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험지로 떠밀고, 홀로 고향 돌아와 6선한 이해찬, 7선 가능할까
  • ▲ 친노 이해찬 의원이 7선에 도전하는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구성모 전 청와대 행정관. ⓒ구성모 예비후보 블로그 갈무리
    ▲ 친노 이해찬 의원이 7선에 도전하는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구성모 전 청와대 행정관. ⓒ구성모 예비후보 블로그 갈무리

    남들을 다 사지로 떠밀어놓고 정작 자기자신은 고향으로 꽃가마 타고 돌아온 것도 모자라, 급기야 7선에까지 도전하는 기이한 행태를 저지할 맞상대는 누가 될까.

    4년마다 총선이 돌아오면 야당은 험지출마론과 호남 다선 중진 의원의 차출론으로 몸살을 앓는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도 늘 그렇듯이 그런 논란에 휩쓸려 있었다.

    호남 다선이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극성스런 친노(親盧)들의 공세에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에서만 4선을 한 정세균 전 대표는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겼다.

    전남 담양·곡성에서 3선을 한 김효석 전 원내대표는 서울 강서을로, 전남 영암·장흥·강진의 유선호 전 의원은 서울 종로로, 전주 덕진의 정동영 전 의장은 서울 강남을로, 경기 안산단원갑의 천정배 전 장관은 서울 송파을로, 정든 지역구를 떠나 분분히 날개짓을 해야 했다.

    이 와중에 아주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비노(非盧)에게는 추상 같이 적용되던 '험지출마 안 하면 낙천하겠다'는 협박성 원칙이 친노 핵심 인사 앞에서는 눈녹듯 사라져버린 것이다. '서울의 호남' '야권의 텃밭'이라 불리는 서울 관악을에서만 5선을 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친노 핵심인 이해찬 전 총리는 비노·호남 다선 의원들이 뿌리채 뽑혀 지역구 강제이주를 당해야 할 때, 한 발 뒤로 물러서 짐짓 뒷짐 진 자세로 "국회의원만 20년 한 사람인데 또 무엇을 한다고 그러느냐"며 마치 출마하지 않을 듯한 태세를 취했다.

    그런데 험지출마가 일응 정리되는 국면이 되자, 같은 친노인 한명숙 전 대표가 달려가 "제발 세종에 출마해달라"고 읍소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이해찬 전 총리의 고향인 청양군 인근에 있다. 공주시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청양IC에서 서세종IC까지는 자동차로 20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지척에 있는 거리다.

    남들에게는 "전부 고향을 떠나 험지(險地)에 출마하라"며 마치 스탈린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연해주의 우리 동포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듯 내몰더니, 정작 같은 친노에게는 "고향 옆에 출마해달라"고 사정하는 꼴이었다.

    이에 이해찬 전 총리는 못 이기는 척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중복도시의 최초 기획자이자 설계자로서 소임을 다하려 출마한다"며 "국회의원과 국무총리로서 쌓아온 국저운영의 경험과 정치력을 바탕으로 세종시를 제대로 된 명품도시로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출마를 선언했다.

    이를 받아들이는 한명숙 전 대표의 말도 가관이었다. 한명숙 전 대표는 "이해찬 총리가 정치를 그만 하겠다고 결심한지 꽤 되는데, 세종시 출마를 반드시 이해찬 총리가 맡아줘야 한다는 일념으로 내가 간절히 호소하고 부탁했다"며 "나의 간절한 바람이 통해서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초록이 동색'인 무리들이 저지른 한 편의 희극이었다.

    이 때 한명숙 전 대표를 위시한 친노 무리들에 의해 낭떠러지에서 떠밀린 호남 비노 정치인들은 정세균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전부 낙선당했다. 그 중 유선호·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은 이 일을 계기로 친노의 패권주의적 행태를 절절히 체감해, 더민주를 탈당하고 호남 정치 복원에 나서는 중이다. 친노의 후안무치함이 분당(分黨)을 초래했다는 직접적 증거다.

    이렇게 호남 출신의 큰 정치인이 크는 길목을 다 막아놓고 당까지 깨지는 원인을 제공하더니, 정작 본인은 고향에서 6선을 달성한 이해찬 의원이 다가오는 4·13 총선에서 급기야 7선에 도전한다.

    이번에도 더민주에서는 호남 중진의 불출마 강요와 물갈이 위협 등 온갖 정치적 꼼수들이 횡행하는 가운데, 친노 무리들은 정작 이해찬 의원의 7선 도전에는 입다물고 있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이해찬 의원의 7선 도전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친노패권주의에 대한 자정 작용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뜻"이라며 "이 당은 이제 더 이상 안에서 고칠 도리가 없고, 외부에서 강한 충격을 주어 깨부수는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외부 충격을 통해 이해찬 의원의 후안무치한 정치 행태를 심판하기 위한 예비후보들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을 통해 나설 조짐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동주 변호사, 박종준 전 청와대 경호실 차장, 조관식 전 서울마포갑 당협위원장, 허철회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저마다 본선에서 이해찬 의원을 상대할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 중 박종준 전 청와대 경호실 차장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인접 선거구인 충남 공주에 출마했다가 더민주 박수현 의원에게 패한 바 있다. 박수현 의원이 "박종준 차장이 그 때의 트라우마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는 공주로 출마하지 않고 세종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점친대로, 지역구를 옮겨 세종에 출사표를 던졌다.

    만일 본선에서 이해찬 의원과 박종준 전 차장의 대결 구도가 성사되면 이른바 친노 대 친박(親朴)의 대결이 되는 셈이다. 이해찬 의원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자타공인의 친노 핵심이며, 박근혜 대통령을 경호한 박종준 전 차장은 친박으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친노 대 친박 대결 구도'는 제3당인 국민의당 후보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전형적인 선거 구도다. 국민의당의 핵심 브레인이자 전략기획통의 역할을 맡고 있는 문병호 의원은 앞서 "이번 총선은 친노와 친박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 같은 느낌"이라며 "정치신인들은 작은 기반에 연연하지 말고, 친노~친박 색깔이 짙은 의원들이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당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문병호 의원은 "패권적 친노 세력은 개방하고 포용하는 그런 진보가 아니고,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의미의 독선 진보"라며 "독선 진보의 대표인 친노와, 친박, 이 두 세력에 대해서 강력한 심판을 하기 위해 특별한 공천을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일까. 지난 2011년 12월 세종시 한솔동의 첫마을에 입주한 이래 세종에서만 살아온 구성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국민의당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친노 이해찬 의원 심판을 선언해 주목을 끌고 있다.

    구성모 전 행정관의 선거전 가세로 인해, 세종의 오는 4·13 총선은 친노 후보와 친박 후보에 제3당인 국민의당 후보까지 한데 어우러지는 3자 대결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구성모 전 행정관은 출마선언문에서 "세종이 출범한지 4년이 지났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세종으로 오지 않고 있다"며 "이를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더민주마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식하기도 두렵고 물건 하나 사기도 쉽지 않을 정도의 살인적인 고물가에 세종시민들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며 "기존 정치인이나 자치단체장이 방관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더민주와 새누리당은 양당 독재 체제를 기반으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양당 독재의 폐해와 이들의 무책임 정치를 용서하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