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發 마타도어에 당 이미지 훼손"… 광주 공천 집착이 원인이란 지적도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신기남 의원의 입당설이 정치권에 회자된 것을 놓고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향해 불쾌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기남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 탈당을 선언했다. 신기남 의원은 "경희대 로스쿨의 누구도 외압을 받지 않았다고 공언했으나, 정작 당 지도부와 윤리심판원은 사실에 눈감고 언론 눈치 보기에 연연하기만 했다"며 "나에게 당을 위한 정치적 희생물이 돼달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장발장이 되기를 거부한다"며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으로, 이건 당의 윤리적 강화가 아니라 재앙"이라고 탈당을 선언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재학 중인 아들이 졸업시험에서 낙방한 것을 구제하려 시도했다는 논란이 마침내 4선 중진 의원의 탈당 사태로까지 번진 것이다.

  • 신기남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넥타이를 고쳐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신기남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넥타이를 고쳐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신기남 입당설에 국민의당 지도부 '화들짝'

    이 와중에 신기남 의원의 국민의당 입당설이 난데없이 정치권에 파다하게 번졌다. 13일을 전후해 신기남 의원이 탈당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곧 이 소식은 신기남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설(說)로 번졌다. 소식은 눈덩이가 점차 불어나듯이 "김한길 대표와 사전에 합류 문제를 논의했다더라" "국민의당이 박지원·최재천 의원에 신기남 의원까지 잡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다더라"는 등 그럴듯한 정황까지 갖춰갔다.

    이렇게 되자 신기남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기조차 전에, 국민의당 지도부가 입당설을 먼저 부인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교감설'의 주역으로 묘사된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 측은 13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신기남 의원과 당적(黨籍)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한때 신기남 의원, 정동영 전 의장과 함께 '천·신·정'이라는 그룹으로 묶여 새천년민주당 분당을 주도하기도 했던 천정배 공동대표 측 핵심관계자도 "(천정배 대표가 신기남 의원과) 교감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김한길 위원장이나 안철수 대표 쪽에서 조율하고 있다면, 뭐라도 한 마디가 있었을텐데 그러한 것이 일절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급기야 안철수 대표 본인도 14일 오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신기남 의원의 입당은) 당내에서 우려와 반대가 많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김경록 대변인도 "더민주에서 중징계를 받은 신기남 의원의 이른바 '갑질'은 우리 당의 당헌·당규나 원칙, 추구하는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본인도 '강서구민당' 한다는데… 입당설 출처는?

    신기남 의원 본인조차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 "내 곁에는 20년 동안 나를 지켜준 강서구민이 있기 때문에, 광야로 나서지만 외롭지 않다"며 "나는 강서구민당 소속"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오는 4·13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국민의당 입당설은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다.

    이렇게 되자 그 어느 정치인도 '신기남 의원의 국민의당 입당·합류설'을 입밖에 내지 않았는데, 왜 이런 소문이 파다하게 번져 국민의당 지도부가 모두 이를 공개 부인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의문이 남는다.

    신기남 의원의 국민의당 입당설 해프닝은 결국 국민의당의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갑질 논란'으로 중징계를 받고 나오는 의원을 마치 영입할 수도 있는 것처럼, 혹은 영입 시도가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비쳐짐으로써 국민들의 뇌리에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기 때문이다.

  • 국민의당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신기남 의원이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신기남 의원이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신기남, 열우당 창당을 "금자탑" 표현… "들어오면 호남 망해"

    게다가 신기남 의원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서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 호남 지역에 여전한 상흔으로 남아 있는 새천년민주당 분당 사태의 주역이다.

    또다른 주역인 천정배 대표는 지난해 12월 29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의 정치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내게 커다란 책임이 있다"며 "지난날의 전략적 과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열우당 창당을 사죄했다. 천정배 대표는 당시 "호남의 희생을 바탕으로 (친노)패권의 싹이 자라나게 했다"며 "어느 때부터인가 호남 정치는 표나 몰아주는 단순한 하청동원기지로 인식되고 '우리가 결정하면 너희는 찍어라'하는 식의 (친노)패권주의의 희생물이 됐다"고 토로했다.

    국민의당 입당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도 "2002년 분당 때 좀 더 참지 못했다"며 "죄송하고 죄송하다"고 열우당 창당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런데 신기남 의원은 되레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으로 지난해 12월 27일, 트위터에서 열우당 창당을 사죄하려는 천정배 대표를 향해서 "천정배 동지가 사과한다는 게 설마 사실은 아닐 것"이라며 "사과하지 말라. 그건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호남 정치를 친노패권주의 밑으로 굴종시키고 호남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새천년민주당 분당과 열우당 창당에 대해 "정치개혁을 선도한 금자탑"이며 "단순한 한때의 추억이 아니라 다시 도래해야 할 우리의 미래"라고까지 극언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새천년민주당 분당에 대한 신기남 의원의 관점이 호남 민심과 크게 괴리돼 있다"며 "이런 사람이 입당하면 호남에서 큰일난다"고 말했다.

    ◆입당설 출처도 '복수의 더민주 핵심관계자'인가

    안철수 대표는 몰라도 천정배 대표나 김한길 위원장은 그 정도 정치적 계산을 하지 못할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신기남 의원의 국민의당 입당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그림'이었다는 말이 되는데, 영입·합류설은 뜬금없이 어디서 터져나왔을까.

    국민의당 관계자는 "'복수의 더민주 핵심관계자'가 아니겠느냐"며 "요즘 우리 신당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려는 말들이 계속 더민주에서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다"고 강한 불쾌감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의 실례로 △김한길 밀약(密約)설 △천정배 지분요구설 △정동영 전략공천 요구설 등을 함께 거론하며 노기를 감추지 못했다.

    '김한길 밀약설'이란 김한길 위원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은 자신으로 후보단일화를 한다는 전제로, '선거 연대'에 부정적인 안철수 대표를 설득해 4·13 총선에서 더민주~국민의당 간의 '선거 연대'를 이뤄내기로 더민주 핵심관계자와 밀약했다는 설(說)이다.

    '천정배 지분요구설'이란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공동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을 전제로 구 국민회의와 더민주의 통합 문제를 논의하던 천정배 대표가 광주 지역에 대한 공천권과 당의 5대5 지분을 요구했다는 설이다.

    '정동영 전략공천 요구설'이란 전북 순창에 칩거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이 더민주 핵심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복당의 조건으로 자신을 전주 덕진에 전략공천할 것을 요구했다는 설이다.

  • 지난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 천정배 대표, 안철수 대표가 서로 축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 천정배 대표, 안철수 대표가 서로 축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說·說·說… 가담항설에 흠집나는 국민의당

    이 설들을 언급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하나같이 말같지도 않은 소리"라며 "이 중에는 '더민주 핵심관계자'발(發)로 보도가 이뤄진 것도 많은데, 발상이 조악해서 김한길 대표쯤 되는 분이 생각해낼만한 발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만일 김한길 위원장이 수도권에서 선거 연대를 이뤄내려면 자신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백의종군을 해야 당내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그나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기 자신이 광진갑에서 당선되자고 선거 연대를 추진하는 꼴이 되면 그게 먹혀들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천정배 대표의 지분요구설은 천정배 대표가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결정한 직후에 '더민주 핵심관계자'가 흘렸다는 점에서 아주 질이 나쁘다"며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일로, 국민의당~국민회의 간의 전격적인 통합이 호남 여론에 파장을 일으키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책략을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동영 전 의장은 전주 덕진에 우리 당 소속으로 나가든 무소속으로 나가든 김성주 의원을 꺾고 무조건 당선될 사람인데, 자기 자신의 전략공천을 요구했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이것도 더민주 핵심관계자가 말을 지어내 흘렸다가, 결국 정동영 전 의장 측의 고소·고발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첨언했다.

    ◆지분요구설 불식 위해서는 千 책임있는 행보 필요

    결국 더민주 측에서 국민의당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마구잡이 마타도어와 유언비어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이 분당되면서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사람들이 두 당으로 갈라서게 됐는데, 이를 이용해 상대 당에 대해 질낮은 소문을 흘린다면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국민의당의 복잡한 지도체제 문제가 터무니없는 소문을 '있을 법한 일'로 생각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천정배 대표의 지분 요구설은 천정배 대표 스스로가 앞으로 오해를 받지 않을 행보를 통해서 풀어야 할 숙제"라며 "광주에서의 공천 문제에 유독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컷오프 등으로 특정인을 공천에서 인위적으로 배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