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행보 하고 싶다면 '보여주기식 정치'보다는 초당적 협조해야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육군 9사단 임진강 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육군 9사단 임진강 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연휴기간엔 고위층의 격려방문 없이 쉬고 싶습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사람이라면 연대장, 사단장 등이 부대를 방문할 때의 분위기를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군 장병들은 높은 직급의 상관이 부대를 방문하면 평소에는 잘 안하던 연병장의 돌멩이까지 일렬로 서서 줍거나 생활관 청소에 매진하게 된다.

    군 부대내에 있는 간부들이 방문자를 안내하고 인솔하지만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고스란히 장병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평일 일과시간의 피로를 연휴 기간 동안에 풀고 싶은 장병들은 휴일에 군부대를 방문하는 고위급이 반가울 리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육군 제9사단 임진강 대대를 방문해 설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 등으로 비상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장병들을 격려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육군 9사단 임진강 대대 장병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북한은 앞으로도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인 행위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며 "장병들이 우리 국방태세를 튼튼히 유지하고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김종인 위원장으로서는 설 연휴 첫날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한미 국방 당국이 사드(THAAD·고고도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공식 협의를 시작한 상황에서 안보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당연히 할법한 행보를 했다.

    특히 더민주는 사드 배치 협의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 표명을 했기 때문에, 향후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여당과 각을 세울 때 '안보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포지셔닝을 미리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설 명절 이튿날 파주까지 찾아가 김종인 위원장이 장병들에게 '격려'한 말은, 그를 맞이하기 위해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때빼고 광낸 장병들에게는 굳이 듣지 않아도 되는, 아주 당연한 격려 멘트에 불과했다.

    이 정도의 격려라면 직접 찾아가는 것보다는 영상 편지나 서면으로 전달해도 충분히 장병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격려차 방문은 장병들에게 되레 스트레스를 받게 할 수 있다.

    심지어 그 격려방문이 개인의 실리나 당리당략를 채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위라면 더더욱 해서는 안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부재자투표를 하게 될 유권자가 많은 군부대를 휴일에 방문하는 것이 선거 결과에 과연 이롭게 작용할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