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존재감 부각 우려한 더민주, '울며 겨자먹기'로 들어와 반대표
  • ▲ 4일 원샷법을 의결한 본회의의 사회를 보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 이날 국회의장실은 원샷법의 상정은 자동부의일 뿐 직권상정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4일 원샷법을 의결한 본회의의 사회를 보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 이날 국회의장실은 원샷법의 상정은 자동부의일 뿐 직권상정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에서 무려 212일이나 표류하던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이 마침내 의결됐다. 4일 본회의에는 새누리당·국민의당 뿐만 아니라 이 법안에 강력하게 반대해오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까지 출석해 3당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의결이 이뤄졌다. 이에는 '원샷법 상정은 직권상정이 아니다'라는 법리 해석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샷법에 대해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통과시키자는 입장이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공직선거법 처리를 약속한만큼 이번에는 통과시키자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내 친노(親盧) 강경파들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비대위원회의에서 원샷법에 대해 "권력이 재벌로 넘어갔다는 것을 증명하는 법"이며 "재벌독점사회를 암시하는 법"이라고까지 극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3당 의원들이 모두 본회의에 출석했다. 박영선 전 대표 등은 불참했지만, 이종걸 원내대표는 직접 출석해서 반대표를 던졌다. 이외에도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수현 비대위원장비서실장 등이 반대했다. 결국 더민주 의원들 중 21명이 끝끝내 반대표를 던졌지만 원샷법은 마침내 통과됐다.

    이들은 왜 끌려나오듯이 본회의장에 출석할 수밖에 없었나. 더민주는 줄곧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안 된다"고 외쳐왔으나, 원샷법의 상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아니라는 국회법의 법리 해석이 주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개정 국회법(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은 엄격하게 제약됐다. 천재지변·전시사변·국가비상사태가 아니고서는 교섭단체의 원내대표들과 합의해야만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객관적으로 볼 때, 현재 시국이 천재지변·전시사변·국가비상사태가 아닌 것은 명백하다. 이 때문에 더민주가 반대하는 가운데 원샷법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게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제약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야권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원샷법 처리에는 찬성 당론이던 국민의당도 막판에 흔들렸다.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도중 취재진과 만나 "적법한 절차에 의해 상정되면 우리는 그 (원샷)법에 대해서는 찬성하기로 했으니까 가서 찬성하면 된다"면서도 "원내대표들이 합의를 안 했는데 상정하면 그게 직권상정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적법하지 않은 절차면 우리가 협조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원식 수석대변인도 "직권상정이라고 하면 (국민의당) 의원 상당수가 선례를 만들어줘 위험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국회의장실에서 '직권상정이 아니다'라는 해석을 가져와서 그게 맞는지를 놓고 토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권상정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 제85조 1항은 그 대상을 '상임위에 회부하는 안건'이나 '회부된 (계류 중인) 안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샷법은 지난달 25일 소관 상임위인 산자위를 통과한데 이어, 이달 1일에는 법사위도 통과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의 전자결재에 따라 법안은 국회의장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즉, 더 이상 상임위에 계류 중인 안건이 아닌 것이다. 국회의장이 이를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은 직권상정이 아니라, 자동부의로 원래 의장의 권한이라는 설명이다.

    본회의 투표 참석 여부를 놓고 의원회관에서 의총을 열고 토론하던 국민의당은 이러한 법리 해석에 설득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같은 시각, 국회본청에서 의총을 진행 중이던 더민주도 흔들렸다.

    국민의당이 본회의에 들어가 새누리당과 함께 원샷법을 처리하게 되면 '단독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울 수도 없을 뿐더러,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연출하는 국민의당의 존재감만 크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한 더민주도 한 발 앞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본회의에 출석하기로 결정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원샷법은 법사위까지 통과돼서 국회의장에게 넘어왔기 때문에, 일시를 잡는 것은 의장의 부의 권한이 맞고 직권상정이 아니다"라며 "'직권상정은 안 된다'는 더민주의 논리가 무너졌기 때문에, 더민주 의원들도 일부 들어와서 반대표를 던지는 이상의 행동은 취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