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의 '개성공단 중단' 시비 말 되나?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대해 야당 사람들은 일제히 비판적인 논평들을 쏟아냈다.
    야당의 소임은 비판하는 데 있다는 원칙 자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선 당연한 것이고,
    이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비판에 대해 비판하는 것 역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당연한 관행일 것이다.

      문재인 전(前) 더민당 대표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진짜 전쟁이라도 하자는 건가?”
    필자는 자칭 ‘진보’ 야당에서 왜 아직 이 말이 나오지 않나 하고 내심 신기해했다.
    그런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나오고 말았다.
    과연! 이 말은 그쪽 동네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임에 틀림없다.

      그럼 히틀러가 아무리 ‘지랄발광’ 흉측한 짓을 했어도
    처칠은 일체 대적(對敵)하지 말고 떡 주고 돈 주며 어루만져주고 달래주기만 했어야 하는가?
    ‘문재인 기준’대로라면 처칠은 평화에 역행한 전쟁광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핵 대국 소련을 해체하게 한 레이건도 평화에 역행한 전쟁광인가?
    그리고 고모부룰 고사총으로 쏴 죽인 김정은은 히틀러보다 결코 덜한 폭군이 아니다.

     안철수 국민의 당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개성공단 폐쇄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개성공단 폐쇄라는 정부의 대응에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박 대통령의 대응은
    당장은 강력하게 보이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인지,
    우리 국민과 국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안철수 대표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함께 ‘개성공단 폐쇄’를 동시에 꼽은 셈이다.
    시간적-논리적 배열에 있어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개성공단 폐쇄’보다 먼저 꼽고는 있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게 말해선 곤란하다.
    그가 진실로 더민당보다는 그래도 단 10 센티미터(cm)라도 더 오른 쪽에 있다면,
    그는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거론할 때 당연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우리의 개성공단 중단보다 더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요소로 두드러지게 비난했어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한민국 역대 정부들은
    그 동안 남-북 간의 평화정착, 공존교류. 화해협력, 공동번영을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만 그런 게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정권도 어떻게 해서든
    남북 대화를 성사시키고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그 이상의 교류협력도 하고 싶어 했던 게 사실이다.
    다만, 북한이 핵 폐기를 약속하고 각종 도발에 대해 시인-사과-재발방지 약속을 하기 전에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와 같은 대대적이고 일방적이며 무조건적인 대북지원만은
    유보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상호성 요구는 인간세상의 보편적인 풍습이다.

      안철수 대표라고 해서 화성에서 온 남자가 아닌 이상엔 그간의 이런 경위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어쩌자고 더민당의 김종인 위원장보다도 더 왼쪽에 선 것 같은 견해를 표명했는지, 그럴 바에야 왜 ‘운동권 프레임‘을 마다하고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말했었는지,
    전혀 앞뒤가 맞질 않는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 앞에서
    그런 북의 소행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똑같이, 또는 더 돋으라지게 나무란다는 것은
    ’온건 합리‘와 ’중도적 진보‘라는 국민의 당, 창당명분과도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안철수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하면서 시기적으로도 적절했는지, 그것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의문이다”라고 한 것 역시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한 어법이다. 따라서 “의문도 가지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은 가해자인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더 불안해하는가,
    피해자인 우리 정부의 반응에 더 불안해하는가?
    안철수 의원, 어떻게 생각하는지?

  •   우리 국민은 애국적인 국민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때
    전역 날자를 연기해 달라고까지 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감연히 맞섰다.
    이런 가상한 국민의 애국심과 용기에 깊은 신뢰는 표하지 못할망정
    “개성공단 폐쇄에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따라서,
    국민에 대한 일종의 모독이 될 수 있다.
    안철수 대표 자신은 혹시 불안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 애국적 국민은 북한의 파렴치한 도발 앞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조치를 향해 “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느냐?”고
    항의할 것이라고 필자는 보지 않는다.

      그렇게 항의할 부류도 물론 전혀 없진 않겠지만,
    그래도 ‘천안함-연평도-목함지뢰-김정은 공포정치’를 목격한 이후의 우리 국민의 의식은
    그 이전의 경우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주류는 이제 자유민주주의-공화주의-문명개화 시대의 각성된 개인들로
    거듭나고 있다.

      이종걸 더민당 원내대표는 또 이렇게 말했다.
    “선거를 앞둔 북풍(北風) 전략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
    사람은 자신이 도달해 있는 만큼의 말밖엔 할 수 없다.
    매사 그런 식으로밖엔 말하지 못한다는 건 결국 고만큼밖엔 안 된다는 걸 말해 줄 뿐이다.
    그의 눈에는 어째서 여의도 선거정쟁 따위만 보이고
    동북아시아의 미-일-중-러와 한반도 남-북 사이에서 일고 있는
    국제정치의 큰 추세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결정적인 국면이다.
    이 세계사적인 정세에 비하면 이종걸 차원의 정쟁과 관심사 같은 건 그야말로 하찮은 것이다.
    ‘이종걸 식’대로라면, 그렇다면, 김정은 역시 우리 쪽 선거를 앞두고
    더민당 등 야권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했다는 것인가?

      천정배 국민의 당 공동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대북 포용정책, 햇볕정책의 산물인 금강산 관광, 개성관광, 남북 열차운행 등이
    이명박 정부 들어 중단됐고, 박 정부가 개성공단마저 폐쇄해
    남북관계는 한-미-일과 중-러가 격돌하는 1970년대 냉전시대로 회귀한 듯하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는 왜 남북 관계가 왜 이렇게 됐는지 그 원인-즉,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가? 했는데 신문이 그걸 자세히 보도하지 않은 탓인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박왕자 씨 피살-천안함-연평도-목함지뢰‘가
    없었더라면 금강산 관광, 개성관광, 남북 열차운행, 개성공단은 아직도 지속됐을 수도 있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또 이렇게 말했다.
    "남북경협 자금, 핵 개발에 쓰였다는 증거 없다" "중-러가 경제 제재 동참하지 않으면 효과 없다"

      남북경협 자금인지, 개성공단 수익금인지, 대북 뇌물인지의 70%가 당(黨)에 상납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김정일 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주장도 있으니,
    정히 그렇다면 20대 국회가 소집되면 김대중-노무현 이래의 일체의 대북 지원에 대한 대대적인 국회청문회를 열었으면 한다. 그 청문회엔 당연히 박지원 당시 문화부장관이자 청와대 비서실장이 아주 막중한 증인의 한 사람으로 출석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개봉(開封)박두, 걸기대(乞期待)다.
    관람객 천만 명 쯤은 거뜬히 넘길 것이다.

     박지원 의원이 말한 대로 중-러가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대단히 불완전한 제재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 상-하 양원이 마련한
    독자적 대북 제재만으로도 북한은 골병들 수 있다.
    일본도 독자 제재 방안을 마련했다.
    박지원 의원은 그래서 “북한이 별로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마냥 낙관만 하진 않는 게 안전할 것이다.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고 다른 주장을 펴는 자유와 권리는 100% 존중한다.
    그러나 말 되는 말을 해야 존경을 받고,
    표현의 자유가 가진 본연의 가치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