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등에서 재현 가능성도… 전략싸움 관전 포인트
  • ▲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주승용 원내대표와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주승용 원내대표와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창당 이후 처음 열린 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신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국민의당과 이를 막으려는 더불어민주당 간 치열한 머리싸움이 감지됐다.

    현재 국민의당은 17석을 확보한 '군소 정당'인 셈이지만 호남에서 지지와 안철수 의원이라는 걸출한 대선주자를 보유하고 있는 잠재력 높은 정당에 속한다.

    특히 국민의당은 3석만 더 채우면 자체적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여야 사이에서 협상에 뛰어들 수도 있고, 두둑한 총선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국민의당으로서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중도정당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이번 국회 본회의는 국민의당에게는 존재감을 뽐내기에 더없이 좋은 '무대'였던 셈이다.

    ◆ 머뭇거린 더민주, 존재감 뽐내려…

    이 때문인지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시간을 끌며 머뭇거렸다. 새누리당의 '법안 밀어붙이기'와 더불어민주당의 '강경 반대'가 더 극렬하게 대립할 수록 국민의당이 부각되는 탓이다.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의원총회장을 나오면서 "직권상정은 반대다. 안된다"면서도 "그런데 직권 상정이 맞는지 논란이 있다"는 모호한 말을 꺼냈다.

    문 의원은 "직권상정이 되면 들어가지 않지만, 적법한 절차에 의해 '상정'이 되는 거면 가서 표결하면 된다"며 아직 누구의 손을 들지 정하지 않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나 일찍이 의원총회를 마치고 입장을 정한 새누리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역시 의원총회를 서둘러 끝내고 올라가자, 이같은 전략은 무의미해졌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 입성하면 국민의당이 어떤 견해를 밝히든지 간에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정확히 더민주가 의원총회를 끝내고 3분 뒤에 국민의당도 더민주를 따라 의총을 접고 본회의장으로 올라갔다.

    존재감을 뽐내려던 국민의당의 전략이 빛 바랜 셈이다.

  • ▲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종걸 원내대표. 그는 지난 3일 "새누리당의 '단독국회'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이날 열린 본회의는 그의 말대로 되지 않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종걸 원내대표. 그는 지난 3일 "새누리당의 '단독국회'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이날 열린 본회의는 그의 말대로 되지 않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전략에 부담 느낀 더민주, 출구전략 찾지 못하고…

    이날 의원총회의 칼자루는 더민주가 쥐고 있었다. 더민주는 그간 선거법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다.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카드를 고려할 수 있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의 단독국회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이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우겠다는 포석이 깔린 발언이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단독국회'라는 주장도 반쪽이 될 여지가 커졌다. 더민주가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을 경우 국민의당을 상대로 자칫 '새누리당의 2중대'로 몰아붙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더민주가 민생법안을 끝내 내팽개친 운동권 이미지를 덧칠하는 것은 덤이었다. 더민주로서는 어느 방향으로든 선택을 해야 했다.

    더민주로서는 국민의당에 대한 존재감을 최대한 지우면서 제1야당으로서 여전한 위상을 과시해야 했다. 더불어 총선에서 프레임도 고려한 선택이 필요했다. 反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우면서 강경한 이미지가 총선에 도움이 될지, 출구전략을 찾지 못한 채 법안을 통과시켜주더라도 국민의당의 입지를 좁히는 선택이 총선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을 했을 것이다.

    결국 더민주는 본회의에 참석했다. 운동권 이미지를 내려놓으면서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지우는 편이, 강한 제1야당의 존재감을 뽐내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이다.

    ◆ 야권연대 생각 안 할 수 없는 두 정당의 숙명 계속될까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제1야당을 위한 존재감도 뽐내야 하지만 동시에 야권연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처했다. 야권연대와 제1야당이라는 모순된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원샷법은 비록 끝났지만 이 구도는 언제든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도 19대 국회에는 선거구 획정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본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선거구 획정에 대해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더민주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 안으로 밀어붙이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국민의당이 아쉬웠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두 야당의 선택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