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 때에 따라 '할 수도, 안 할 수도'… 지도부 자의 개입 우려
  •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주승용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주승용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국민의당이 12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후보 공천 룰을 담은 당규를 의결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시행규칙 등에 담길 예정이지만, 공천룰에 대한 사실상의 윤곽이 나온 셈이다.

    이날 발표된 공천 룰에는 공천 부적격 기준 6개와 숙의선거인단투표·숙의배심원단투표 등 공천 방식 4개가 포함됐다.

    공직선거후보자 심사 부적격 기준 6개는 △뇌물·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범죄로 기소돼 당원권이 정지된 자 △친인척 및 보좌진 등이 후보추천 신청자의 공무행위 중 부정부패 범죄로 금고 및 집행유예를 받아 확정된 자 △성범죄·아동관련 범죄·공적 지위를 이용한 범죄로 추천신청일 이전에 하급심에서 금고 및 집행유예를 받은 자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은 자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자 △기타 공직선거자후보로 추천하기에 부적합한 자다.

    다만 위의 6가지 기준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자격심사위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예외를 인정할 수 있어 지도부의 자의성이 개입될 우려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

    이처럼 예외 조항을 따로 둔 이유에 대해 국민의당 최원식 수석대변인은 "범죄의 경우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예외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오랜 시간이 지났거나 다른 어떤 기여 부분이 새로 있거나 하는 경우에는 자격심사위 결정에 따라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경선 방식은 △여론조사 △숙의선거인단투표 △숙의배심원단투표 △당원투표 이상 4개로 확정했다.

    숙의(熟議)선거인단 제도는 국민의당의 당헌을 기초한 유성엽 의원이 지난해 7월 고안한 제도다. 선거인단을 추출해 이들의 투표로 공직후보자를 결정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이른바 공론조사 방식과 동일하다.

    단, 선거인단 추출 과정을 기존의 KT집전화 대신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한 안심번호를 통해서 하기 때문에, 착신전환·복수회선 개설 등의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 또, 이렇게 모집된 선거인단이 바로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후보자의 정견발표와 자유토론, 그리고 선거인단 내부의 토의까지 거쳐 충분한 숙고(熟考)와 논의(論議)를 한 뒤 투표를 한다. 숙의(熟議)선거인단 제도라는 명칭은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숙의배심원단 투표는 다른 절차는 숙의선거인단제도와 동일하지만 선거인단이 일반 유권자 뿐만 아니라 당원·전문가·시민사회 관계자 등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날 발표된 공천 룰에 따르면, 경선 과정에서 최다 득표자가 40% 이상의 득표를 올리지 못할 경우, 1위와 2위 후보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일정상의 이유로 결선투표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최고위원회나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으로 결선투표 실시의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했다.

    호남 등 경선에 뛰어드는 후보가 많은 지역구의 경우,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40%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할 것으로 보이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결선투표가 어렵다고 인정되면 최고위나 공관위가 후보결정 권한을 가지게 되는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자칫 지도부의 자의적 결정이 공천 과정에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원식 수석대변인은 "일정 상의 안전장치로 포함된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4가지의 공천 방식이 공개됐지만,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4·13 총선에서는 일반여론조사와 숙의선거인단·숙의배심원단의 3가지 방식만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현역 국회의원이 없고 정치 신인들끼리의 경쟁이라 인지도 문턱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구에서는 일반여론조사가 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역 국회의원이 있는 지역구에서는 정치 신인들의 공정한 경쟁 기회 보장을 위해 숙의 과정이 존재하는 숙의선거인단과 숙의배심원단 제도가 주로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숙의선거인단 제도와 달리 숙의배심원단 제도는 배심원 구성 과정에서 자의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제기될 우려도 엿보인다.

    최원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공천 룰 관련 당규 발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창당 초기라 당원이 막 구성됐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당원투표는 어렵다"며 "실질적으로 여론조사와 숙의선거인단·숙의배심원단으로 갈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청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정치 신인에게는 10~20%의 가점을 부과하고, 징계를 받은 경우 최대 20%까지 감정을 부과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천 룰 발표 직후,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사실상 모든 정치 신인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현역 의원의 기득권은 이미 다 배제된 상태"라며 "정치 신인들이 이보다 좋은 환경에서 정치를 해볼 기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더불어민주당보다 훨씬 더 혁신적인 공천안이 마련됐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김동철 의원은 "4년 전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시절의 공천을 보면 비례대표와 지역구를 가리지 않고 코드 공천을 하지 않았느냐"며 "모바일 경선을 한다고 해서 다 자기네 (친노) 계파에 유리한 경선을 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 (국민의당 공천안)은 공천 혁신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일반여론조사와 숙의선거인단·숙의배심원단 중에서)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든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생각이지만, 경선에 참여하는 데 문턱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그러한 것(문턱)이 있게 되면 결국 또 자의적인 공천이 되는 셈인데, 우리 당이 지금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이 지도부에 의한 밀실 공천과 자의적인 공천"이라는 점을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