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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한편으론 신선했다. 배우 황정민이 강동원과 만났다는 사실부터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 3일 개봉 하자마자 52만 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벌써부터 흥행 분위기가 점쳐지고 있다. 황정민은 검사 변재욱으로, 강동원은 사기꾼 한치원으로 분했다. 극과 극의 다른 매력을 가진 두 배우의 ‘케미’에 최대의 관심이 쏠렸다. 찍기만 하면 다 되는 황정민은 이번 ‘검사외전’으로도 ‘찍기의 신’ 타이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뉴데일리와 황정민의 만남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너무나 쉽게 후루룩 읽히는 대본이었어요. ‘이것 봐라? 이렇게 쉽게 읽혀도 돼?’라며 바로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영화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는 쉬운 팝콘 영화도 있잖아요. 힘들게 ‘히말라야’ 촬영을 끝낸 상태라 더 쉬운 작품을 하게 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이렇게 경쾌한 작품을 하면서도 저 자신이 힐링 되더라고요.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상처 났던 것들을 치유받고, 연기로 몰입하면서 풀리는 것 같아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에서 엄홍길 대장 역할을 하면서 사실 책임감이 컸다. 산악 영화다보니 촬영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이전에도 ‘국제시장’에서 아버지,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리더로 어깨가 무거웠다. ‘검사외전’은 억울하게 살인누명을 쓰고 15년형을 받은 변재욱이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의 혐의를 벗겨 감옥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범죄오락영화다. 케이퍼 무비지만 앞선 영화들보다 훨씬 가벼운 무게감이다.

    “검사가 감옥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사건이잖아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재욱이 어떻게 변할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치원이 능청스럽게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캐릭터인데, 저까지 가벼우면 영화 전체적인 톤까지 너무 뜰까봐 걱정했죠. 변재욱은 5년의 시간동안 감옥에서 분명 자아성찰을 했을 거예요. 장르가 오락영화이긴 해도 캐릭터의 깊이를 잃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검사외전’은 강동원의 경쾌함과 황정민의 묵직한 드라마가 시너지를 일으키는 영화다. 황정민으로 시작해 강동원으로 끌고 가다 다시 황정민으로 마침표를 찍는 구조를 띤다. 사실 감독은 두 캐릭터 모두에게서 최대한의 가벼움이 묻어나길 원했다. 하지만 황정민은 자신의 해석을 믿고 재욱의 진중한 캐릭터 설정을 관철했다. 그의 분석은 영화 말미 법정신에서 맞아떨어졌다.

    “법률 용어 자체에서 오는 느낌이 관객들이 듣기에는 어려울 수 있는 단어들이라 연극적으로 찍고 싶었어요. 15분 정도 되는 분량을 원 신 원 테이크로 한 방에 찍었죠. 법정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관객이라 생각하고 뮤지컬과 연극을 하던 식으로 연기했어요. 그렇게 저 자신부터가 일반 대사처럼 하길 원치 않았어요. 재욱처럼 저도 다혈질이고 급한 성격이 있긴 하죠. 그걸 끌어내면서 연기했어요. 어떠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선 늘 쉽진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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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영화를 찍으면 한 번에 모든 걸 쏟아 붓기 때문에 일단 끝나면 다 잊어요.”라고 할 정도로 황정민은 일단 캐릭터에 집중하면 남다르게 몰입한다. 때문에 그의 고집은 납득할 만하다.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일단 펼쳐 보이는 자신감이 매 작품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하는 힘이겠다.

    “‘베테랑’ 서도철은 서도철로서, 변재욱은 변재욱으로서 분명 매력이 있어요. 스스로에게 항상 이야기와 인물이 다를 것이라 생각하고 연기하기 때문에, 황정민이란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하건 분명 다른 매력이 풍길 거라 확신해요. ‘검사외전’이 ‘베테랑’과 경쾌한 톤은 비슷할지 몰라도 캐릭터는 엄연히 다르거든요. 이미 그런 것들을 많이 겪어왔고 크게 겁내하지는 않아요. ‘신세계’가 끝나고 ‘남자가 사랑할 때’를 찍었을 때도 둘 다 건달이었거든요. 분명 다른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죄수복을 입어보니 되게 편하더라고요.”라고 너스레를 떠는 황정민이다. 여기에 “빨간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미 그렇게 정평 나 있으니까.”라며 자신의 외모에 너그러운 웃음을 더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천만배우’는 사람들이 부르기 쉽게 말한 거고요. 제가 어릴 때 영화를 보면서 로버트 드니로, 숀 펜이 나오면 ‘무조건 저 배우가 나오니까 본다’고 했던 것처럼, ‘황정민이 나오면 본다’는 건 큰 축복이죠. 감사한 거고. 우리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그것도 굉장한 인연이라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나이가 먹어서 자식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훌륭한 거죠.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저는 일하는 게 좋아요. 잠자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 있죠. 일에 대한 생각들, 고민들을 많이 해요. 잠을 안자는 시간에 배우로서의 고민을 항상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변재욱을 연기했는데도 관객들이 서도철과 똑같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럼 ‘나는 다르게 접근했는데 뭐가 잘못된 걸까’ 고민하는 거예요. 그렇게 코드를 잘못 꽂은 거면, 고민을 가지고 다음에는 다른 코드를 꽂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보통 4~5시간을 자고서 주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요. 그 때 24시간 중 오롯이 나 혼자 있는 시간이 되거든요. 그 시간을 즐겨요. 멍 때리기도 하면서 유일하게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그 시간이 저에겐 너무나 행복해요. 그래서 일부러 더 일찍 일어나는 것 같아요.”

    ‘쌍천만’이나 달성했으면 여유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황정민은 여전히 고민하는 배우다. ‘숟가락’을 얹고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는 그는 ‘콘센트’를 이리저리 꽂아보며 다양한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있다. 황정민의 숟가락론은 ‘검사외전’에서도 이어졌다.

    “제가 먼저 캐스팅 된 상태에서 톡톡 튀는 역할인 치원을 잘 소화할 친구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원이가 한다고 했을 때 감사의 박수를 쳤죠. 동원이 옆에서 살짝 묻어갔어요. 레드카펫 행사 때도 관객 분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오셨더라고요. 동원 씨 덕인 것 같아요.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강동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