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건지...
    돼지에게 무릎 꿇고 싹싹 빌면 된다고?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까치 설날, 즉 지난 섣달 그믐날 오전에 북녘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많은 국민들이 긴장하고,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했다.
    하지만 고향 가는 길을 포기했다거나, 연휴를 맞아 계획했던 해외 여행을 연기했다거나 등등
    설 명절 쇠는데 지장이 있었다는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역시 국민들은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일상(日常)을 이어갔다.

      ‘북악(北岳) 산장’과 광화문 정부청사의 일부, 용산의 국방부·합참·연합사, 그리고
    특히 종편(綜編) 방송 등만이 하루 종일 분주했다.
    ‘국민의 군대’야 크게 긴장했던 건 물론이고 당연했다.
    뭐 딱부러지는 대응책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반면에 이 나라 주변의 양놈 왜놈 뛔놈 노스께 등은 나름의 셈법을 동원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 이 나라의 떼거리들이 있었다.

  • 겉으로는 똥씹은 듯한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안보의 화신’인 양 일제히 “강력히 규탄한다!”고
    그 무슨 성명·논평을 냈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휴우”하고 안도의 한숨도 내쉬었을 것이다.
      그간 자신들이 한 짓거리로 미루어 설 명절이 유쾌하거나 득이 될리 없는 새(鳥)무리, 그당, 그리고 쉰당까지...
      연휴기간 동안 고향을 찾은 국민들이 모여 앉기만 하면 술 안주 삼아 또는 심심풀이라도,
    그리고 종편 방송을 틀기만 하면 아예 특집으로 쉴 새 없이 씹어댔을 터이다.
    허나 반갑게도 북녘에서 핵실험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장거리 미사일을 쏴 주고,
    게다가 연이어 서해 NLL 침범까지 해 줬다.
    “역시 ‘최고 돈엄(豚嚴)’은 쓸만해. 상생(相生)이란 이런 것 아닌가”라고
    차마 공개적으로 말은 못했지만, 무척이나 고마웠을 것. 이어서...

      이젠 역공(逆攻)이다. ‘안보의 화신’에서 ‘국익(國益)의 수호신’(?)으로 변신을 한다.
    그 골칫거리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양놈과 공식 협의하기로 했다지 않나.
    국민의 군대가 나섰지만, 필시 ‘국군 통수권자’의 결심이리라.

      그간 ‘국(國)개 심판론’ 때문에 얼마나 수모를 당했나. 반전(反轉)시킬 절호의 기회가 왔다.
    특히 ‘그당’이야 ‘심판론’의 한가운데 있었으니, 한마디로 큰 껀수다.

      “기다렸다는 듯이 발표한 사드 배치 공식 협의 시작은 유감스럽다... 사드 배치는 동북아의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고, 중국의 반발을 불러 대 중국 외교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군사적 효용성과 비용”도 함께 들고 나온다.
    “사드 배치하지 마라!”의 다른 표현이다.

      자타(自他) 공히 중국 전문가라고 인정하는 학자도 거든다. “참혹한 역사로 기억되는 병자호란과 같은 상황도 각오해야 한다... 마늘 파동 같은 조치로도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지 않았느냐?” 북녘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왜 쓸데없이 하필이면 뛔놈이 그렇게 싫어하는 ‘사드’를 갖다 붙이냐는 거다.

      늘 느끼는 바이지만, 필시 이 나라의 중국 전문가는 중국편, 북한 전문가는 북한편이지 싶다.
    하루 종일 북녘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찧고 까불어댔던 종편 방송에 나온 북한 전문가라는
    얼간이도 ‘사드’ 배치에 극구 반대를 하더만...
     
      더군다나 든든한 원군(援軍), 아니 거의 한 통속이라고 해야 옳을
    이 나라 기독교인들의 말빨도 거세다.
      “사드배치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에서 대결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고조시킬 뿐... 한미 양국은 사드배치를 즉각 취소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하여 북한·중국·러시아 등과의 대화와 협상에 임할 것...”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화해·통일위원회의 말씀은 이어진다. “국제사회는 주권국가인 북한이 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위성을 발사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해야 할 것...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대북제재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 기독교인들 외에 이른바 ‘진보적 시민단체’들도 이미 북녘의 핵실험 국면에서부터
    “대북 제재 반대”와 “사드 배치 반대”의 선명한(?) 입장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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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앞으로 ‘그당’과 그 ‘중국·북한 전문가’ 그리고 그 ‘기독교인’들과 그 ‘시민단체’들은
    작금의 북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어떻게 응징·해결하자는 걸까?

      ①북녘의 핵·미사일 시설을 골라 제한적으로 폭격을 한다? 당장 “전쟁하자는 거냐?”며 씩씩거릴 게 뻔하다. ②국방비를 늘려 조기에 그럴 듯한 대응 무기를 장만하자? ‘사드’를 주한미군의 요청으로 배치하자는데도 “북한과 중국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이어지고 있다. ③북녘 세습독재를 뒤엎어버리자? 이건 무조건 반대다. 돌아가신 슨상님과 변호인의 유훈(遺訓)이다. ④국제사회와 공조 하에 강력한 제재는 어떨까? 자체적으로 개성공단 폐쇄도 고려하면서... 그거야 해 볼테면 해 봐라. 언제 제재가 없어서 북녘이 핵·미사일 만들었나?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는 절대 안 된다. 북녘 ‘최고 돈엄(豚嚴)’ 지갑에 달러가 들어가지 못하게 돼서는 절대 아니고, 입주한 중소기업이 결코 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해결하지 말자고? 그러고 싶지만, 국민들의 눈총도 있다. 에이, 그럴 수는 없다.
      ⑤북녘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간절히 기도(祈禱)한다. 그 ‘기독교인’들에게는 아주 괜찮은 방법이다. “우리 주 하나님(하느님이 아니다)이 보호하사 만세(萬歲)”가 될 텐데 무슨 걱정인가. ⑥그냥 내버려 둔다. 아마 그 ‘시민단체’들도 적극 호응할 것이다. 북녘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주권국가의 권리” 아닌가 말이다. 즉 해결이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일로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북녘을 말리는 미제(米帝)와 왜(倭)놈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 땅에서 물러가라고 성토(聲討)도 한다.

      ‘기도’와 ‘내버려 두기’는 남녘의 피해와 희생이 거의 없는 완벽한(?) 대안이다.
    왠지 허전하긴 해도...

  •   이처럼 여러 방책이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제일 상책(上策)은 아마 ⑦대화와 협상일 것이다.
    그간 기회만 있으면 ‘그당’에서도 누누이 강조해 왔고, 슨상님과 변호인이 ‘큰 효과’(?)를 보았던 전례도 있다. 남과 북의 화해·협력 정신과도 일치한다. 돈이 좀 들긴 하지만, 어찌 댓가 없이 해결을 할 수 있겠는가. 
      ‘대화와 협상’이라고 해서 크게 복잡하지도 않다. 밀고 당길 필요도 없다. 길일(吉日)을 잡아
    어린 돼지새끼에게 무릎을 꿇고 정중히 간청한다. “핵과 미사일은 남녘 인민들을 해코지 하려고 만드는 게 아니라고 한 마디만 해 주십시오. 원하는 건 뭐든지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곤란하다고 버티면, 이번에는 어린 돼지새끼의 너풀대는 통 넓은 일자 바지 아랫 단을 부여 잡고 눈물을 뚝뚝 흘린다. “통촉하옵소서”를 외치며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빈다. 빌고 또 빌면 성의를 봐서라도 들어주지 않겠나.
      결국 이리하여 이 나라에서 북녘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로 인한 걱정은 일거에 사라진다.
    그리고 앞날에는...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세우니 못 세우니 하는 논쟁은 아예 없어진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할아버지 동상도 사라진다. 이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탯줄 잘리고 잘한 일이라고는 죽은 것 밖에 없는’ 그 부자(父子)의 동상(銅像)이 교보빌딩 쪽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서울 시민들을 내려다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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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어설프고 웃기는(?) 시나리오에 동의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그렇지만 작금의 이 나라 돌아가는 터수를 보면,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지도 않은 듯하다.
      두 달 앞으로 닥아온 총선(總選)에 큰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시나리오의 본격적인 전개가 거기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많으니 말이다.

      ‘국민’이 중요해 졌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