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부터 2년 동안 독일 무역업체 통해 87대 구입…외화 부족으로 매각하려다 실패
  • ▲ 북한은 1980년대 87대의 미제 '500MD' 헬기를 수입한 뒤 지금까지도 상당수를 운용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8월 비행술 경연대회 당시 등장한 北인민군의 500MD.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북한은 1980년대 87대의 미제 '500MD' 헬기를 수입한 뒤 지금까지도 상당수를 운용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8월 비행술 경연대회 당시 등장한 北인민군의 500MD.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1970년대 한국군은 소형 헬리콥터 ‘500MD 디펜더’를 250대 구매했다. UH-1과 AH-1 공격헬기의 보조용으로 활용하면서, 토우(TOW) 미사일을 장착해 적 기갑전력을 막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를 본 북한 김일성은 1983년부터 2년 동안 독일의 페이퍼 컴퍼니 ‘델타 아비아’를 통해 민수용 ‘500MD’ 80여 대를 밀수입했다. 알려진 바로는 87대를 반조립 형태로 몰래 들여갔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이 1980년대 이 ‘500MD’를 이란에 판매하려다 ‘가격절충’에 실패해 무산됐다는 증거가 외교부 공개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외교부가 17일 공개한 1980년대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은 1985년 10월 이란에 사절단을 보내 ‘500MD’ 헬기 판매협상을 벌였으나 가격절충에 실패해 결국 팔지 못했다고 한다. 외교부는 북한 김일성이 도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500MD’를 이란에 팔려고 했던 이유로 외화 부족을 꼽았다. 

    북한은 이후 최근까지도 ‘500MD’를 운용하고 있다. 당초 수입한 87대 전투 가동되는 것은 아니지만, 2013년 7월 27일 소위 ‘전승절 열병 행사’와 2015년 8월 '비행술 경연대회'에도 등장, 여전히 상당수를 가동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이 1980년대 ‘500MD’를 밀수입한 이유는 한국군이 많이 사용하고 있고, 기체 성능 또한 기동성이 좋고 저공침투가 가능해 유사시 특수부대를 한국으로 침투시키기에 용이하다는 판단에서 였다고 한다.

    북한은 ‘500MD’는 이란에 판매하지 못했지만, 1980년대 꾸준히 이란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었다는 흔적들도 외교부 문서에서 드러났다.

    북한은 1985년 10월 이성록 무역부 부부장을 이란 테헤란으로 급파해, 북한 유전개발에 필요한 이란 기술자들을 평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베샤라티 이란 외무차관은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외교부가 공개한 기밀문서 말고도 북한과 이란이 1980년대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기술을 공유했다는 점은 이미 서방 정보기관들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다.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샤하브’ 탄도 미사일과 ‘세질’ 탄도 미사일, ‘파테-110’ 탄도 미사일 등은 모두 북한의 기술제공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파테-110’ 미사일은 이란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뒤 북한으로 역수출되기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