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중단과 북한주민들의 민심
     
    박주희 기자  /뉴포커스
         

  • ▲ 개성공단 북한근로자들 / 자료사진
    ▲ 개성공단 북한근로자들 / 자료사진


     남한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대응으로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정한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정부의 실천적 대안으로 풀이된다.

    남한정착 3년 차 탈북민 박 씨는 "개성공단이 멈춰 서면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보통 노동자가 아니라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사람들이다. 따라서 개성공단 조업 중단은 북한 경제와 주민들에게 커다란 경제적 혼란과 타격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에 대한 주민의 충성심마저 퇴색시킨다."고 증언했다.

    "지난 천안함 사건과 연평해전이 일어났을 때 북한 주민들은 개성공단에 영향을 미칠까 봐 가슴을 조였다. 당시 주민들은 개성공단 덕분에 잘 먹고 사는데 왜 자꾸 북한 정권에서 문제를 일으키느냐며 남한보다 북한 정권을 더 욕했다. 실지로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족들은 달마다 나오는 월급으로 가정유지를 했으며, 영양가 높은 남한 초코파이도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북한 정권의 거듭되는 핵 실험으로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주민들의 민심은 자연스레 북한 정권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차오른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은 가족 중 한 명이라도 개성공단에서 일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되면 "드디어 죽에서 벗어나는구나"라고 모든 가족이 안도와 기쁨을 표현한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주민은 뇌물을 써가면서까지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개성공단은 한마디로 북한 근로자들의 사활이 걸린 생명줄이다.

    개성출신 탈북민 최 씨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월급보다 부수적으로 얻는 물건들을 통해 생활에 도움을 받는다. 근로자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추어 달리기(도매상)하는 장사꾼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그날 받아온 한국물건을 돈을 주고 사들인다."고 증언했다.

    "이런 장사꾼들은 어느 집에 누가 개성공단에서 일하는지 저마다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 어떤 주민은 중간거래를 전문하는 집을 통해 물건값을 받으며 직장에서 받은 한국물건이 어느 정도 모이면 수화물을 통해 북한 전역으로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개성에서 확보된 한국산 물건은 북한 전역으로 퍼져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성공단 직원들이 악착같이 물건을 빼돌리며 돈을 버는 이유 중 하나는 근로자 대부분이 못살던 노동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노동자들이 농장에 속해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살던 농장 출신을 부러워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었다. 농장에 속한 주민은 농민이라는 이유로 개성공단에서 일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증언에서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방앗간에서 떡고물을 빼먹듯 조금씩 회사 물건에 손을 댄다고 했다. 특히 여성속옷 같은 경우 근로자가 입고 나오는 수법으로 몰래 빼돌린다는 것, 그러나 좀도둑에 불과한 근로자와 달리 공장의 간부급은 크게 물건을 빼돌려서 '큰 도둑'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북한의 전국 장마당에서 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있기 전 개성주민들은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기에 북한사람들조차 무시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개성사람은 중국 돈과 달러를 쓰지 않고 북한 돈만 사용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개성공단에서 유일하게 쓰이는 돈인 달러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이제는 세상소식에도 가장 민감하다고 한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