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만 하면 '진실 공방' 벌여서 '진실한 정치인'인가… "도통 모를 일"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뉴시스 사진DB

    단 둘이 있으면 반드시 살해당한다. 실제로 죽고 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독대 이후에 '반드시'라 해도 좋을 정도로 '진실 공방'이 벌어져 명예가 너덜너덜해지는 '정치적 살인'을 당하기 일쑤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독대(獨對)에 대한 공포감이 정치권에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같은 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22일 문재인 전 대표와의 독대 이후의 '진실 공방'에 대해 "그 사람은 작문(作文)하는 게 무슨 버릇 같다"며 "앞으로 단 둘이 보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하자,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문재인 전 대표와 독대만 하고나면 항상 '진실 공방'이 벌어지며 상대방의 정치적 명예가 훼손당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9월, 7·30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하던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의 적임자로 보고 문재인 전 대표와 독대해 이를 사전에 상의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도 이러한 인선안에 동의한 것으로 보고 발표했는데, 이후 친노·친문 홍위병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문재인 전 대표도 갑자기 반대 입장을 돌아서 박영선 원내대표를 천길 낭떠러지로 몰았다.

    결국 박영선 원내대표는 국민공감혁신위원장직은 물론 원내대표직까지 내려놓아야 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의 독대에 뒤이은 '진실 공방' 때문에 당시 탈당까지 거론될 정도로 극한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19일 안철수 의원과 독대했다. 독대 이후 문재인 전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긍정적"이었다고 이튿날 최고위에 전했고, 이에 고무된 최고위원들은 안철수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는 의결까지 했다.

    하지만 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반전이 일어났다. 안철수 의원이 "(전날 독대에서) 이미 혁신위원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며 "혁신위원장 인선이 될 때까지 (거절 사실 발표를) 유보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억측을 피하기 위해 말씀드린다"고 발표했다.

    이미 거절하고, 거절 사실을 발표하지 말자는 합의까지 있었는데, 이를 "긍정적"이라고 전혀 사실과 다르게 전하는 바람에 대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이 역시 독대 이후의 '진실 공방' 때문에 이미 분명히 거절했던 안철수 의원만 모양새가 이상해졌던 사례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뉴시스 사진DB

    이외에 박지원 의원과 주승용 최고위원도 당의 분란과 위기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여러 차례 독대를 가졌다. 그러나 내홍 해결에는 전혀 진전이 없이, 친노·친문 홍위병들로부터 '분열주의자'로 공격받는 일만 반복됐다.

    이처럼 문재인 전 대표와 단 둘이서 만나기만 하면 반드시 신세를 망치는 일이 벌어지다보니,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의 독대를 극력 피하는 일마저 벌어지기도 했다.

    정책위의장 인선 문제를 놓고 문재인 전 대표와 갈등을 겪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2일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 때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와의 독대를 피하고, 합의사항은 반드시 문서화해서 남기라는 주변의 조언에 따랐다.

    이에 따라 같은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만나는 자리에 각각 양측의 대변인인 김성수 대변인과 정기남 부실장이 배석하고, 회동 결과에 대한 브리핑도 따로 이뤄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두 사람 사이의 합의 내용도 마치 여야 간의 회동처럼 3개 항으로 정리돼 합의문까지 작성됐다.

    김성수 대변인은 당시 "그간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 뒤에 여러 다른 말들이 나오곤 해서,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줄이자는 차원에서 택했다"고 설명해, '문재인 전 대표와의 독대 공포증'이 그 때부터 이미 야권에 광범위에서 퍼져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배우자인 이희호 여사도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안철수 의원 등 탈당파 지도부가 예방했을 때, 문재인 대표와는 독대하지 않고 안철수 의원하고만 독대의 시간을 가졌다.

    이 역시 문재인 대표와 독대했을 경우 말이 잘못 전해지거나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등 정치적 파장을 낳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와의 독대 이후 '진실 공방'에 휘말리자 "(둘이 만난 자리에서) 들어보지 못한 말을 만들어서 사후에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며 "앞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만날 일이 있으면 녹음기를 가져가야겠다"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독대를 할 때마다 말이 와전되고 '진실 공방'을 일으키는 문재인 전 대표를 가리켜 '정직한 정치인 문재인'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가 22일자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한 말이다. 이러한 평에 대해서는 "도통 모를 일"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