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대 걸그룹 핑클 멤버에서 뮤지컬계 독보적인 여배우로 자리매김한 옥주현이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마타하리(Mata Hari)'로 돌아왔다.

    2005년 뮤지컬 '아이다'로 데뷔한 옥주현은 '시카고', '캣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위키드'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등 출연 이력만으로도 숨 돌림 틈 없이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간의 피로도는 짐작되지만 오직 옥주현이기에 꽉 차게 작품을 이어온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매 작품마다 뮤지컬 팬들에게 기대 이상의 무대를 보여준 그녀가 이번 창작뮤지컬 '마타하리'에서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뮤지컬 '마타하리' 제작발표회 이후 옥주현과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이날 옥주현은 계속되는 인터뷰 일정으로 녹초가 되었을 법한데도 흔들림이 없이 온화하고 단단했다.

    옥주현은 지난달 20일 하와이에서 열린 이진의 결혼식에 참석해 특급 우정을 과시한 바 있다. 핑클 멤버인 이효리와 성유리는 스케줄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옥주현은 "미국에 잘 다녀왔다. 결혼식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한편으론 좀 안타깝다. 미국에 있으니 보고 싶을 때 자주 못봐 속상하다. 그래서 자주 영상 통화를 한다"고 말했다.

    250억 제작비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뮤지컬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 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본명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특히, 격랑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중성, 음모와 배신, 진실과 사랑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2년 전 비공개 오디션을 치렀던 옥주현은 원작자로부터 "가장 최적인 배우다"는 평가를 받았고, 작품의 곡이 완성되기도 전에 주인공 역할을 흔쾌히 수락하며 제일 먼저 캐스팅 됐다. "모두가 마타하리 이름 들으면 여성 최초의 스파이, 유명인사를 떠올린다. '정말 이중 스파이였을까?', '사랑은 어땠을까?'라는 궁금증 요소가 충분한 것 같다. 무대 위에서 펼쳐질 마타하리 이야기가 스릴과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제작사가 주는 믿음과 신뢰가 가장 컸다."

  • 검은 머리에 올리브 빛깔의 피부,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이국적인 미모의 마타하리는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파산으로 친척집을 전전하며 어렵게 자랐다. 스무 살 즈음 장교와 결혼해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자바섬으로 건너간 후 두 아이를 낳고 7년을 살았다. 그러나 남편과 이혼하면서 유럽으로 돌아왔고, 파리 물랑루즈에서 도발적인 밸리 댄스를 처음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녀가 춘 춤은 노출이 심한 의상과 자극적인 몸놀림을 바탕으로 한 스트립 댄스에 가까운 것이지만, 유럽 전역은 열광했다. 이때부터 자신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마타하리'(인도네시아어로 '여명의 눈동자'란 뜻)라는 가명을 사용한다.

    옥주현은 "첫 등장할 때 '사원의 춤' 넘버가 있다.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남자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마타하리가 수도승의 기도처럼 매일 숲에서 나체로 미친 듯이 춤을 춘다. 그 과정에서 영혼을 씻고 다시 태어나게 된다"며 "당시의 물랑루즈는 아메리칸 드림처럼 제2의 인생을 꿈꾸던 곳이다. 자바섬 사원에서 췄던 춤을 추는 마타하리를 극장 관계자가 보고 공연을 기획하게 된다. 그런 설명 속에서 등장해 3분 넘게 노래 없이 춤을 추는 데 부담이다. 눈을 뗄 수 없게 매혹적으로 춰야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배경인 19세기 말 유럽은 역사랑 유례없는 평화와 번영을 누렸던 '벨 에포크'(좋은 시대)였다.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의상은 매우 화려하고 우아했으며, 오리엔탈적 요소가 더해졌다. 뮤지컬 '마타하리'에 등장하는 200벌의 의상은 벨 에포크 복식에서 조금 더 모던하게 스타일의 변화를 줬다. 특히, 마타하리의 물랑루즈 의상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패턴과 실루엣을 연구해 섹시하고 파격적으로 디자인했다.

    무희 마타하리를 표현하기 위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게 되는 옥주현은 "요즘 입맛이 좋다. 연습할 때는 규칙적으로 밥을 제공하기 때문에 살이 오른다. 또, 팀워크가 좋으면 살이 찌는 것 같다. '사원의 춤' 장면에서 보석 달린 비키니를 입고 춤을 춘다. 연습실 곳곳이 헬스장인데, 그걸 보고 자극을 받는다. 덜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 답이다. 최대한 헐렁한 옷을 입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감추려고 하면 긴장감이 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현재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소피 역으로 열연 중인 소녀시대 서현은 최근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옥주현 언니처럼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옥주현과 서현은 절친한 선후배로 유명하다. 지난 2014년 5월 방영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한 옥주현은 서현과 만나 "걸그룹을 하다 보면 흔들리는 시기가 온다. 나이를 좀 더 먹고 소녀에서 정말 여자가 되는 시기에 또 한 번 온다. 평생 같이 갈 순 없으니까 내가 가야 될 진짜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라고 조언해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현은 틈만 나면 내게 레슨해달라고 한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서현이 어떠냐고 물어봐서 그날 일정을 끝내고 집으로 찾아갔다. 드레스를 입었을 때 어떤 각도로 서야하는지 등 제 나름대로 무대에서 쌓은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서현 집에 방음 처리된 박스가 있다. 밤낮 가리지 않고 그곳에서 연습을 하는 서현이 정말 대견하다. 내가 출연한 '위키드' 포스터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했더라. '언니가 내겐 꿈이에요'라고 말하는데, 귀엽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 스스로를 다지기도 한다."

    한편, 월드 프리미어 뮤지컬 '마타하리'는 오는 29일부터 6월 1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되며, 3월 9일 2차 티켓을 오픈한다. 2차 티켓 오픈에서 예매 가능한 회차는 4월 19일부터 5월 15일까지이며 인터파크 티켓 사이트에서 예매할 수 있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