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계 프랑스인, 최근 2년 새 프랑스에서만 610만 유로 뜯어내 중국·홍콩서 돈세탁
  • 지난 28일(현지시간) 美AP가 보도한, 중국에서의 돈세탁 관련 기사 화면. 통신사인 AP가 탐사보도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해당 기사는 현재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美AP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28일(현지시간) 美AP가 보도한, 중국에서의 돈세탁 관련 기사 화면. 통신사인 AP가 탐사보도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해당 기사는 현재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美AP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28일(현지시간) 美AP통신이 보도한 기사 하나가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AP가 유대계 프랑스인으로 다국적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범죄자와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킨 것이다. AP의 보도가 눈길을 끈 것은 범죄 수법이 아니라 ‘돈세탁’ 문제였다.

    AP가 인터뷰한 인물은 ‘길버트 키클리’라는 유대계 프랑스인. 그는 지난 2년 사이에만 액센츄어, 디즈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으로부터 최소 610만 유로(한화 약 79억 5,300만 원)을 뜯어냈다고 한다. ‘길버트 키클리’는 이 돈을 중국과 홍콩 등에서 세탁했다고 밝혔다.

    ‘길버트 키클리’는 AP와의 인터뷰에서 “국제금융에서 사법당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연약한 고리’를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간 곳이 중국”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인터뷰에서 키클리의 범행수법도 다뤘다. 키클리는 다국적 기업 주요 지점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해당 기업의 CEO인 것처럼 위장한 뒤 재무담당자를 바꾸라고 “특급기밀 대테러 작전에 필요하니 지원해주라”면서 계좌번호를 불러주고 일정 금액을 송금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여기에 당한 다국적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고.

    키클리는 2000년부터 이 같은 수법으로 18억 달러를 사기 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제는 벌어들인 돈으로 기업체를 인수,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지중해 휴양지에 저택을 구입해 편안히 지내고 있다. AP통신과의 인터뷰는 이스라엘에서 이뤄졌다.

    가장 최근 키클리에게 사기를 당한 기업들의 신고로, 프랑스 정부가 그를 기소했고, 키클리는 궐석 재판에서 징역 7년, 벌금 100만 유로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키클리는 이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키클리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 범죄조직들은 중국 민간인들이 사용하는 ‘환치기’ 조직을 활용하거나, 위장기업을 이용한 위장무역을 통해 돈을 빼돌리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홍콩에 위장 무역업체를 하나 세운다. 이 업체는 중국산 제품을 대량으로 수입한다. 외상거래다. 홍콩 무역업체는 얼마 뒤 제품 판매 대금이라며 중국 업체에 돈을 지급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모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짜 무역’이라는 게 함정이다.

    AP통신은 키클리의 주장에 덧붙여 “다른 범죄조직들도 비슷한 수법으로 중국에서 연간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세탁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는 해외에 있는 중국인 이민자도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길버트 키클리’는 인터뷰에서 “중국은 모든 사기꾼들을 위한 범지구적인 통로가 되고 있다”면서 “오늘날 중국은 세계적인 힘을 갖고 있어 주변국에 대해 배려하지 않고, 다른 나라들의 사법질서에 엿을 먹이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AP통신은 키클리의 사례를 전하면서 “탐사취재 결과 다른 세계 범죄조직들도 중국을 통해 방대한 규모의 돈세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이 미국과 EU 정보기관, 국제금융계의 각종 문건, 경찰 등을 취재했을 때, 이스라엘과 스페인의 조직폭력배, 북아프리카의 대마초 딜러, 멕시코와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 등이 중국에서 돈세탁을 하고 있다는 근거들을 찾아냈다고 한다. 

    AP통신은 “훙레이 中공산당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돈세탁 중심지가 된 적도 없고, 지금도 그렇지 않다’면서 강하게 사실을 부정했다”면서 “하지만 키클리의 말은 달랐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의 키클리 인터뷰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中공산당의 비호 아래 만연했던 중국 내 해외자금 세탁 문제가 제대로 불거진 것이기 때문이다.

    中공산당과 유착 세력들은 “돈이 된다”면 키클리와 같은 사기꾼, 범죄조직 뿐만 아니라 북한, 이란, 시리아 등과 같은 ‘깡패국가’를 위해 돈세탁을 할 수 있도록 봐준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AP통신의 이번 인터뷰로 그 과정과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향후 국제관계에서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