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적 풍요와 함께 하는 착한 선진화 : 실천방안

    김용하 /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 한국선진화포럼 특별위원
  • 1. 서언
    최근 IMF가 발표한 2015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7,513달러로 2014년에 비해서 457.6달러가 감소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르웨이는 1년만에 20,000달러이상 하락했고, 스웨덴, 덴마크 등 국가들도 약 10,000달러 가량 하락했고, 독일, 프랑스 등도 6,000달러 정도 하락했고, 일본도 3,741달러 감소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1인당 GDP가 감소하였지만 유럽 선진 각국의 감소폭에 비하면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경제성장률이 3%이하로 떨어지고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감소하면서 계층간·지역간·세대간 갈등이 심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헬조선 흙수저 등과 같은 유행어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적 불안·불만·불신이 팽배하고 심지어는 염세적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달러로 환산한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감소된 것은 경제성장률이 2.6% 상승한데도 불구하고 대미달러 환율이 약 10%정도 하락한데 기인한다. 비록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일본과 같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최근 1%이하의 저물가로 인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저물가가 반드시 부정적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지출의 위축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낮았던 가계저축률이 최근 들어서 늘고 있다는 것은 가계의 파탄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저성장·양극화의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가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생산측면에서의 지속적인 innovation의 추구와 함께, 우리 경제사회가 가진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규제혁파 등을 통하여 척결함으로써 소비측면에서의 새로운 잉여가치를 당분간 확보할 수도 있다. 본 연구는 정신 문화적 요소 등 비경제적 측면에서의 개혁을 통하여 경제적 측면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을 제거함과 함께 동일한 경제적 수준에서도 국민행복이 더 증진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저성장상태에서도 안정적인 균형 구조에 대한 국민인식 공유가 가능하다면, 저성장 상태에서도 고성장시대 같지는 않아도 적어도 필요이상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저성장 상태에서도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는 못하더라도 정신적·문화적인 풍요를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2. 저성장 현상과 대응의 한계 

    2015년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6%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2016년 역시 경제전망이 밝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70년대 10%대였고 1990년대 초반까지는 8∼9%대를 유지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4%대 후반으로 떨어진 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3%대 후반까지 낮아진 상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12∼2017년 3.4%에서 2018∼2030년 2.4%, 2031∼2050년 1.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거시경제 변수로 보면 노동인구 공급 둔화, 근로시간 감소, 설비투자 부진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던 것은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OECD 전체의 약 두 배이며, 생산가능인구 비율도 73% 수준으로 OECD 전체 회원국 가운데 최고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5∼10년 내에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성장 추세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성장률의 하락 경향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이 1990년대 초 버블의 붕괴를 계기로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에서 전례를 찾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고 있음을 장기간 성장률 추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일본과 한국의 성장경로를 중국도 밟고 있음을 위의 그림에서 최근 수년간 중국의 성장률 둔화 경향에서 예상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 경로는 시기와 정도는 상이해도  영국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의 성장경로에서 일찍이 경험했던 것이다.

경제성장률 저하는 인구구조의 노령화, 제조업의 성장률 둔화, 사회갈등의 확대 등과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장기적 추세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둔화는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주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고령화율이 현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나, 2050년경에는 가장 심각한 상태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우 고령화의 진행에 따라 소득분배이전의 지니계수가 급격히 높아졌다. 한국의 고령화율은 2015년 13.% 수준이지만 2050년에는 38.2%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또한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과 서비스업의 더딘 발전도 문제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수출 대기업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으로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으나, 제조업만의 성장으로는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제조업 중심의 성장은 고용없는 성장 양상을 보이다가 최근 성장률이 지체되자 성장없는 고용현상으로 전화되고 있다. 성장없는 고용의 원인은 서비스부문의 생산성 부진 때문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국제 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현황’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05년 이후 59%대에 머물러 80%에 육박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OECD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고, 국내 고부가가치 지식 서비스의 명목 GDP 비중도 OECD 국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반면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고용 비중(69.5%)은 OECD 평균에 근접한 수준으로 서비스 산업 규모에 비해 고용 비중이 높아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일본의 71% 선에 불과하고 저생산성의 주원인은 진입 장벽이 낮은 저부가가치 서비스 업종 취업자가 늘어나고 있고 실제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전통 서비스 업종에서 규모에 비해 취업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소비지출 구성이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요소가 많은 것도 한 원인이다. 서비스부문에서 숙박 음식점업 등의 비중이 높은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엥겔 법칙(Engel’s law)은 저소득 가구일수록 생계비에서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중, 즉 엥겔지수가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고소득 가계는 지출에서 차지하는 식품비 비중이 작다. 생존에 덜 필수적인 의류나 문화생활 등에도 돈을 쓸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엥겔지수는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지표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엥겔지수가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엥겔지수가 꽤 반등했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계(2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주류음료, 외식비가 차지한 비중은 26.1%였다. 매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할 때 2009년(26.3%) 이후 최고치다. 1990년 상반기 32.9%에 달했던 엥겔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0년 25%대에 진입했고 2014년(25.6%)까지도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소득이 감소된 것이 아니라 가계 식품비가 전년 동기보다 2.1% 늘어나 소비지출 증가율(0.3%)을 크게 넘었다. 식료품비의 지출 양상을 보면, 우리 경제가 물질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지만 정신문화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여전히 물질소비를 통한 만족 추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갈등비용이 문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 대상 24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고, 이 때문에 지급하는 경제적 비용은 연간 최대 246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갈등지수가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21% 늘어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사회갈등지수가 높은 것도 우리나라의 정신문화 측면에서 선진화가 이루어지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민 생활이 팍팍해지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로 경제성장율은 하락하는데 인구밀도는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가능인구 대비 유소년인구와 노년인구 부양율은 지난 50년과 향후 50년을 통틀어서 가장 낮은 조건이지만, 인구밀도를 보면 1970년에는 1㎢ 당 328명에서, 1980년에는 385명, 1990년에는 432명, 2000년에는 487명으로 높아졌고 2014년 현재는 513명으로 높아졌다. 에너지 등 부존자원이 거의 없고, 식량자급율도 25%에 안 되는 국토상황에서 인구수는 늘어나고,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획기적인 innovation이 일어나지 않은 한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3. 경제성장과 국민행복에 대한 재 고찰

    역사적으로 어떠한 국가도 영원히 성장을 끊임없이 하였던 국가는 없다.
    성장률의 장기적 저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중요한 것은 성장률이 저하하는 국면에서도 대응하는 국가 전략에 따라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국민의 행복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경제적으로는 저성장시대에 진입하고 있지만 인간의 행복이 단순히 1인당 GDP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GDP는 일정 기간 한 국가에서 새로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시장 가치를 합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GDP라는 지표가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GDP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실제로 향상시키는 경제활동과 그렇지 않은 경제활동을 구분하지 못한다. 실업으로 인한 정부지출과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은 GDP를 증가시키지만, 환경오염 같이 삶의 질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반영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근래 고용, 보건, 교육, 환경 등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 을 포괄하는 새로운 경제지표인 행복지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유엔(UN)산하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SDSN)’는 지난 2012년부터 토대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이는 1인당GDP, 건강수명, 사회적 지원, 선택의 자유, 관용, 부패인식 등에 대한 갤럽세계 여론조사 자료 등을 토대로 작성되어 세계행복 보고서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UN 행복보고서는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을 분석하기 위하여 행복방정식을 추정하고 있다. 행복도는 1인당 GDP, 건강수명과 같은 정량적 지표와 사회적 지원, 선택자유, 관용, 부패 등 정성적 지표와 높은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