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관계법 처리 등 원내 다른 현안 산적… 안보법제 밀려날 수도
  • 각 정당에서 공천의 칼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엄중한 안보 정국 대응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각 정당에서 공천의 칼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엄중한 안보 정국 대응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설 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각 정당에 공천의 '칼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어서, 엄중한 안보 정국 속에서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도발은 결국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으로 이어졌다. 남북관계의 경색이 불보듯 뻔한 가운데, 북한이 당대회 등 주요 내부 행사를 앞두고 고강도~저강도 도발을 병행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등 안보 관련 법제의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이 있었던 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자리에서 "지금의 비상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테러를 할지 아무도 예측가능하지 않다"며 국회에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의결을 당부했다.

    그간 참을성 있게 대화와 협력을 모색했음에도 명절을 앞두고 도발 행위로 찬물을 끼얹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2당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중도를 표방하고 나선 국민의당이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응수로 개성공단 중단을 선언한 우리 정부 조치에 비판적인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개성공단 사업은 우리가 중단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제재 때문에 중단이 불가피하게 된다. 타의에 의해 중단되기에 앞서 우리가 보유한 카드를 우리가 먼저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같은 당연한 조치를 국민의당이 비판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호남 표심을 놓고 야2당이 DJ(김대중 전 대통령) 계승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을 사로잡아야 하는 야2당은 어느 쪽이 DJ를 계승한 이른바 '민주개혁세력'의 적통(適統)이냐를 두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DJ '햇볕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을 부인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원내(院內) 상황도 녹록치 않다. 새누리당이 설 연휴 기간에라도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을 협상해서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더민주의 반대로 결국 연휴 기간에는 대북규탄결의안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만 열리는데 그쳤다.

    설 연휴가 끝난 지금부터라도 안보 관련 법제의 처리가 필요하지만, 오는 17~18일에는 공직선거법 등 정치관계법을 처리하기로 하는 전제를 달고 지난 4일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이 먼저 통과됐다. 이제는 싫어도 정치관계법 처리가 원내의 핵심 이슈로 자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안보 법제는 원내의 핵심 이슈에서 밀려날 것이 우려된다.

    그나마 새누리당·더민주·국민의당 3당의 중앙당은 안보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다투고 있기라도 하지만, 소속 의원들의 마음은 엄중한 안보 정국은 안중에도 없이 '콩밭'에 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 연휴가 끝남에 따라, 각 정당의 전략·우선공천지역 선정과 경선 레이스가 빠르면 이달부터 점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11일 공천관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연다. 이한구 위원장이 현역 의원 물갈이를 의미하는 우선추천제를 적극 활용할 의사를 내비치고, 이에는 TK(대구·경북) 지역조차 예외가 없다고 호언했다. 따라서 어느 지역이 우선추천제 적용 대상이 포함될 것인지를 놓고 의원들과 계파 간의 치열한 물밑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도 10일 공천관리위원 인선을 마치고 공관위를 본격 출범시켰다. 이번 공관위에는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비노(非盧) 성향 의원들을 향한 대대적인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20% 컷오프는 탈당 의원들을 제외한, 남아 있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뜻을 밝혀, 이같은 위기감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공천희망자 접수를 받고 있는 국민의당도 접수가 마무리되는대로 세부적인 '공천 룰'을 확정·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천정배 대표가 연일 '뉴DJ가 광주 지역에서 공천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탈당파 현역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어 치열한 샅바 싸움이 벌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불어오는 공천의 '칼바람'이야말로 의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과연 선량(選良)들이 안보 정국에 집중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미 2월인데, 국회가 기능을 다하는 시점은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안보 관련 이슈가 총선에서 쟁점으로 부상할 수는 있겠지만, 그 전에 실질적인 법안의 의결 등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