대한 책임론은 자연히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친박계에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다. 비박은 친박을 나무라고, 친박은 다시 비박과 맞서고. '무한루프'가 반복되면 새누리당의 앞날은 불보듯 뻔하다.

     

  • ▲ 5개 지역구 후보자에 대한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3월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자신의 선거사무실 앞 영도대교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 5개 지역구 후보자에 대한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3월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자신의 선거사무실 앞 영도대교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남탓에만 몰두하는 지금의 새누리당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먼저 친박(親朴)-비박(非朴) 계파를 떠나 서로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공천 전횡과 갈등 유발, 이 모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누군가를 향한 불만 표출보다는 저마다의 사과가 시급한 상황이다. 

    4.13 총선은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당권 경쟁'이 2차 공천파동으로 비쳐지면 향후 대선은 백전백패다.

    '웰빙족(族)'이 따로 없다.

    "친박-진박 마케팅한 모든 책임 있는 사람들은 아예 어떤 당직에도 나올 생각을 하지 말고, 꿈도 꾸지 말라"는 한 비박계 당선자의 입에서 나온 비난은 가히 충격적이다.

    '당권 경쟁'을 통해 새누리당 계파갈등이 투영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모두가 자숙해야 할 때다. 딱히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도 아니다. 비박(非朴) 진영 일각에서 나오는 강경론에 휩쓸려 부화뇌동(附和雷同) 하는 속내가 궁금하다.   

    비박계는 친박계의 2선 후퇴론을 주장하지만, 5선이 된 정병국 의원을 제외하면 마땅한 후보가 없다.

    친박계에서는 이주영, 이정현, 최경환 의원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히지만 여전히 눈치가 보인다. 원내대표 출마 자제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졌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눈치 없는 일부 인사들의 각자도생 행보에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탓에 원로 그룹에서는 좀 더 파격적인 인물을 내세워 당을 개혁해야 한다며 외부 수혈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두루뭉술한 구상에 지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론 계파 청산이 정답이라고는 하나,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새누리당이 선거 참패의 후유증을 화해(和解)로 털어낼 수 있을지, 이를 통해 깨끗한 당권 경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지. 두 가지가 관전 포인트다.


    반기문이 안 된다고? 다른 대안은 있는가 

    세 번째로 대선주자 기근(饑饉)이라는 막막한 현실을 돌파할 전략이 필요하다.

    대권을 위해 당헌과 당규를 손봐야 한다면 명시적 협의를 통해 이뤄내면 된다. 단 어느 계파에만 유불리한 조항을 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다시 말해 결단이 필요하다.   

    좋든 싫든, 올해 말부터 정치권은 대선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올해 말 임기를 끝내고 귀국하면 당의 유력 주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충청권 인사들 사이에서 동향(同鄕)인 반기문 총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후문이다.

    충청권 3선 중진인 홍문표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은 반기문 총장에 대해 "만약 본인이 어떤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면, 새누리당에서 대권후보 중 한 명으로 영입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소속 충청권 당선자 14명이 최근 모인 자리에서도 차기 대선과 관련해 반기문 총장이 여러 차례 거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親盧) 진영의 수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맞설 주자가 현재의 새누리당 내에선 전무하다는 것도 반기문 영입론의 배경 중 하나다.

     

  •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5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5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러나 새누리당 비박(非朴) 진영은 조금 생각이 다른 듯 하다.

    '애초에 반기문 카드의 싹을 자르자'는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김무성-유승민 등 비박 진영 인사들을 두둔했던 조선일보의 칼럼부터, 최근 국민의당과의 연정(聯政)을 언급하는 인사들까지. 행간을 곱씹어보면 반기문 총장에 대한 반감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한 비박계 인사는 사석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유승민 의원이 어떻겠냐"는 말까지 내뱉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 진영 인사들의 꿍꿍이가 서로 다를 수는 있다. 다만 가장 유력한 카드를 내팽개치고, 자신들과 가까운 이를 대권주자로 앉히겠다는 의도는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반기문 총장이 대권에 도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측근으로 알려진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여전히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총장과 이병기 실장과의 관계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를 사이에 두고 시작됐다.

    반기문 총장의 최고 멘토가 바로 노신영 전 국무총리다. 노 전 총리는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시기인 1980년대 초반부터 외무장관(1980~1982), 안기부장(1982~1985), 국무총리(1985~1987)를 잇따라 역임했다.

    반 총장은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외교관 후배다. 노 전 국무총리는 반기문 총장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반기문 총장은 그런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밑에서 의전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외무와 정무를 배웠다.

    직업외교관 출신인 이병기 실장을 정치권에 입문시킨 것도 사실상 노신영 전 국무총리다.

    1981년, 당시 정무장관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외교-의전을 담당할 외교관 출신의 비서관이 필요했고, 외무장관이었던 노신영 전 국무총리는 고민 끝에 이병기 실장을 추천했다. 그후 이병기 실장은 노태우 정부에서 의전수석까지 지냈다.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핵심 측근인 반기문 총장과 이병기 실장이 서로 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병기 실장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당장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설 뜻을 주변에 밝힌 상황에서 향후 대권준비를 연상케 하는 모양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반기문 총장의 오른팔로 꼽히는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난해 2월 세종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준우 전 수석은 반기문 총장이 외교부 장관을 지낼 당시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아직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반기문 총장이다.

    작금의 새누리당이라면 누구라도 꺼릴 듯 싶다. '아니올시다!' 선택지를 보기도 전에 찢어버릴 판이다.

    정신 못차리는 비박(非朴), 끙끙 앓고 있는 친박(親朴)이다. 반기문 총장이 됐든, 다른 잠룡후보가 됐든. 당장 정신차리고 당을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2017년 12월 20일의 승패는 뻔할 뻔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