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13-새누리당 강남에서도 졌다

      새누리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더불어 민주당은 희망의석 107석을 훨씬 넘을 정도로 낙승했다.
    국민의 당 역시 제3당의 위상을 확실하게 거머쥐었다.

     친박과 비박은 서로 과반미달의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려 할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확보 실패는 친박, 비박을 가릴 것 없는
    현 집권세력 전체의 책임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보수 유권자 일부까지도 새누리당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여당의 텃밭이던 수도권 (예컨대 강남 을, 경기도 분당)에서조차
    야당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말 다한 것 아닌가?
    이 정부에서 교육부총리인가를 했다는 황우여 떨어진 것 봐라.
    민심이 돌아섰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차가운 성격,
    이한구-김무성, 김무성-이한구의 막상막하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새누리당 전체의 오만과 안일에 대해 
    ‘청년-진보’는 말할 것 없고 나이 든 보수 유권자 상당수조차 노(no)라고 말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 자유민주 진영의 ‘대표 정치세력’의 주류는 누구인지,
    누구여야 하는지를 새삼 다시 생각해야 하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차피 대통령을 두 번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김무성인가?
    그도 근래의 누추한 내홍(內訌)의 한 쪽 당사자로서 50%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의 한계도 많이 드러났고, 따라서 때가 많이 묻었다.
    오세훈도 낙선했다.
    그렇다고 유승민? 어림도 없다.
    그가 원내대표로서 한 처신은 너무나 얄팍했다.
    이한구는 공관위원장으로 끝이고,
    윤상현, 원유철은 아직은 아니다.
    반기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힘이 빠지는 상황에선 탄력을 받기 힘들다.

     결국, 대한민국 자유주의-보수주의 진영에
    정치적 리더십의 공백이 닥친 셈이다.

    무(無)소신, 무(無)철학, 몰(沒)가치, 웰빙 여당의 귀착점이었다.
    “대한민국 자유민주 진영의 ‘대표 정치세력’ 이대론 안 된다”는 엄숙한 경고였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 만들라는 시사(示唆)일수도 있다.
    비록 힘겨운 일일지라도. 어떻든 지금 같은 여당으론
    한국 자유민주 진영의 ‘정치적-문화적 헤제모니‘를
    더 이상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명백해졌다.

    20대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통과는 고사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여소야대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자기들이 이기면 개성공단도 재개하겠다, 테러방지법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쯤 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 1년 10개월을 참으로 힘겹게,
    그리고 무력하게 마쳐야 할 판이다.

     반면에 더불어 민주당의 김종인은 물론, 문재인도 거뜬히 살아났다.
    문재인이 대표하는 친노-친문 세력도 거뜬히 살아났다.
    386 운동권 알짜들도 여전히 준동할 것이다.
    한국 제1 야당이 온건한 ‘진보적 자유주의’ 정당으로 우(右)클릭 하기를 바라는 여망이 있었으나 그건 바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안철수, 한상진, 황주홍, 유성엽, 박주신과 국민의 당은?
    이왕 이렇게 됐으면 국민의 당이 앞으로 운동권 야당을 강력하게 견제하는,
    보다 바람직한 대안정당으로 정착했으면 한다.
    미국 민주당 정도의 위상을 설정하고, 경제정책은 시장경제 테두리 안에서
    중도-절충(centrist) 노선으로, 안보는 초당적 정통주의로 임했으면 한다.
    초당적 정통주의란 “신정(神政) 전체주의냐, 개인들의 자유로운 체제냐?”의
    전(全) 한반도적 싸움에서 좌파통일전선을 거부하고
    대한민국 건국노선을 떠받드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안보에선 이 입장에 서야만 진정으로 운동권 프레임을 벗어나는 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과반에 미달했으나 원내 제1당임에는 틀림없다.
    오만과 편협함과 안일을 벗어나 겸손하고 자성하는 자세로
    야당과 제3당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지금은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민생경제가 심각한 곤경에 처한 상태다.
    이런 판국에 여당이든 야당이든 제3당이든
    우선 이런 국가적인 난제부터 타협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국민의 당이 안보와 경제에 관한 ‘국민통합적 처방’을 만들어
    이를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에 제의할 수는 없을까?
    국민의 당이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드를 쥐고
    타협과 절충의 묘(妙)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회와 나라가 돌아갈 수 있다.
    더불어 민주당 역시 경제법안 등을 불문곡직, 덮어놓고 반대만 하진 말았으면 한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