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강매 논란에 물러난 盧, 아들 로스쿨 구명 논란에도 여론전 계속
  • 더불어민주당 신기남 의원(왼쪽). 그는 같은 당 문재인 대표(오른쪽)과 가까운 대표적 친노 인사로 분류된다. ⓒ뉴데일리 DB
    ▲ 더불어민주당 신기남 의원(왼쪽). 그는 같은 당 문재인 대표(오른쪽)과 가까운 대표적 친노 인사로 분류된다. ⓒ뉴데일리 DB

    국민의당이 출범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더불어민주당은 쇄신을 선언하고 나섰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하면서 겉으로는 새 옷을 입었다.

    친노패권주의를 외치며 들어선 김종은 선대위원장은 친노로 분류되는 신기남·노영민 의원을 타겟삼아 새로운 정당으로 희망을 보여주려 했다. 신기남 의원은 로스쿨 예비시험에서 떨어진 자녀의 점수를 올려달라고 주장해 갑질 논란을 빚었고, 노영민 의원은 시집 강매 의혹을 받고 있었다.

    야당은 여당보다 훨씬 윤리적인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에 따라 이들에게는 당원자격정지 3개월과 6개월이 적용됐다. 사실상 공천 배제를 천명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나 신기남 의원은 좀처럼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당내 규명을 해달라는 문자도 모자라, 지역민들이 신 의원의 구제를 요청하고 아들의 지도교수가 나서 신기남 의원을 두둔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교수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 의원을 두둔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같은 지역에 총선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변호사를 향해 '정치 도의에 문제가 있다"고도 비판했다.

    ◆ 로스쿨 자녀 구제 그게 뭐 어때서? 친노스러운 행태

    더불어민주당 신기남 의원에 당원자격정지 3개월이라는 징계가 내려지자 신기남 의원이 아들을 지도하고 있는 소재선 교수는 "신 의원은 잘못이 없다"며 변론에 나섰다.

    그는 "신 의원에 대한 중징계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아버지로서 와서 상의만 한 것인데 뭐가 잘못됐냐"라며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신기남 의원에 당원자격정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무주공산이 된 지 하루 만에 강서갑에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변호사를 향해서도 "정치계의 선배이자 변호사 선배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신기남 의원의 보좌관을 찾아가 정론관 기자회견을 부탁했다고 한다. 소 교수는 신 의원이 예약해준 정론관에서 신 의원의 입장을 변론하는 '방패'가 된 셈이다.

    신 의원은 경희대 로스쿨을 찾아가 대학원장과 만나 "아들을 졸업시험에 붙여달라"며 "그렇게 해주면 법무부를 통해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80%까지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의 시험점수를 상의하면서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바꿔주겠다"는 조건을 내거는 아버지는 흔치 않을 듯하다.

    이에 대해 이종철 전 스토리K대표는 "신기남 의원이 학부모 자격으로 학교에 다녀갔다면, 며칠 뒤 국회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 두 명이 경희대에 전화를 걸어 경희대의 커트라인에 관해 물어보고 이유를 확인한 것에 대해서는 왜 전혀 언급이 없느냐"고 일갈했다.

    이어 "이런 전화를 받은 경희대 측은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않았겠느냐"라면서 "윤리 심판원은 이런 행위를 갑질로 보고 국민의 눈높이를 존중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 교수의 변론에 대해서도 "평범한 학부모였어도 지도교수가 이렇게 국회까지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어 당사자 대신 해명을 해줬을지 의문"이라며 "신기남 의원과 소재선 교수는 왜 청년들과 평범한 학부모들이 이런 행동에 분노하는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친 친일 의혹에도 구제된 신기남, 이것쯤이야…

    신기남 의원이 이렇게 물러서지 않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미 구명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일찍이 지난 17대 국회에서 부친 친일 의혹이 불거지며 18대 때 원내로 입성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에 3선 의원으로 집권 여당의 의장을 하고 있었다.

    그는 보수언론에 의해 부친이 헌병으로 근무할 때의 이력이 드러났다. 그때만 해도 일제 강점기에 교사로만 재직했다고 주장했다. 거짓 해명 논란까지 불거졌다.

    야당이 반드시 국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친일파 후손'으로 낙인찍히자, 그는 더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내려놓는가 싶었다.

    그러나 그는 18대 때 사라졌을 뿐, 4년 만에 보란 듯이 다시 돌아왔다. 지금은 그때보다 강해진 4선의 중진의원이 됐다. 아직도 109명이 소속해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제 그보다 선수가 높은 의원은 5명뿐이다. 문희상, 정세균, 이미경, 이석현(이상 5선), 이해찬 의원(6선)이 있다.

    그는 어엿한 당의 어른이 된 셈이다. 투명하고 공정하고 깨끗하다는 당의 공천시스템은 그를 걸러내지 않았고, 그는 다시 국회의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야당은 그를 다시 국회로 들이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백선엽 장군 등에게 들이대던 엄격한 잣대마저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그에겐 새로운 자신감으로 작용하는 듯 보인다. 따지자면 최근 아들을 구제해 요청한 의혹은 그의 '부친의 친일행적 논란'에 비하면 별것 아닌 셈이다. 당이 자신을 구해주리라는 믿음을 가진 것은 아닐까.

    이같은 믿음 때문인지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재성 총무본부장에게 "다음과 같은 방안 중에 하나를 택해줄 것을 요청드린다"라는 문자를 발송하는 패기도 보여줬다.

    그가 제시한 안은 당무 감사원이 조사결과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해서 최고위원회의에서 윤리심판원에 회부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 또는 당무 감사원에서 계류 중인 재심에서 징계 요구를 취소하는 의결을 하는 것 두 가지였다.

    당의 어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윤리심판원마저 마음대로 움직이려 시도했다. 법의 일관된 기준을 제멋대로 적용하는 야당의 잣대가 그대로 드러난다. 정치자금법 혐의로 3억 원에 대해 판사 전원 일치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판결을 받은 한명숙 총리가 '양심의 법정에서는 무죄'라 했던 것처럼.

  •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자신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카드단말기를 놓고 시집을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자, 20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자신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카드단말기를 놓고 시집을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자, 20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신기남, 노영민의 불출마 선언 보고 배워야…

    이에 반해 노영민 의원은 총선을 불출마했다. 그는 불출마 선언문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윤리심판원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혔다.

    "억울한 점도 적지 않았지만, 책임 있게 제 거취를 정하는 것이 제가 사랑하는 당에 대한 도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노영민 의원은 "반드시 이뤄야 할 총선승리의 길에 제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며 "이를 계기로 우리 당의 높은 도덕성과 칼날 같은 윤리 기준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된다면 저로선 미련이 없다"고 털어놨다.

    당의 읍참마속(泣斬馬謖) 요구에 부응하며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비치길 바랬을 노영민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같이 징계를 받은 신기남 의원이 물러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빛이 바래가고 있다.

    물론 신기남 의원의 선택은 자유다. 다만 당이 이번에도 그를 감싸고 돈다면, 다가오는 선거에 큰 짐 덩이가 될 것에 분명하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막말 파문이 수면위로 떠오른 김용민을 감싸고 돌았고, 그 결과 새누리당에 과반 의석을 넘겨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