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식 오하이오 지사, 인디애나 유권자에 “나 뽑아줘”…크루즈 “전략적 투표 안 돼”
  • ▲ 美공화당의 2016 대선 경선 세 후보. 적전분열로 대권을 힐러리에게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위키피디아 화면캡쳐
    ▲ 美공화당의 2016 대선 경선 세 후보. 적전분열로 대권을 힐러리에게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위키피디아 화면캡쳐

    도널드 트럼프가 美공화당의 2016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막겠다며, ‘일시적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와 테그 크루즈 텍사스州 상원의원이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서로를 헐뜯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美공화당이 2016 대선에서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최대 후원자인 석유재벌 ‘코흐(Koch) 형제’조차도 “차라리 클린턴을 찍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크루즈 캠프와 케이식 캠프는 오는 5월 3일 인디애나州 경선에서는 크루즈를, 5월 17일과 6월 5일 각각 열리는 오레곤州와 뉴멕시코州 경선에서는 케이식을 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의 ‘일시적 후보 단일화’ 선언은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아 깨진 것으로 드러났다.

    美‘뉴욕타임스’와 워싱턴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필라델피아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디애나 유권자들은 나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와 ‘폴리티코’에 따르면 케이식 주지사는 “(크루즈와의 일시적 후보 단일화)가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美언론들에 따르면, 케이식 캠프는 인디애나州에서의 공개 유세 일정은 취소했지만, 현지 공화당원과 만나기로 했던 약속은 그대로 소화했다고 한다. 26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리는 모금 행사에도 예정대로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존 케이식 주지사만 이런 게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존 케이식의 행태를 전한 데 이어 “크루즈 캠프 또한 지난 24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전략적 투표’를 하지 말라고 개인적으로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크루즈 캠프 측 또한 “우리는 유권자들에게 누구를 뽑으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저 시간과 자원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줄 것”이라고 말해, ‘일시적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냈다고 한다.

    벤 카슨, 마르코 루비오, 젭 부시 등 다른 경선 후보들이 줄줄이 사라진 데 이어 남은 테드 크루즈와 존 케이식 마저 ‘적전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자, 공화당 후원자들의 마음도 서서히 떠나는 징후도 보인다.

    美공화당의 최대 후원자인 석유재벌 ‘코흐(Koch) 형제는 도널드 트럼프의 안하무인격 행태와 크루즈·케이식 간의 헐뜯는 모습에 질린 듯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찰스 코흐는 美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현재 공화당 경선 주자들보다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두 번이나 망설임 없이 “가능하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찰스 코흐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빌 클린턴 정권과 조지 W.부시 정권 당시를 비교하면서 “정부의 크기, 재정지출 증가 측면에서 본다면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의 2.5배에 달했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클린턴 정부가 부시 정부보다 좋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찰스 코흐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관심을 모았다.

    찰스 코흐의 인터뷰가 끝나자 美언론들 사이에서는 “2016년 美대선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위해 10억 달러를 쓰겠다”고 호언했던 코흐 형제마저 美공화당 경선의 이전투구 양상에 질려버린 게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오는 5월 열리는 인디애나州와 오레곤州 경선, 6월의 뉴멕시코州 경선에서 크루즈와 케이식이 트럼프를 막지 못한다면, 2016년 美대선의 승자는 힐러리 클린턴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