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입 모아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주장…이란 미사일 발사 제재도 반대
  • ▲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났다. 두 외교장관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동으로 내놨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났다. 두 외교장관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동으로 내놨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사회는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4월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공천 논란에 함몰돼 있다. 같은 시각 세계정세는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 中공산당, 미국의 병력 움직임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나라 외교장관은 ‘사드(THAAD)’ 미사일의 한국 배체 문제를 끄집어 냈다.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은 회담 뒤 “미국의 ‘사드’ 미사일은 한반도의 실질적 방위 수요를 훨씬 초과하며,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해치고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드’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방어 목적을 초월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또한 “미국이 한국과 함께 추진하는 ‘사드’ 미사일 배치 계획은 현재 북한의 행동을 고려한다고 해도 규모 면에서 북한으로부터의 모든 위협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면서 러시아 정부는 ‘사드’ 문제에 있어서는 中공산당과 ‘공동의 입장’을 갖고 있음을 확실히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또한 “이는 미국이 유럽에서 구축 중인 MD(미사일 방어) 계획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한국에 ‘사드’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지구적 균형과 전략적 안정을 파괴하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中공산당과 러시아 정부의 ‘사드’ 미사일 한국 배치 반대 주장 뒤로는 다른 움직임들도 있다. 남중국해와 중국-북한 국경 지역, 북극해 일대에서의 군사적 행동이다.

  • ▲ 中인민해방군의 대륙간 탄도탄(ICBM) DF-31. ⓒ美글로벌시큐리티 화면캡쳐
    ▲ 中인민해방군의 대륙간 탄도탄(ICBM) DF-31. ⓒ美글로벌시큐리티 화면캡쳐

    中공산당은 북한이 지난 1월 7일 4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2월 6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뒤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자 2월에 백두산 북쪽 지역의 국경 지대에 배치한 중거리 탄도탄 부대를 동원해 DF-31A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 훈련을 벌였다. 같은 달 美항모에 대응하는 무기라는 DF-21D 탄도 미사일 발사 훈련도 실시했다.

    DF-31A는 1999년 처음 존재가 파악된 대륙간 탄도탄으로, 기존의 DF-31을 개량한 미사일이다. 길이 16m, 폭 2m에 발사 중량 42톤의 대형 미사일로 사정거리는 8,000~1만 1,700km로 추정된다. 1개의 1메가톤급 핵탄두 또는 3~4개의 MIRV(다중 개별목표 추적형 재진입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MIRV를 장착할 경우 핵탄두의 위력은 최소 20킬로톤에서 최대 150킬로톤까지 고를 수 있다.

    中공산당은 DF-31A를 처음 공개한 뒤로도 IT기술 등을 적용해 지속적으로 개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CEP(표준공산오차)가 150m 수준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나온다. 이는 1만km 이상을 날아가 목표에서 150m 이내에 떨어진다는 뜻이다. 미국의 ‘미니트맨Ⅲ’급 정확도와 맞먹는다.

    DF-21D는 中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이 美항모전단을 격파하기 위해 만든, 항모 타격용 탄도 미사일이다. 中공산당이 항모 타격용 탄도 미사일을 만들게 된 것은 절대적으로 열세인 해군력과 공군력을 정밀 타격이 가능한 탄도 미사일로 만회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 ▲ 中인민해방군의 대륙간 탄도탄(ICBM) DF-21D 대함 탄도 미사일. 美항모전단 공격용으로 개발한 미사일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中인민해방군의 대륙간 탄도탄(ICBM) DF-21D 대함 탄도 미사일. 美항모전단 공격용으로 개발한 미사일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국내에서는 DF-21D가 재래식 탄두를 사용하는 줄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은 핵탄두 장착 탄도 미사일이다. DF-21은 1991년 처음 등장한, 구형 지대지 탄도 미사일이지만, DF-21D는 정확도, 파괴력이 월등히 개선된 것으로 美항모전단을 잡기 위해 새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기존의 DF-21 탄도 미사일은 길이 10.7m, 폭 1.4m, 발사 중량 14.7톤의 중형 탄도 미사일로 1개의 메가톤급 핵탄두 또는 200~500킬로톤급 핵탄두 5~6기를 장착한다. 그러나 DF-21D는 1개의 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中공산당이 쏘아올린 인공위성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궤적을 수정하고, 전자전(ECM)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즉 MaRV(기동형 재돌입 탄두)를 장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DF-21D의 탄두는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최저 마하 8, 최고 초속 7km의 속도로 美항모전단을 향해 떨어진다. 이처럼 엄청난 가격과 최첨단 기술의 탄도 미사일에 재래식 탄두를 장착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中공산당은 신형 탄도 미사일 발사 훈련에 이어 지난 3월 1일에는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순항임무’를 하던 美해군 ‘존 C.스테니스’ 항공모함과 전투단 소속 순양함, 구축함에 관공선과 호위함을 따라붙게 했다. 中공산당 기관지들은 이를 “中인민해방군 해군이 美핵추진 항모를 ‘포위’했다”고 선전했지만, 美해군의 공식 브리핑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 ▲ 존 C.스테니스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한 제3항모강습단. 中공산당은 이들을 '포위'했다고 허풍을 떨다 들통이 났다. ⓒUSS 존 C.스테니스 항공모함 전투단 홈페이지
    ▲ 존 C.스테니스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한 제3항모강습단. 中공산당은 이들을 '포위'했다고 허풍을 떨다 들통이 났다. ⓒUSS 존 C.스테니스 항공모함 전투단 홈페이지

    中공산당은 이후로도 남중국해 일대에 건설한 인공섬에다 미사일을 배치하고, 군함과 함께 전투기까지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에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인근에서 중국 선박이 조업 중이던 베트남 어선을 습격, 식량과 연료를 빼앗아 달아났고, 이튿날인 7일에는 중국 국적 선박이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주변에서 조업을 하던 베트남 어선을 그대로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도주한 사실이 17일 드러나기도 했다.

    中공산당이 이처럼 남중국해에서 주변국 어민 등을 대상으로 행패를 부리면서 미국의 경고도 점차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다 일본 해상자위대까지 남중국해에서의 활동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 지역 문제는 ‘친중 대 반중’ 간의 물리적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북극해로 최신형 핵추진 탄도탄 탑재 잠수함(SSBN) 2척을 보내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발사 훈련을 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독일 ‘빌트’지는 “러시아 해군의 ‘보레이’급 핵추진 잠수함 2척이 신형 SLBM ‘불라바’의 연속 발사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최대 16발의 SLBM을 연속발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보레이급 잠수함 ‘유리 돌고루키’호와 ‘블라디미르 모노마흐’호가 북극해로 향했다”고 확인 보도했다.

  • ▲ 러시아 '보레이'급 핵추진 전략 잠수함(SSBN) 1번 '유리 돌고스키'호. 16발의 RSM-56 불라바 SLBM을 탑재한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뉴스 화면캡쳐
    ▲ 러시아 '보레이'급 핵추진 전략 잠수함(SSBN) 1번 '유리 돌고스키'호. 16발의 RSM-56 불라바 SLBM을 탑재한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뉴스 화면캡쳐

    지난 3월 12일 中 ‘겟탑 뉴스’는 이에 대해 “일부 외신들의 오역(誤譯)으로 SLBM 16발의 연속 발사시험 보도가 퍼졌다”면서 “보레이급 잠수함의 성능, 제원, 러시아의 기술력 등으로 볼 때 3~4발의 SLBM 연속 발사 훈련을 치를 가능성이 높으며, 훈련 지역은 베링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中 ‘겟탑 뉴스’는 러시아 내부 문제와 제원 등을 들어 16발의 SLBM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훈련을 할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보레이’급 잠수함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세계 최대의 잠수함으로 알려진 ‘타이푼’급, 러시아 명칭 ‘아쿨라’급을 대체하기 위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보레이’급 잠수함은 길이 170m, 폭 13.5m, 수중 배수량 2만 4,000톤 급으로 구형 ‘타이푼’급 보다는 작지만, 美전략 잠수함 ‘오하이오’급과는 거의 비슷한 크기를 자랑하는 초대형 잠수함이다. 그럼에도 수중 450m까지 잠수가 가능하고, 수중 최고 속도 또한 56km/h나 된다.

    모양도 달라졌다. 과거 소련 시절에 생산한 ‘타이푼’급은 배의 앞부분에 있는 수직발사기(VLS) 24기에 SLBM을 탑재했다. 반면 ‘보레이’급은 美‘오하이오’급처럼 마스트 뒷부분에 있는 수직발사기 16기에 SLBM을 장착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보레이’급이 탑재한 SLBM ‘불라바(Bulrava)’다. 러시아어로 ‘철퇴’라는 뜻을 가진 RSM-56 불라바는 1980년대 초반 美해군이 실전배치했던 C-4 트라이던트Ⅰ SLBM과 비슷한 외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위력과 정확도는 D-5 트라이던트Ⅱ에 육박한다.

  • ▲ 러시아의 신형 SLBM인 RSM-56 불라바(Bulava) 시험발사 장면.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러시아의 신형 SLBM인 RSM-56 불라바(Bulava) 시험발사 장면.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RSM-56 불라바는 길이 11.5m, 폭 2m, 발사 중량 36.8톤의 3단 고체연료 로켓을 장착한 탄도 미사일로 사정거리는 2011년 8월 27일 시험 발사 당시 9,000km 이상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보통 6발, 최대 10발의 150킬로톤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게다가 MIRV와 MaRV 형태의 탄두를 골라서 탑재할 수 있다. 각각의 탄두는 러시아의 자체적인 지구위성위치체계인 ‘글로나스’와 정밀 관성항법장치 등을 활용해 정확도가 CEP 350m에 불과하다.

    이런 핵탄두 탑재 신형 SLBM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무튼 러시아가 16발이든 3~4발이든 신형 SLBM을 수중에서 연속 발사하는 훈련을 하는 것은 소련이 무너지기 직전인 1991년에 실시한 ‘히포Ⅱ 전략훈련’ 이후 25년 만의 일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러시아 잠수함이 SLBM 발사 훈련을 위해 북극해로 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열흘 가량 지났지만, 아직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지난 2월 21일 주력 핵무기인 대륙간 탄도탄(ICBM) ‘미니트맨 Ⅲ’를 발사한 데 이어 2월 26일에도 다시 발사 시험을 했다. 목표는 약 7,600km 떨어진 남태평양이었다.

    이를 두고 한국 언론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지만, 이는 “세상은 한국을 중심으로 돈다”는 유아적 시각에서 나온 해석일 뿐 해외에서는 남중국해부터 한반도 일대까지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노리는 中공산당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더 많다.

    그렇다면 미국의 ‘미니트맨Ⅲ’ 발사 연속 시험이 中공산당의 DF-31A 대륙간 탄도탄 발사 훈련과 DF-21D 대함 탄도탄 발사훈련, 러시아의 잠수함 발사 탄도탄 훈련을 촉발한 것일까.

  • ▲ 美공군 주력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미니트맨 3' 발사 장면. ⓒ유튜브 화면 캡쳐
    ▲ 美공군 주력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미니트맨 3' 발사 장면. ⓒ유튜브 화면 캡쳐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시리아에서의 철군을 명령한 점 또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반군과 테러조직 알누스라 전선, 대쉬(ISIS)의 기세를 꺾었다고 판단한 러시아가 최정예 병력들을 본국으로 귀환시킨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할까.

    러시아는 2014년 4월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EU와 미국으로부터 다양한 제재를 받고 있다. 이는 국제 원자재 가격 및 석유가격 폭락과 함께 러시아 정부에 큰 부담과 고통을 주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의 불만도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中공산당은 2007년 4월부터 시작한 ‘화폐전쟁’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에게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아니, 국내 상황으로 보면 경제성장률 7%대 붕괴, 실업률 증가, 공산당 고위간부의 부정부패 노출, 매월 1,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 소진 등 사실상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형편인 中공산당과 러시아 입장에서 남은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세 강대국의 최근 모습을 보면, 1960년대 핵무기 개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중공과 소련은 스탈린이 사망한 뒤 ‘노선’의 차이를 두고 대립을 시작했고, 이들은 동시에 미국을 대상으로 핵무기 개발 경쟁을 벌였다.

    그때와 다른 점은 중공과 러시아가 ‘북한’과 ‘시리아’에 대해 같은 입장(노선)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 미국의 힘이 중공, 러시아보다 월등히 강해졌다는 점, 양 측의 대리전을 맡을 중요한 ‘말’인 한국과 북한의 전력 사이에 핵무기라는 비대칭적 요소가 있다는 점 등이다.

  • ▲ 온라인 게임 '레드얼럿' 인트로 화면 캡쳐. 제3차 세계대전은 일어나는 걸까. ⓒ유튜브 '레드얼럿' 영상 캡쳐
    ▲ 온라인 게임 '레드얼럿' 인트로 화면 캡쳐. 제3차 세계대전은 일어나는 걸까. ⓒ유튜브 '레드얼럿' 영상 캡쳐

    이러한 세 강대국 간의 대결 구도는 쉽게 안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 중국, 러시아 간의 대결 원인과 결과를 떠나 세 강대국의 ‘핵무기 선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일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를 놓고 볼 때 현재 세 강대국 간의 ‘무력 과시’는 한국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형국이 아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