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비극(悲劇)...다음은 서울 차례(?)

    “턱이 사라지고 입 밖으로 혀가 대롱대롱 매달린 한 여자가
    시커먼 장대비가 내리는 신쇼마치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김필재   
     
    미국 태생의 언론인 톰 졸너(Tom Zoellner)가 쓴 <세상을 바꾼 돌멩이 우라늄>에는 2차 대전 당시 원폭이 떨어진 히로시마의 참혹한 광경이 아래와 같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   <백색 섬광이 히로시마의 심장부를 갈기갈기 찢으며, 섭씨 2800도에 달하는 열구름을 퍼트렸다. 하늘을 날던 새는 몸뚱이가 터져버렸다. 비행기를 올려다보던 한 부대의 군인들(일본인)은 눈알이 녹아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아이오이(相生橋) 다리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폭발과 동시에 재가 되었다. 조금 더 멀리 있던 사람들은 피부가 타들어가고 갈기갈기 찢겨나갔으며, 건물들은 붕괴하고, 도로는 타르가 녹아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아이들은 잔해에 깔려 죽은 부모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한 남자는 “턱이 사라지고 입 밖으로 혀가 대롱대롱 매달린 한 여자가 시커먼 장대비가 내리는 신쇼마치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한 전문대학생은 “다리 밑에는 땅을 파서 만든 커다란 물웅덩이가 있었는데, 한 여인이 웅덩이 속에서 온몸이 빨갛게 화상을 입은 벌거벗은 아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흐느끼고 있었다.
     
      또 다른 여인은 아이에게 화상을 입은 가슴을 물리며 울고 있었다”고 했다. 폭발 지점 근처의 한 여학교는 600명도 넘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증발했다.
     
      워싱턴에서는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이 준비된 성명서를 발표했다.
     
      “태양이 그 위력을 얻는 우주의 기본적인 힘을 극동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킨 자들에게 가했습니다…(중략) 그곳에서 무얼 생산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원료가 그 공장 안으로 들어갔지만 나오는 건 보지 못했죠. 폭발물의 크기가 놀라울 정도로 작기때문입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과학 도박에 20억 달러를 투입했고 우리는 성공했습니다.” 트루먼은 일본이 즉시 항복하지 않는다면 “지구상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파멸의 비를 내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로부터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 아름다운 건물과 언덕이 많은 해변 때문에 일본의 샌프란시스코로 불렸던 나가사키에 플루토늄 핵폭탄이 투하됐다. 나가사키는 일본 내에서 기독교 신자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했다. 나가사키는 구름에 싸여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고, 조종사는 상공을 선회하며 폭탄을 투하할 정도로 구름이 걷히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던 조종사는 플루토늄 핵폭탄을 본래 계획했던 시내의 타깃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외곽의 카톨릭 성당 위에 투하했다. 이 예기치 못한 결정 덕에 수천 명이 목숨을 구했다. 폭발은 언덕에 막혀 그 위력이 부분적으로 완화되긴 했지만, 2~3초 만에 4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태워죽일 정도로 강력했다.
     
      폭탄 내에 있는 실제로 에너지로 전환된 플루토늄의 양은 고작 1그램, 링컨의 얼굴이 찍힌 1센트 짜리 동전 무게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고국으로 방향을 돌린 비행기에서 그 버섯구름을 본 한 목격자는 이렇게 말했다.
     
      “멀리에서도 알록달록한 구름 기둥이 보였는데, 몸부림치는 무지개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산 같았다. 살아있는 수많은 것들이 이 무지개들과 함께 사라졌다.”>
     
      참고로 원폭이 투하된 후 초기 2~4개월 동안 히로시마에서는 9만 명에서 16만6000명,
    나가사키에서는 6만 명에서 8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
     
      그중 각 도시 사망자 절반은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당일에 집계됐다.
    미국에선 이 사건이 최단기에 가장 많은 시민을 죽였다고 평가했는데 15~20%가 피폭으로, 20~30%가 섬광화상으로, 50~60%가 질병과 부상으로 죽었다고 보고했다.
     
      정리/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관련 글] 北核을 두려워하지 않는 韓國人들의 심리상태
       (2015년 4월23일 작성)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記者는 두 차례에 걸쳐 모 종편에 출연해 북핵문제와 관련된 해설을 했다. 당시 종편 관계자는 방송 시작 전에 “북한이 시도 때도 없이 핵실험을 하니까 이제는 국민들이 관심이 없어진 것 같다. 핵문제는 내용도 이해하기 어렵고 시청률도 일반 정치 문제와 비교해 절반밖에 안 된다. 내일은 주제를 국내 정치문제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記者가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북핵 문제는 한국의 무관심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국가가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지 못하면 '각자도생'하는 수 밖에 없다.
      
      아래는 지난해 4월 정리했던 내용이다.
      
       1. 북한의 核 보유 사실을 전혀 모른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한국인의 상당수가 北이 核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모른다.
      
       2. 설마 김정은이 남한을 향해 核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保守성향의 사람들조차 이런 얘기를 한다.
      
       3. 미국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을 향해 核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親美를 넘어 從美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 대한민국의 자체 核무장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들 때문이다. 이들은 美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도 반대한다. 이유는 北核의 존재를 우리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란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北核능력을 축소하는 보도가 나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믿는다.
      
       4. 北核 문제는 나와 상관없다. 때를 봐서 모든 재산을 갖고 해외로 도피하면 된다.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 중 이런 類가 의외로 많다. 이미 미국 등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경우가 많다.
      
       5.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은 아는데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軍 장교 출신들이 이런 인물들이 많다. 軍 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6. 核무기의 무서움을 알지 못한다.
       →실제로 核이 터져봐야 정신차리는 사람들이다.
      
       7.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北核 문제인가.
       →만사포기형의 사람들.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8. 北核은 어차피 해결 못하는 문제다. 나만 잘 피해가면 된다.
       →공무원 중에 이런 類가 많다.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내가 왜 신경쓰냐는 논리다.
      
       9. 북한 核과 미사일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現 정권에서 풀 문제가 아니다. 다음 정권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청와대·국방부·국정원 관계자들이 이런 유형이다. 이들은 대개 재산이 많아 언제든지 외국으로 도망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10. 정부가 北核의 실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도 북한 핵문제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어차피 요즘 사람들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
      
       11. 北核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상세히 알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미사일 방어체제(MD)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 아니면 국가적 사활을 걸고 자체 核무장을 해야 한다.
       →筆者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
      
       ‘그레뉴이에’(Grenouille)라는 프랑스 요리가 있다. 개구리를 냄비에 넣고 삶는 요리다.
    프랑스 요리사들은 처음 이 요리를 만들면서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산채로 넣었다. 그러자 놀란 개구리가 냄비 밖으로 튀어나와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미지근한 물에 개구리를 넣은 뒤 서서히 가열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자 개구리는 미지근한 물에 적응이 되어 서서히 신경이 마비되어 요리가 됐다. 이처럼 서서히 진행되는 환경 변화에 무의식적으로 익숙해져 최악의 결말을 준비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비전상실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라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 이와 같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