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핵-미사일 앞에서 유권자가 결단해야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온 미디어들이 4. 13 총선을 앞에 둔
    정당계의 공천 싸움에만 매달려 있다.
    본말이 전도된 논제설정(agenda setting)인 셈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탄을 궤도에 진입시킨
    오늘의 현실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은 무엇이냐?"라는 물음이다.
    선거는 그 물음에 답하기까지의 절차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정당들이나 미디어들로서는
    당장의 권력투쟁에 100% 몰입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전적으로 나무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번 총선을 통해 "앞으로 오늘의 북한 핵-미사일이 초래한 안보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어떤 정치지형을 창출할 것인가?"라는 시급하고도 근본적인 물음도 함께 던져야 마땅할 것이다. 그래야 "정치를, 선거를 왜 하는가?"의 합목적성을 기할 수 있을 터이니까.

  •  우리는 과연 어떤 정치지형을 만들어내야 하는가?
    결론부터 앞세우면, 오늘의 안보위기 즉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배치와 그 '핵 우위(優位)'에 기초한
    북한의 도발적인 대남공세에
    가장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치지형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이건 물론 당위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어쨌든 희망적인 기대치를 설정해 놓을 수는 있을 것이다.

     절실한 것은, 안보문제에 관한 한 미국의 민주당-공화당처럼
    우리도 초(超)당적인 공감대 위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그런 여-야 정계를 만들어냈으면 한다.
    그러자면 좌파 안의 ‘극단’과 우파 안의 ‘안일(安逸)’을 청산해야 한다.

     좌파 안의 ‘극단’은 북한 핵-미사일 앞에서 우리의 자위적 정당방위에 정면으로 반대한다.
    그리고 우파 안의 ‘안일’은 "우리가 선의(善意)로 나가면 김정은 집단도 언젠가는 따라올 것"
    이라는, 이제는 터무니 없는 미신(迷信)임이 입증된 가설에 집착한다.

    이 두 가지 악폐(惡弊)의 공통점은 핵 이빨을 가진 강포한 적(敵) 앞에서
    대한민국의 무장해제를 촉진한다는 점이다.
    이런 악폐를 가진 군상(群像)들이 여-야 정계를 주름잡을 때
    우리는 지금의 안보위기에 유효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
    그럴 경우 핵-미사일 전력의 우위를 점한 북한 앞에서
    우리는 군사적 2류, 3류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노예의 길, 멸망의 길이다.

     이래서 국민이, 유권자들이 각성해야 한다. 어떻게 각성할 것인가?

    안보를 망치면 모든 걸 잃는다는 인식에서, 작금의 안보 위기에 무관심한
    좌파 안의 ‘극단’과 우파 안의 ‘안일’을 집어내 그들을 정치지형에서 밀어내야 한다.
    그래서 야권과 좌파의 주도권은 상대적으로 조금은 보다 온건한 부류가 장악하게 하고,
    여권과 우파의 주도권은 제정신 차린, 줏대 있는 부류가 장악하게 해야 한다.
    양쪽 다에 그런 사람들이 일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비교적으로 살펴보면 차등이 있을 수 있다.
    정치란 결국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것 아닌가?

     신문 방송들이 온통 경마 중계하듯, 몰(沒)가치적인 구경과 해설에만 몰입하고 있다.
    여기에 덩달아 휩쓸리면 안 된다.
    이 야바우 판에서도 제 정신 차리고 나라와 내 가족의 안위를 위해
    일정한 가치론적인 기준을 세워 변별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선진적인 유권자라 할 수 있다.

     2016/4/13 총선의 전(全) 과정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민적 각성과 분발의 계기로 장식하자.
    그리고 이것을 병신년 설날 가족 모임의 화두(話頭)로 삼자.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