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북한인권운동가 "김씨 체제 붕괴가 통일의 최우선 조건…'정보'가 최고의 무기"
  • 북한 김씨 왕조의 '신정일치 체제'를 벗어나 한국으로 온 탈북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북한 체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하기 위해서다.

    27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제13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하나로 '탈북자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NK지식인연대 등 탈북자 단체와 북한인권단체 대표들이 모여 '북한 변화의 주역들이 말하는 변화의 조건'을 주제로, 김정은 독재체제의 붕괴를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했다.

    토론자들은 김정은 독재체제 붕괴가 갖는 중요성과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북한에 외부정보를 유입하는 길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자들은 또한 남북 통일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NK지식인연대는 2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 제13회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북한 변화의 주역들이 말하는 정의의 변화조건'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NK지식인연대는 2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 제13회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북한 변화의 주역들이 말하는 정의의 변화조건'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북한인권운동가로 유명한 수잔 숄티 여사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수잔 숄티 여사는 "세계가 북한 체제 아래서 일어나는 끔직한 인권 참상을 이제야 이해하는 것을 보면 놀랍게 생각한다"며 "세계가 북한의 참상을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 것은 여러분처럼 용감한 분들이 앞으로 나섰기 때문"이라며 탈북자들에게 찬사와 격려를 보냈다.

    수잔 솔티 여사는 축사에서 "대북확성기가 중단된 '햇볕정책' 시기야말로 북한 인권의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수잔 숄티 여사는 "북한 내부에는 노예로 사는 2,300만 주민이 있지만 저항은 없다"며 "한국 정부가 탈북자 단체들을 강력히 지원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탈북자"라며 "대북 방송 등 외부 정보의 북한 유입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진실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토론회 사회를 맡은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토론회 사회를 맡은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토론회 사회를 맡은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 김정은 체제는 더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와 있다"며 "북한 체제의 붕괴를 재촉하고 북한 주민을 하루빨리 구원하기 위해서는 탈북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순경 위원장은 "북한과 평화적으로 토론을 해서 통일을 이룰수는 없다"면서 "북한 체제 멸망이 (통일의) 해답"이라고 평했다.

    홍순경 위원장은 "김대중의 햇볕정책으로 무너질 수 있는 독재 정권이 살아 남았다"면서 "이번에 또다시 찾아온 기회를 맞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발제를 맡은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올바른 전략이 있어야 한다"며 "내부 민심 동요를 위한 영화, 책, 소설 등의 자료를 만들기 위한 기획단과 자료를 공급하는 정보 '파이프관(통로의 은어)'을 북한에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흥광 대표는 "김정은은 10년짜리 통일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은)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더 발사하고 핵실험을 또 하는 등 광기만 남아 있어 믿을 수 없다"고 비판하며 김정은 체제 붕괴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김흥광 대표는 "북한 안방의 TV에 한국 방송을 넣을 수 있는 노력과 전략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여는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흥광 대표는 "북한 민주화 활동에는 돈 한 푼 안들이는고, 전쟁 일어나면 '내 거 없어진다'고 하는 게 지금의 한국사회"라고 개탄하며, 북한 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정부, 기업의 지원이 거의 없는 현실에 대해 한탄했다.

  • 성통만사 김영일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성통만사 김영일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사령관은 그동안 자신들이 북한으로 외부 정보를 유입시킨 과정을 일부 공개했다.

    최정훈 대표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김정은 정권 실체를 담은 영상,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그대로 담은 책자, 자신의 고모부까지 처형한 김정은의 실상을 USB, SD메모리 카드에 담아 북으로 보냈다고 한다.

    최정훈 대표는 "전기가 부족한 북한에 90v의 적은 전력으로도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노트텔(노트북 형태의 DVD 등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8,000대를 투입했다"면서, 실제 북한 양강도, 신의주, 회령 등에서 이들로부터 물품을 받은 사람들의 증거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김일성, 김정일 사진 밑에서 우리가 보낸 USB에 담긴 영상을 트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보다 큰 변화를 위해서는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국제사 회의 더 많은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 김영일 성통만사 대표는 "국제사회는 북한 정권 붕괴에는 관심이 없고, 국제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나 핵무기 개발만 저지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이 끝나야 통일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일 대표는 이어 "인권 회복과 통일을 북한 정권 붕괴와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면서 "남북한 두 체제가 동등한 상태에서는 통일이 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일 대표는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외부정보 유입이 가장 중요하다"며 "북한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인권이 탄압받던 시대에서 지금은 어떻게 발전하는지 알면 변화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한국 영화, 드라마, 뉴스, 음악 등에 관심이 있다"며 "정보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차이를 적절히 활용해서 정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일 대표는 "북한은 문을 닫고 사실을 왜곡해 김씨 가문의 업적을 만들어 내 우상화하며 주민들을 세뇌시킨다"면서 "우상화 시키는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진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영일 대표는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도 소개했다. 자신은 어릴 적 미국을 증오하는 교육을 받은 탓에 북한의 모든 문제를 미국 탓으로 돌렸지만 러시아에서 3년간 벌목공 생활을 하며 외부 정보를 접했던 아버지는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중국에 처음 나왔을 때 개가 고기에 쌀밥을 먹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깨닫게 된 북한의 진실을 고스란히 담아 다시 북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겨레얼통일연대 정세율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겨레얼통일연대 정세율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북한 민주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 정보 유입이긴 하지만 그에 앞서 정보의 바다, 정보 네트워크 주체인 탈북민들이 먼저 단결해야 한다"며 "올바른 통일관, 올바른 정보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장세율 대표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탈북자 알바' 논란에 대해 "우리 엄마, 아버지 같으신 분들이 늘그막에 땡전 한 푼 없이 남한으로 왔다"며 "2~3만원이 그 사람들에게는 중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세율 대표는 이어 "고령에다 누가 찾아주지도 않는데 그런 곳에 불러서 갔으니 나쁘다고 이간질하는 행태가 더 나쁜 짓"이라며 "그 사람들에게 오히려 돈을 준다는 대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며 편을 들기도 했다.

  • 오른쪽 NK지식인연대 박건하 부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오른쪽 NK지식인연대 박건하 부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건하 NK지식인연대 부대표는 "북한은 망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북한은 과학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정보를 통제하고 있지만, 북한도 과학기술 연구를 하는 이상 외부 정부가 북한 주민들에게 유입되는 양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박건하 부대표는 "북한 핸드폰 사용자가 300만 명이 넘는다"면서 "북한은 인터넷은 안 되지만 핸드폰으로 볼 수 있는 영상과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보내면 엄청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건하 부대표는 토론을 마치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서는 진실된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도움이 된다"는 자신의 소회를 덧붙이기도 했다.

  • 자유통일문화연대 도명학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통일문화연대 도명학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도명학 자유통일문화연대 대표는 "노래, 영화 등 문화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확산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도명학 대표는 출신 성분 때문에 차별받는 현실을 다룬 북한 영화 '보증'을 이야기하며 문화를 통해 김씨 일가 우상화를 세뇌받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공개했다.

    도명학 대표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보숭이'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데, 그 내용이 북한 주민들이 출신 성분으로 차별 받는 것이 사실은 김일성의 지시는 문제가 없었지만 중간 당 간부들이 차별을 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즉 북한 주민들이 거주, 직업 선택 등 인간이 누려야 할 모든 권리와 자유를 박탈 당하고 신분 때문에 차별을 받는 것이 김일성 때문이 아니라 노동당 간부 탓이라는 주장이다.

    도명학 대표는 이 '보숭이'라는 영화로 사례로 들면서, "우리는 역으로 당 간부들이 주민들을 차별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김일성의 실상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 세뇌 교육을 받은 주민들의 현실을 역으로 뒤집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컨텐츠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이날 자신의 눈으로 목격한, 대북 방송이 북한에 실제로 변화를 가져온 사례를 설명했다.한 탈북자가 자유북한방송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던 사연이었다.

    한 탈북자 남성이 홀로 한국에 와서 하는 말이, 가족·친구들에게 혹 자신이 한국에 도착하면 자유북한방송을 통해서 방송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내 방송을 듣게 되면 자신이 나온 길로 무사히 탈북을 하라"는 신호라고 말해줬다는 것이다.

    김성민 대표는 "세계의 북한 인권운동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북한 안의 한류 열풍 등 정보개방은 실제로 100명도 안되는 사람들 덕분이었다"며 "북한에 정보를 꾸준히 보낸 10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처럼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은 크게 부족하다는 점도 밝혔다.

    김성민 대표는 "탈북자들이 없었다면 한국 정부는 대북정보 하나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북한의 변화를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성민 대표는 "대북방송을 위해 주파수가 필요하지만 1시간 당 500만 원 이상으로 너무 비싸서 지금은 미국이나 유럽쪽에서 개인 주파수를 사서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주파수 하나를 내어주면 되지만 주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수잔솔티는 이날 대북방송 매체 자유북한방송을 돕기위해 미국 정부와 대립했던 일을 공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수잔솔티는 이날 대북방송 매체 자유북한방송을 돕기위해 미국 정부와 대립했던 일을 공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날 토론회에 나온 수잔 숄티 여사 또한 북한 체제 변화를 위한 활동과 관련해 오바마 정부와 얽힌 비화를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수잔 숄티 여사가 자유북한방송을 지원하려 했는데 버락 오바마 정권이 이를 금지했다는 것이다.

    수잔 숄티 여사는 당초 조지 부시 前대통령으로부터 자유북한방송을 도울 수 있는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며 美정부가 지원금을 끊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이 일로 수잔 숄티 여사는 정부 감사를 2번 받았고, 그녀와 '디펜스 포럼 재단'은 美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금도 신청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었다.

    조사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수잔 숄티 여사와 '디펜스 포럼 재단'은 여전히 대북 방송 지원금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수잔 숄티 여사는 "그 경험에서 한가지를 배웠다"며 "한국 정부, 미국 정부 어느 곳이든 북한 정권에 동조적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북한 인권 활동에 가장 효과적이고 활동적인 사람들만 골라 '프로그램'에서 제외하려고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며 "(북한 체제 변화를 이끄는) 일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탈북자 분들을 믿고 생각하며 계속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북한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과 서로 돕는다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며 "어느 날 북한의 장벽이 열리고 평양에서 '북한자유주간'을 열게 되면 이 분들의 이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이날 대토론회를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