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실각(고사기관총 처형) 후, 朴대통령 별도 호칭없이 '김정은' 이름만 언급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끝낸 후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다. ⓒAP/뉴시스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끝낸 후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다. ⓒAP/뉴시스

     

     

    가장 강력한 대북 레버리지(Leverage), 중국이 움직이고 있다.

    다음 수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국제사회의 압박이다.

    대북(對北) 정책 기조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발판으로, 김정은 체제 붕괴(레짐 체인지: Regime change)를 적극 유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 美-中 대북제재 결의안 합의

    미국과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안 초안의 내용과 수위에 최종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시간으로 24일,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백악관에서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양국이 안보리 채널을 통해 마련한 결의안에 합의하고 세부 문안 조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존 케리 미(美)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 제재 결의안 협의 과정에서 "중요한 진전(significant progress)이 있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다음달 31일부터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양국 장관은 구체적인 결의안 내용에 대해서는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엔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채택한 제재안 내용보다 훨씬 강화된 금융 제재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결의안 초안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석탄과 철광석 등 북한 광물 수입 금지
    ▲북한 비행기의 유엔 회원국 영공 통과 금지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제재)
    ▲북한 선박의 국제항구 접근 제한 등 해운 제재
    ▲항공유 공급 중단을 비롯한 대북 원유공급 제한

    기존 금융 제재의 범위를 넓혀 WMD뿐 아니라 사치품 등의 밀거래를 통한 북한의 외화벌이 자금까지 모두 동결하도록 한 것이다. 무모한 도발을 일삼는 북한의 자금줄을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제재 대상에는 북한의 대남공작을 지휘하는 정찰총국, 핵(核)·미사일 개발을 각각 담당하는 원자력공업성과 국가우주개발국 등 개인과 기관 30여곳이 포함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 북한의 변화, 지금부터 시작이다

    비록 우리 정부의 주도로 이러한 합의가 도출된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버텨오던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움직이게 된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로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전략이 주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드 배치를 놓고 벌인 한-미(韓美) 양국의 압박 외교가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다만 추궈홍(邱國洪) 주한 대사의 공개 협박과 같은 '중국의 한국 경시(輕視)' 파동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우리 정부를 내리깔고 미국과 거래하는 모습만 보였다는 지적도 청와대에는 치명적이다.

    이는 대중(對中) 외교 정책을 새로 써야 하는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남는다.

    하지만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北核-테러)부터 급하게 꺼야 할 급박한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먼저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북한 김정은의 별도 직함을 생략한 채 이름만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의 또 다른 도발에 대해 철저히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하고, 김정은이 남한에 대해 테러 역량을 결집하라고 지시한 것에서 보듯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 등 위협 수위를 높이자 공식 석상에서 김정은의 직함을 생략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연설 당시에는 '폭주하는 김정은 정권', '김정은의 체제 유지'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최근 확연히 달라진 박 대통령의 대북(對北) 시각이 그대로 담겼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추진을 본격화하며 대북 유화정책을 시도했다.

    같은 해 5월 23일 박 대통령은 존 햄리 미(美)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일행을 접견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그런 도박을 했고, 경제발전과 핵개발을 동시에 병행시키겠다는 새로운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7개월 뒤.

    장성택의 실각과 대거 숙청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접한 박 대통령은 2013년 12월 10일 국무회의에서 김정은의 호칭을 생략하고 북한 정권의 공포정치를 강력 비판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다.

    "북한은 현재 김정은의 권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숙청을 감행하면서 공포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불안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안위와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지키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의무이고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식 개혁·개방을 주도한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기관총으로 처형한 김정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을 정상적인 국가 지도자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계기는 장성택의 처형일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공연 후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둘러싸고 웃고 있는 모습. ⓒ조선닷컴
    ▲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공연 후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둘러싸고 웃고 있는 모습. ⓒ조선닷컴

     

     

    #. 폭주하는 김정은, 北 주민들과 손 잡아야 할 때

    그리고 최근 박 대통령은 끊임없는 북한의 도발에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국회 연설에서는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 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란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대북 강경정책 전환을 선언한 이날은 북한이 광명절로 기념하는 김정일의 생일이었다. 

    이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고 북한 체제 붕괴(레짐 체인지: Regime change)까지 염두에 둔 공세적 압박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으로 해석됐다.

    이대로 가면 2~3년 뒤에는 5차 핵실험이 이뤄질 것이고 북한은 수년 내에 수소폭탄을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김정은의 폭주를 막기 위해선 정권 교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김정은이 아닌 북한 주민들과 신(新)신뢰프로세스를 구축할 때다.

    다량의 핵을 보유했던 구(舊) 소련도 결국은 국민의 봉기에 의해 무너졌다. 대북 방송과 전단 살포, 휴대용 저장장치(USB),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북핵 보유가 주민을 고통의 늪으로 밀어넣는 사태의 근원임을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 역시 북한 주민들의 의식 계몽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해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는 방안이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는 중국의 압박을 이용한 고립화 전략과 주민들의 인식 변화를 묶어 북한 정권에 치명상을 입힐 하이브리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은 바뀔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기존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는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 수 없게 됐다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 기나긴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상을 접할 수 있도록 그들의 눈과 귀가 돼 주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