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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서 요즘 가장 말을 많이 하고 있어요.”


    필요한 얘기 말곤 웬만해선 입을 잘 열지 않는 그룹 엑소의 도경수였다. 하지만 최근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의 주연이 된 배우로서의 도경수는 자신과 작품의 이야기를 전하며 요즘 가장 바쁘게 입을 ‘열일’(열심히 일하는 것)시키고 있다. DJ 형준의 23년 전 기억을 담은 ‘순정’에서 도경수는 범실로 분해 김소현(수옥 역)과 풋풋하고 아련한 첫사랑을 그린다. “인터뷰를 자꾸 하니 말하는 것도 익숙해지더라고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새삼 신인배우로서의 당찬 포부를 밝히는 도경수와의 인터뷰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일단 감독님께서 제가 범실과 ‘싱크로율’이 너무 잘 맞는다고 해주셨어요. 저도 시나리오를 보고 범실 캐릭터를 너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그 동안 엑소로서만 보여드린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와 범실의 공통점도 꽤 있는 것 같아서 바로 출연을 결심했죠. 범실과 제가 닮은 점은 남자답다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범실의 순수함과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많이 안 닮은 것 같아요. 그런 부분으로 보자면 제 17살 때와 많이 닮은 것 같네요. 사실 저는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니다’라고 확실히 말하는 성격이에요.”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도경수는 학교에서 조용한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나서고 튀는 걸 싫어했던 모습이 무뚝뚝하고 우직한 범실과 교차점을 이룬다. “어릴 때부터 저 자신을 억눌러오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범실이가 느낀 것들을 고등학생 때 이미 해본 거죠.”라는 도경수는 범실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꽤 쉽게 투영 시킬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첫사랑을 했어요. 하지만 제대로 된 첫사랑이라기보다 감정의 폭이 가장 컸던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느낀 감정들이 이번 작품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저에게 첫사랑은 풋풋함 보다는 슬프고 우울한 감정으로 많이 남아있었거든요. 수옥과의 안타까운 사연을 표현할 때 그 감정들이 도움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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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았어요. 노래도 좋아했고,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도 좋아했고, 영화도 많이 좋아했고요. 어쩌다보니 가수라는 기회가 먼저 왔고, 연기는 살면서 많은 경험을 쌓은 후에 하고 싶었어요. 엑소로 가수 활동을 하다가 ‘카트’라는 작품의 시나리오가 ‘둥’ 떨어졌는데 왠지 그 때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일단 출연을 하게 됐죠. ‘카트’ 때 결과도 좋았고, 예상 외로 많이들 좋아해주셨던 것에서 재미를 느꼈어요. 그리곤 가수를 하면서 연기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연기를 통한 희열과 맛을 일찍이 알았다. ‘카트’(감독 부지영) 이후로 영화로는 두 번째 도전, 주연으로는 처음이다. “이런 작품이 저에게 온 게 너무 감사했어요. 사실 제가 주연이란 걸 아예 모르고 시작해서 주연과 관련된 책임감은 아예 못 느꼈었거든요. 나중에 얘기를 듣고는 부담감이 엄청 몰려왔어요. ‘어떡하지?’ 계속 걱정했어요. 함께 출연한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죠. 제가 주연이 아니라 다섯 명이 주연이라 생각해요.”라고 아직은 머쓱해하는 도경수다. 주연의 기쁨을 누리기보다 부담과 겸손이 더 큰 지금이다. 쉽게 들뜨지 않고 묵묵한 모습이 도경수 다우며 범실답기도 하다.

    “또래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촬영이라기보다는 놀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즐거웠어요. 대사들이 다 있었지만 그 안에서 저희는 마음대로 연기했죠. 수옥에게 뺨맞고 걸어가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소현이는 나이에 맞게 열일곱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24살인 저와 다른 친구들이 과연 열일곱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 나이 대 밖에 표현 못할 감정을 친구들이 너무 잘 표현해줘서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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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옥에게 큰 일이 생기고서 아빠에게 달려가서 화내는 장면을 찍을 때는 태어나서 처음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수옥을 찾는 신을 총 세 테이크로 찍었거든요. 첫 번째에 화를 내고 컷을 했는데 갑자기 몸이 이상해지는 거예요. 뭔가 제 몸이 위로 당겨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팽창 됐었다고 할까. 뒤가 너무 이상했어요. 그런 식으로 세 번째 테이크까지 갔는데 그 때 연기가 끝남과 동시에 어떠한 끈이 끊기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태프 분들이 제 몸을 주물러줄 정도였어요. ‘광기’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캐릭터로 인해 도경수의 다른 모습을 느끼는 것도 흥미롭고요.”

    이제는 ‘연기자’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다. 본인 역시 연기를 하며 또 다른 도경수를 발견하는 데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부터 영화 ‘카트’, 지난해 ‘너를 기억해’와 올해 ‘순정’까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전혀 손색없는 연기를 펼쳐왔다. 일단 그가 연기를 하는 순간, ‘아이돌 엑소 도경수’라는 색안경을 낄 새가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생긴다. 특히 도경수는 슬픔과 처연함을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 24살이 표현하기 결코 쉽지 않은 감정을 줄곧 연기해 온 그다.

    “처음 ‘순정’을 접하곤 ‘괜찮아, 사랑이야’와 공통점이 많이 느껴졌어요. ‘괜찮아, 사랑이야’ 중에 정신분열에 걸린 재열(조인성 분)이 강우(도경수 분)가 환시라는 걸 알아채고 발을 씻겨 보내주는 장면이 있거든요. 제가 원래는 눈물이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슬픈 영화를 봐도 운 적이 없었는데, 그 연기를 하면서 강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도경수에게 없는 면을 획득했어요. 그 때 정말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이 곧잘 나요.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들이 모두 상처가 있었죠. 이젠 아예 상반된 캐릭터도 욕심이 나요. ‘순정’의 개덕이(이다윗 분)처럼 발랄한 것도 좋고요, 완전 나쁜 역할이 제일 해보고 싶어요.”

    ‘엑소 멤버들 중 가장 선배 연기자’라 칭찬하자 도경수는 “아니에요. 제가 뭐라고 멤버들한테 조언까지 해주겠어요. 그래도 응원은 해주죠. ‘이 신 정말 좋았다’라고도 하고 ‘제발 다치지 말고 와’라고 말해줘요. 제가 몇 작품이나 했다고요. 선배 연기자라고는 생각 안 해요.”라며 손을 내젓는 겸손을 거듭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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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원래 욕심이 많아요. 연기자로서도 가수로서도 욕심이 진짜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남한테 피해주는 건 싫어요. 단체생활이잖아요. 하나만 빠져도 큰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절대 빠지지 않으려 해요. 부득이하게 음악방송 리허설에 참가하지 못하는 일도 있는데, 멤버들이 많이 이해해줘서 고맙죠. 제가 어쩔 수 없이 빠질 때 ‘미안하다’고 하면, 멤버들은 ‘괜찮아’라고 다들 똑같이 한 마음으로 독려해줘요.”

    “올해 엑소 활동을 통해서는 엄청나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항상 행복을 드리고 웃는 게 기본인데, 한편으로는 그걸 받으시는 분들이 행복 말고 슬픔의 감정을 느끼는 건 어떨까를 생각해 본 적도 있어요. 지금까지 팬들과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같이 느끼고 계셔주셨기 때문에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저희는 유대감이 진해요.”

    두 마리의 토끼를 잘 움켜잡을 수 있는 원천으로는 엑소 멤버들과 팬의 응원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굳이 한 분야에서만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는 문제는 역량이 그 정도인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도경수는 무리가 없으며 의지가 있고 잠재력이 눈에 띈다. 과하게 욕망을 드러내기보다 찬찬하고 진지하게 의지를 나타내는 눈빛에서 앞으로의 행보에 신뢰가 간다. 그러한 모습으로 마지막 ‘순정’에 대한 생각을 전하는 도경수다.

    “‘순정’을 통해 10, 20대 분들께선 옆에 계신 소중한 사람들이 누군지를 다시금 느꼈으면 좋겠어요. 30, 40대 분들은 ‘나도 저랬었지’라며 추억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고요. 그런 시간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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