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강연활동, 북한 무력도발, 3당 체제 구축…총선 전후 복귀 전망
  • ▲ 손학규 전 더민주당 대표의 행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해 주목받고 있다. ⓒ 뉴시스
    ▲ 손학규 전 더민주당 대표의 행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해 주목받고 있다. ⓒ 뉴시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야권에서는 뉴DJ 인재 영입을 위해 분주하다. 손학규 전 대표를 향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정권 4년차, 대선이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는 야권 대선 후보가 없는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가 4·13 총선 이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다시금 개입할 것으로 관측이 지배적이다. 손학규 전 대표 본인은 정계복귀에 대해 '생각없다'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마찬가지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 


    정계 은퇴... 그리고 해외활동 

    김대중과 손학규, 두 사람 모두 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곧이어 해외에서 남북관계 및 통일 관련 주제로 강연 활동을 펼쳤다. 

    "오늘 이 시간부터 시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살아가겠다.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또 노력하는 국민의 한사람이 되겠다"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낙선한 후 정계은퇴를 선언, 전남 강진에 칩거한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던 손학규 전 대표는 약 1년반뒤인 2015년 10월 카자흐스탄 키멥(Kimep)대학교로 향한다. 

    손학규 전 대표는 그곳에서 '위기하의 효율적 리더십'(Effective Leadership in Crisis)이라는 제목으로 남북관계와 통일문제 등에 대한 특강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은퇴 선언 후 첫 공개강연이자 정치 현안에 대한 공개 언급이라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월 28일에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초청을 받고 러시아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러시아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해 손학규 전 대표는 이날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서 40년의 파란 많았던 정치 생활에 사실상 종막을 고한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1992년 12월 19일,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 은퇴를 선언한다. 이듬해인 1993년 1월26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1주일 먼저 영국으로 떠난 이희호 여사를 따라 영국에 도착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영국과 독일 등 유럽을 돌면서 '한국과 아시아의 민주화' 주제로 강연 토론 활동을 벌였다. 동독 마지막 수상인 로타어 데메지에르(Lothar de Maiziere)와도 만나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귀국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4년 남북통일을 위한 연구 단체인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아태재단)을 설립하고 남북연합을 강조한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을 발간한다. 


    20년 지나 반복되는 북한 핵 도발, 3당 체제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1차 북핵위기'가 촉발됐다. 1995년 정계 복귀를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의 저서 '동행'에서 다음과 같이 심정을 밝혔다.

    "지금 북한 핵 문제로 민족의 앞날이 중요한 때인데 정부는 물론 야당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변명은 하지 않겠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지난 7일에는 장거리탄도미사일을 기습 발사해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했던 손학규 전 대표는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압박정책이 북한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고, 이로 인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다고 할 수 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선 신한국당과 자민련, 새정치국민회의의 3당 체제가 구축됐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이 17석으로 출범하면서 20년만에 3당 체제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 ▲ 손학규 전 더민주당 대표의 행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해 주목받고 있다. ⓒ 뉴시스


    손학규, 복귀무대는 준비됐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차기 대권주자로서 손학규 전 대표의 몸값은 나날이 오르고 있다.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손학규 전 대표의 지지층은 넓다. 2008년 총선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 대표로서 두 차례 야권 통합을 이끌어낸 리더십을 갖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중 내내 빈소를 지키며 상주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에서 돌아오면서 정치권에 "새판을 짜야한다"고 일침을 놓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호남 민심도 우호적이다. 

    손학규 전 대표를 향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러브콜도 계속 되고 있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가 강진을 방문하고 박영선 의원이 "손 대표의 역할이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며 손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의당 김영환 의원은 "손 대표가 산에서 내려오실지는 불확실하지만 오시게 되면 국민의 당에 합류할 것"이라 밝혔고 문병호 의원도 "손학규 고문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국민과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달라"고 호소했다. 

    제3당도 이미 만들어져있다. 

    DJ는 정계에 복귀하며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지만 손학규 전 대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손학규계로 불리는 의원들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골고루 있어 차후 야권연대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민의당에는 김동철(광주 광산갑), 임내현(광주 북구을), 최원식(인천 계양을), 신학용(인천 계양갑) 의원 등이 있다.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손학규 전 대표의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김유정 전 의원도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더민주 총선기획단장 및 총무본부장을 역임 중인 정장선 전 의원과 조정식·이춘석 의원은 더민주에 남아있다. ‘손학규의 복심’이라 불리는 이남재 예비후보는 더민주 소속으로 광주북구을에 출마 예정이라 임내현 의원과의 한판 승부도 예고된 상태다. 

    손학규 전 대표가 이번 총선 전후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로 그의 나이도 거론된다. 올해 손학규 전 대표는 70세를 맞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은퇴를 번복했을 때 나이가 72세였다. 대권에 도전하기에는 2017년 19대 대선이 마지막인 셈이다. 

    20대 총선까지 두 달정도, 19대 대선까지는 약 1년10개월 남았다. 정치권에서는 DJ가 95년 지방선거에서 지원활동을 했듯 손학규 전 대표도 대권을 노리고 있다면 이번 총선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보를 따라가고 있다면 이제 움직일 때가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