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차례상에 존재감 올릴 기회인데, 최원식 "신중하게 입장 조율 중"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원내 전략과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원내 전략과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북한의 기습적인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이 국민의당에 때아닌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설 차례상에 "중도 신당이 있으니 역시 다르더라"는 말을 올려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7일 오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자행하자 국민의당은 최원식 수석대변인 명의로 문자 메시지 브리핑을 발송하는 등 기민한 대응에 나섰다.

    이날 정오에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도 소집했다. 오전 11시 30분에 비대위~관련 상임위 연석회의를 소집한 더불어민주당보다는 30분 늦었지만, 지도부 대부분이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발빠른 대응이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날 오후 들어서 정국이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던 분위기에서 쟁점을 두고 여야 대치 구도로 흐르면서 발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국회에 테러방지법의 긴급한 처리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미국과 공식 협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북한인권법 역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을 자행하는 예측 불가능한 독재정권에 대한 응징 수단으로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창당한 국민의당으로서는 여론의 주목을 받을 위기이자 기회다. 야권 관계자는 "애초부터 설 연휴를 앞두고 다급하게 통합을 마무리짓고 중앙당 창당을 한 것은 민족대이동이 벌어지는 설에 호남 민심의 수도권으로의 재확산을 노렸던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잘 대응하면 다시 한 번 신당 바람을 강하게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이냐, 더민주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져야 할 설날 차례상 화제를 북한 미사일 사태가 대신하게 됐지만, 실망할 것은 없다는 지적이다. 중도를 표방하고 나선 제3당이 이번 사태 해결에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감으로 연결시킬 수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라는 게 문제다.

    '중도'라는 것이 본래 내용적으로 불분명한 측면이 있는데다가, 국민에게 비전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당내에는 존재하고 있다. 창당 과정이 압축적이었기 때문에 여러 쟁점 현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자칫하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테러방지법은) 컨트롤타워와 정보수집권의 문제만 정리되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처리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도 동일한 입장이지만 "당론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제했다. 아직 의총 등을 통해서 쟁점 법안에 대해 당론을 하나하나 확정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보인다.

    최원식 수석대변인도 사드 배치 등 현안과 관련해 "신중하게 입장을 조율 중"이라며 "대안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우리 당의 입장을 이야기할 것이며, 국방과 관련한 종합적인 기조가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일하는 국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답게 쟁점 법안의 통과를 시도하겠다는 의지가 읽히지만,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아직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부담감 역시 엿보이는 대목이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을 규탄하는 문자 메시지 브리핑을 보내면서 "대북 제재와 함께 한반도의 안보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화와 협상에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는 자칫 엄중한 국면에 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에, 정오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안철수 공동대표가 직접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강경한 입장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긴급 최고위의 공개 모두발언에서는 적어도 '대화'와 관련된 입장은 빠졌다.

    이날 오후에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북한 당국과 대화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는 문구를 대북 결의안에 넣느냐 마느냐를 두고 다투다가 결국 결의안 채택이 실패한 것에 비춰보면, 이는 바람직한 입장 전환이라는 평이다.

    국민들은 북한이 민족의 명절에 미사일을 쏘아대는 등 거침없는 도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도, 대북규탄결의안에 '대화' 메시지를 넣지 못해 안달인 기존의 친노·좌파·운동권 제1야당 더민주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더구나 이 때문에 결의안 채택 자체가 무산된 것을 보면,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중도라는 게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경제든 안보든 각종 현안에서 가운데만 간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며 "설 민심은 경제 정책에서는 '흙수저'와 양극화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진보적인 정책을 취해더라도, 안보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히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는 정당이 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참작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