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집권과 함께 부활(復活)한 '욕'
     
    박주희 기자   /뉴포커스 

    부모들은 자식을 키우는 과정에 환경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욕을 하게 된다. 반면 아이들을 부모에게 욕을 들으면 자연적으로 우울해지고 삐지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욕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남한정착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성과 관련하여 상대방을 비난한다고 했다. 성씨란 사람의 혈족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이름 앞에 붙이는 칭호를 일컫는다. 북한아이들은 싸움할 때 상대방의 성씨와 관련한 북한 정권 반대세력들을 갖다 붙인다는 것.

  • ▲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 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자료사진)
    ▲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 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자료사진)

    반년 전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장 씨는 "북한에는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 듣게 되는 흥미로운 욕이 있다. 친구들과 가벼운 말싸움에도 상대방의 성씨와 관련해 비난한다. 장성택 처형 된 후에는 장 씨 성을 가진 아이들을 ‘간신’ 혹은 ‘장성택 같은 놈’이라 부른다."고 증언했다.

    "솔직히 예전에는 성 씨 때문에 친구와 싸우고 헤어지는 일들이 많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추세였다. 김정은 집권 후 당 요직 간부들을 처형하면서, 성씨로 상대를 모욕하는 아이들의 싸움방식이 되살아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탈북민 혜산 출신 박 씨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싸움이 붙으면 항상 '이 박헌영 같은 놈' 혹은 '박정희 같은 놈'이라는 욕을 듣곤 했다.”라고 하면서 “내 부모를 욕하는 것보다 더한 수치심을 느끼곤 했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박헌영, 박정희이지만 북한에서는 이들이 역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런 욕을 들을 때면 항상 울분이 치솟곤 했다."고 전했다.

    박헌영은 1955년 12월 북한 최고재판소 특별재판에서 '정권 전복 음모와 반국가적 간첩 테러 및 선전선동 행위'로 사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역적인 셈이다. "항상 박가라는 것이 콤플렉스였다. 싸움이 붙기만 하면 상대방은 박 씨라는 점을 이용하여 박정희 같은 놈이라는 비난을 퍼부었고, 싸움은 울분을 이기지 못한 나의 주먹질로 끝나곤 했다."고 말했다.

    2012년 탈북한 평성 출신 정 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정 씨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 중에는 이 씨 성을 가진 애가 있었다. 소꿉친구라 절친이지만 하루는 싸움이 크게 번진 적이 있다고 했다. 이유인 즉 정해놓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친구에게 화가 난 정 씨가 "야 이 이승만 같은 놈아"라고 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것.

    "애초에 잘못한 쪽은 친구였지만 나의 한 마디에 친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거의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북한 주민이 생각하는 이승만은 매국노 이완용보다도 더 심한 친일파이다. 조선기록영화에 이승만은 미국사람들의 앞잡이 역할을 했다고 나온다."고 했다.

    "웬만하면 친한 친구에게 이런 욕을 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나도 너무 화가 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발언을 했던 것"이라면서 "친구의 분은 며칠이 지나도 풀리지 않았고, 결국 몇 번이나 찾아가 잘못했다는 사과를 한 후에야 일단락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가장 흔한 김 씨 성에 대해서는 어떤 욕을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 씨는 "북한에서 김 씨를 대표하는 욕은 없다. 누가 감히 최고지도자의 성씨를 비난할 수 있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다."고 말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