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을 끄지 않은 미장원·마트와 빵집들
    이런 정당들에 국고보조금 400억

    金成昱  /한국자유연합 대표, 리버티헤럴드 대표
     
1.
심야(深夜)에 강연을 끝내고 수도권 외곽을 버스로 지나는 경우가 많다. 어제도 시흥과 독산동 골목을 따라 한참을 달렸다. 11시 넘어 불을 끄지 않은 미장원·마트와 빵집이 즐비하다. 손님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고단한 모습이 수도권 태반의 서민들 인생일 것이다.

2.
여야가 공천을 끝내고 내놓은 공약은 지겨울 정도다.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현실적 약속은 없다. 비전도, 정책(政策)도 없는 우려먹기 식 포퓰리즘 공약판이다. 핵무기 소형화 완성(完成)을 눈앞에 둔, 미국 유력 대권 후보 입에서 ‘주한미군철수’ 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안보(安保)는 소위 보수당 새누리 안에도 나오지 않는다. 야당은 국정원 폐지와 국민 1인당 300만 원 월급을 주자고 말한다.

각 당은 수백 억 국고(國庫)를 받는 공당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월 28일 이번 국회의원선거의 선거보조금으로 6개 정당에 399억6천3백여만 원을, 여성추천보조금으로 3개 정당에 12억6백여만 원을, 장애인추천보조금으로 2개 정당에 2억4천1백여만 원을 지급했다. 선거보조금은 새누리당에 163억9천7백여만 원, 더불어민주당에 140억2천4백여만 원, 국민의당에 73억1천4백여만 원, 정의당에 21억6천1백여만 원, 기독자유당과 민주당에 각각 3천2백여만 원을 지급했다.(선관위 보도자료)>

엄청난 혈세를 받으며 막가파 내전을 벌인 뒤 공천한 각 당의 후보는 엽기(獵奇)다. 전과자 투성인 탓이다. 후보자 944명 중 383명이 국보법·집시법 위반은 물론 사기·공갈 등 온갖 잡범 출신들이다. 치졸한 당파싸움, 적나라한 붕당정치로 걸러낸 수준이 고작 이 정도라니. 정치불신(政治不信)의 폭증은 정치참여(政治參與)의 회피로 이어질 것이다. 최악의 투표율이 예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3.
한국정당의 국민적 신뢰도(信賴度)는 바닥이다. 정당과 유권자 사이의 소통은 없고 일체감과 충성도, royalty도 최악이다. 정당정치의 위기는 한국사회의 위기로 직결되고 이것은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 실패, 대표(representation)의 실패로 귀결된다.

국민과 그 마음에 기초한 정당이 아니니 민심의 흐름에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장기적·체계적 노력도 없고 일시적·단발마적 흥행을 위한 쇼맨십뿐이다. 국민과 그 마음에 유리(遊離)된 정당은 집단의 이익, 당파의 이익만 쫓는다. 여당은 일방통행식 오만(傲慢)과 탐욕(貪慾)에 빠지고 운동권 출신의 야당은 시민단체·노조 등 외부와 연합해 대안 없는 비판, 발목잡기에 연연한다. 타협과 설득은 없고 대치와 갈등 뿐이다. 합의제(合議制) 정치는 이미 없다. 소위 국회선진화법으로 다수제(多數制) 정치도 물 건너간 지 오래다. 국민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진다.

인기가 떨어진 정당, 신뢰를 상실한 정당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정당후원회도 폐지하고 국고보조금을 증액했다. 정치자금을 쉽게 조달할 통로를 만들어 낸 기존의 정당은 폐쇄적 카르텔 구조를 만든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치의 탄생을 필사적으로 저지한다. 새로운 정치를 한다며 나온 세력은 더욱 낙후된 정치의 향도가 되고 만다. 그렇게 한국정치는 저열화, 저질화, 막가파가 되어 간다. 비극이 또 다른 비극을 낳는다.

4.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不信)과 혐오(嫌惡)가 맞물리고 엇갈리며 만들어 낸 오늘의 현실은 휴전선 이남에서 답을 찾기 어렵다. 공통의 문제(問題), 공공의 적(敵)을 찾아 돌파하는 리더십이 홍해를 가르는 모세의 지팡이가 될 것이다. 불황(不況)과 북핵(北核)이라는 선명한 문제와 적을 두고 안에서 밥그릇 싸움만 벌이는 정치는 그래서 규탄 받을 사악(邪惡)이다. 불황과 북핵을 풀기 까진 약간의 차이를 넘어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 지금이 현실인 것이다. 여당마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가 아닌 죽기 살기 파당으로 치달아 버리니 이 나라에 지금 해결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답이 없다. 상당한 시간의 연옥(煉獄)을 거친다 하여도, 자유통일을 최우선 절박한 과제로 삼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오는 수밖에. 그렇게 낙원을 향해 계속 가는 수밖에.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