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國이 반대하니 韓國은 핵무장 하지말자'는
    21세기 사대주의자들

    미국이 도저히 한국의 핵무장을 허락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미국이 ‘핵무장한 한국이 결국은 중국 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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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재  
      
    국가 생존을 위해 자체 핵무장을 하자고 주장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상야릇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미국이 반대하니 한국이 핵무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이다.

    자칭-타칭 '보수'라는 명함이 이름 석 자 앞에 붙는 사람들 가운데 이런 류의 인물들이 많다.
    한국의 좌파는 핵을 보유한 북한이 한반도의 주인이고, 남한을 美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여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반대하니 한국은 핵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이 일종의 미국의 식민지나 다름없다는 주장이기 때문에 좌파세력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결국 ‘한국 핵무장 불가론자’들은 보수도 아니고 좌파도 아닌, 그냥 기회주의자들일 뿐이다.

  • ▲ 1978년 9월26일 한국 최초의 지대지(地對地)미사일
    ▲ 1978년 9월26일 한국 최초의 지대지(地對地)미사일

    그럼 이들 기회주의 세력은 북핵문제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아무런 대안이 없다. 

    이들은 앵무새처럼 미국의 경제제재 가능성만 얘기할 뿐이다. 머릿속에는 미국말만 잘 들으면 한국은 그럭저럭 잘 먹고 잘 살 것이라는 ‘노예근성’이 자리잡고 있다.

    북괴(北傀)는 지난 달 6일 제4차 핵실험을 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우리는 북핵이 유사시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적어도 한 방은 떨어질 것이라고 가정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반대하니 한국은 핵무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北이 남한을 향해 핵무기를 쏘면 ‘서울이 핵폭탄 한 방 정도는 맞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Hans J. Morgenthau)는 “핵무장한 적국과 싸우는 나라는 일본처럼 대들다 죽든지 혹은 항복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차 종합적인 핵전력을 갖추게 될 북한을 상대하는 한국이 맞게 될 상황이다.

    신종 사대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필자는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지난해 5월 모 주간지에 기고한 글의 일부이다.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내세우는 이유는 ‘미국이 반대하기 때문에 한국은 핵무장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이다. 미국은 한국이 핵무장하고자 노력할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할까. 한국의 핵폭탄이 중동의 테러리스트에게 팔려나갈 것이 아닌 한, 혹은 한국이 미국의 적대국이 되지 않는 한, 미국은 ‘최후의 살길을 강구하는 대한민국’의 ‘팔을 분질러 버릴’ 나라가 아니다. 물론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이 초래할 국제 핵확산에 대해 우려한다. 그러나 미국이 모든 핵무장을 다 반대하거나 막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믿을 수 있는 우방국의 핵무장은 대부분 방치했다. 영국의 핵무장은 오히려 도와주었고 프랑스, 이스라엘, 인도의 핵무장도 막지 않았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전면 철군은 결코 불가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던 박정희 대통령은 여의치 않자 ‘갈 테면 가라’ 식으로 오히려 큰소리쳤다. 미국은 박정희 대통령이 핵 개발을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당시 미국의 해결 방법은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의 안보를 책임져 주는 것이었다. 결국 주한미군 철군 정책은 종료되었다. 미국은 박정희의 독재는 불만스러웠지만 한국이 미국 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조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오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나라로 보기 힘든 북한의 핵 위협 아래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을 미국도 이해할 것이다. 오직 한 가지, 미국이 도저히 한국의 핵무장을 허락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미국이 ‘핵무장한 한국이 결국은 중국 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경우’이다. 핵무장한 한국이 중국을 편들어서 미국과 적대적인 입장에 서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어셰이머 교수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불발로 끝날 경우 미국은 아시아에서 철수할 것이며 그 경우 한국은 국가안보를 위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한국 핵무장에 관한 미국의 입장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하략)>
     
    ‘惡(핵무기)에는 더 큰 악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현실주의의 냉엄한 논리는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공포심을 해결하는 한 가지 지침이 아닐 수 없다. 핵심 이익이 공격받을 경우 우리도 ‘非합리적이고 복수심에 가득 찰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북한이란 敵에게 투사하고자 하는 국가적 페르소나(외적성격)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