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당선자 104명 수사선상 놓고 압수수색 등 속전속결 수사..떨고있는 당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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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총선 당선의 기쁨도 잠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의원직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신세가 된 당선자가 무려 100여명에 달한다.

    전례에 비춰볼 때 20명 이내의 당선자들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4월 실시될 재보궐선거가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의 '미니총선'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4.13총선 직후인 지난 14일. 울산지검 관계자들이 통진당 출신 윤종오(울산 북구) 무소속 당선자의 선거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일주일 후인 지난 20일에는 윤 당선인과 선거 캠프 관계자의 자택 등을 샅샅이 수색했다.

    윤 당선자는 마을공동체 '동행', 북구 매곡 여성회 사무실 등을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고 선거 기간 동안 선거운동 사무실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상당수의 옛 통진당 관계자들이 울산으로 내려와 불법으로 윤 당선자의 선거를 도왔고, 그 근거지가 바로 '동행' '여성회'사무실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14일 오후 울산지검 수사관들이 울산 북구 호계로에 위치한 무소속 윤종오 당선인의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회계장부, 선거공보물, 홍보피켓 등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옮기고 있다.ⓒ뉴시스
    ▲ 14일 오후 울산지검 수사관들이 울산 북구 호계로에 위치한 무소속 윤종오 당선인의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회계장부, 선거공보물, 홍보피켓 등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옮기고 있다.ⓒ뉴시스

    그동안의 압수수색에서 윤 당선자의 선거사무소 회계장부, 선거인 명부, 선거자금 지출내역 등의 자료 2박스 분량을 압수한 검찰은 유죄 입증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선거 참패의 책임을 공안 분위기로 역전해 보려는 명백한 정치탄압"이라며 "앞선 2차례 압수수색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찾지 못한 검찰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엮어보려는 저열한 정치공작에 다름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사정에 밝은 법조인 출신의 한 의원은 "통상적으로 압수수색은 결정적인 증거가 어디에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경우에 실시한다"며 "불법 선거자금이 흘러들어간 구체적 물증이 제시될 경우 당선 무효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윤 당선자처럼 각종 혐의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20대 총선 당선자는 모두 104명이다.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3분의 1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셈이다.

    검찰은 현재 이 중 98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수사결과에 따라 재판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재판에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는다면 당선은 취소된다. 

    2017년 4월 5일 치러질 재보선이 역대 최대의 '미니 총선'은 물론 사법부의 판단 결과에 따라 '여소야대'의 구도까지 바뀔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 김진표 수원무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의 쌀포대 살포 선거법 위반 논란 뉴스. ⓒ채널A 방송화면 캡처
    ▲ 김진표 수원무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의 쌀포대 살포 선거법 위반 논란 뉴스. ⓒ채널A 방송화면 캡처
    경기 수원무(戊)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당선자는 '쌀 배포 논란'으로 사전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검찰은 김진표 당선자가 지난 2월 경기 이천 설봉산에서 수원의 한 산악회 회원 30여명을 만났고 동행한 조병돈 이천시장(더민주 소속)이 2만원 상당의 5㎏짜리 이천쌀을 나눠준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인사 및 제 3자의 기부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조병돈 시장의 쌀 배포가 제3자 기부 행위 제한 규정에 위반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당시 김진표 당선인 측은 "설을 맞아 새해 모든 소망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산악회원과 덕담이 오간 것이지 출마나 지지 호소가 없어서 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전남 영암·무안·신안에 출마해 당선된 국민의당 박준영 당선자는 전 신민당 사무총장으로부터 수억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7일 박준영 당선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전 신민당 사무총장에 이어 21일 박 당선자 선거사무실 회계책임자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선거캠프 관계인 등 핵심 참고인 대다수가 연락이 두절되거나 소환에 불응하는 등 조직적으로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에선 박찬우(충남 천안甲) 당선자가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수사를 받고 있다.

    박찬우 당선자는 지난해 10월 충남 홍성에서 정당행사를 개최하면서 참석한 선거구민들에게 비용의 일부만 모금하고 상당액의 부족분을 대납하는 방식으로 교통편의와 음식물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박찬우 당선자 선거사무소에 이어 선거캠프에서 일한 관계자들의 자택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완(未完)의 단일화임에도 '야권단일화 후보'란 명칭을 사용했다가 고발당한 사례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인천 계양乙)·홍영표(인천 부평乙)·신동근(인천 서구乙), 정의당 노회찬(경남 창원성산) 당선자 등은 총선 당시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야권 전체 단일화를 한 것처럼 홍보하면서 고발당했다.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법원이 타 후보와 합의 없이 '보수 단일후보' 명칭을 사용한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에게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어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선된 후보자가 선거범죄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선거사무장 등이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을 경우 당선은 무효가 된다.

    이번에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된 당선자들은 예상보다 이른 기간 내에 법원의 판결문을 받아들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김수남 검찰총장은 '17대부터 19대까지 모두 36명의 국회의원 당선자가 선거범죄로 신분을 잃었는데, 당선무효형이 확정되기까지 평균 20개월이 걸렸다'는 보고를 받고, 신속한 선거사범 수사를 독려했다.

    법원도 1, 2심 목표 처리 기간을 2개월로 설정하고, 신속한 재판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국민혈세 낭비 방지 차원에서라도 선거법 위반 혐의의 당선자에 대한 속전속결 처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수사 대상에 오른 당선자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들의 저조한 의정활동 또한 점쳐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수사 대상에 오른 당선자들이 20대 국회 초반에 몸을 사리며 조용한 의정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선거법 위반 당선자들이 검찰에 입건된 만큼 최대 20여명 정도가 당선무효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내년 재보선에서 정계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