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민주당'에 그렇게 애정 갖고 몰아줬는데… 참 나쁜 놈들"
  • ▲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8000여 명의 군중이 몰려 안철수 의원의 당대표 수락 연설을 듣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8000여 명의 군중이 몰려 안철수 의원의 당대표 수락 연설을 듣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8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창당대회 시작 2시간 전부터 연신 사람들을 실은 버스가 운동장으로 들어오는 등 시도당 창당대회 당시 다소 기대에 못 미쳤던 인파와는 사뭇 상반된 모습이었다.

    창당대회 1시간 전부터 한밭체육관 2층을 채우기 시작한 국민의당 당원들을 만나본 결과, 이들은 대체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수도권·호남 출신의 50~70대였으며 △문재인 전 대표의 친노패권주의와 더불어민주당의 운동권적 강경 노선에 실망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주 박모 씨 "애정 갖고 몰아줬는데 국민에게 사기질을"

    전남 나주에서 3시간 걸려서 올라왔다는 70대 남성 박모 씨는 "옛날부터 민주당에 애정과 표를 다 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거에 나왔을 때 항상 찍은 것은 물론"이라면서도 "문재인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에는 실망이 많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점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박 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문재인 대표는 상대 당의 다리나 긁어주는 사람"이라며 "언능 말해서 정당은 정권 창출이 목적인데, (정권 창출을) 못하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다소 흥분한 듯 박 씨는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패권주의 세력을 가리켜 연신 "무슨 놈의 것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씩씩대더니 "그만큼 애정을 갖고 몰아줬는데 배신? 그렇게 국민에게 사기질을 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어디가 있느냐"고 버럭 화를 냈다.

    그는 더민주를 탈당하지 않은 자신의 지역구 의원을 가리켜 "그 사람 전과 6범"이라며 "이제 우리 농민들도 바보가 아닌데… 참 나쁜 놈들이다, 거 안 된다"고 혀를 찼다.

    정당에 입당해보는 게 일흔 평생에 처음이라는 박 씨는 "내가 손주도 있는데, 그 아이가 장성해서는 어디 가서든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세상을 열어줘야 한다"며 "진짜 안철수가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남 신모 씨 "문재인, 모든 게 자기중심이고 공정치 않아"

    경기 성남 중원구에서 2시간 걸려 도착했다는 50대 여성 신모 씨는 "(분당은) 문재인 대표의 책임이 크다"며 "더불어민주당을 계속 지지했었지만 실망해서 국민의당을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 씨는 문재인 전 대표를 가리켜 "모든 게 자기 자신이 중심이고 공정하게 하지를 않았다"며 "자기 잘못도 인정할 줄 모르고, 개인적인 욕심이 많더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달 27일 공식 사퇴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권을 넘긴 것과 관련해서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좋은 분들이 다 탈당했는데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광주 정모 씨 "문재인과 김종인이 광주를 같이 배신"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온 70대 여성 정모 씨는 "당연히 '민주당'을 계속 지지했었지만, 안철수 대표가 부정부패 척결 등 약자를 위한 좋은 안을 내놓았는데도 문재인 대표가 고집을 부리고 자기 맘대로였다"며 "안철수 대표는 어쩔 수 없이 (당을) 나온 것"이라고 두둔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당권을 넘긴 것과 관련해서는 수도권 당원과 달리 굉장히 날선 비판을 했다. 정 씨는 "문재인과 김종인이 광주를 같이 배신한 것"이라며 "김종인이가 국보위 때 광주에 무슨 짓을 했나, 그걸 뻔히 알면서도 비대위원장으로 한 문재인도 너무나도 광주를 무시한 처사"라고 언성을 높였다.

    3월부터 자립형 사립고에 진학하는 중학생 손자가 있다고 자랑한 정 씨는 "애 엄마 아빠가 공무원이라 이 할미한테 정치에 대해 물어보라고 했는데, 내가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했더니 손자가 방긋 웃으면서 '할머니도 거짓말쟁이를 싫어해?'라고 물었다"며 "아무 것도 모르는 중학생 아이들도 문재인 대표가 거짓말쟁이라는 걸 알더라"고 전했다.

    아울러 자신의 지역구 의원이 지난달 29일 더민주 잔류 선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한다고 했다가 모른다고 했다가 안한다고 했다가 하면서 눈치만 보는 무리들은, 내가 비록 일자무식이지만 원하지도 않는다"며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과 같이 심판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 ▲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국민의당 지지로 갈아탄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체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여과없는 분노의 의사를 피력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국민의당 지지로 갈아탄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체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여과없는 분노의 의사를 피력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목포 박모 씨 "김대중 총재 꼬박꼬박 찍었지만…"

    전남 목포에서 3시간 걸려서 도착했다는 60대 박모 씨는 "옛날에는 양당 체제였으니까 당연히 우리가 '새천년민주당'을 지지했고 김대중 총재를 꼬박꼬박 찍었다"며 "당대표가 책임질 줄을 모르니 당이 이 꼴이 되고 아주 말도 아니다"고, 아직도 더불어민주당을 지칭해 '당'이라고 했다.

    분당 책임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표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물러나는 것도 시간이 늦었다"며 "조금 더 빨리 (사퇴)했으면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박 씨는 "내 주변 80~90%가 같은 의견"이라며 "그렇게 문재인이가 국민이 (사퇴를) 원해도 자리를 지키다가 이 모양이 되니까 나갔다"고 비판했다.

    ◆익산 박모 씨 "문재인 대표만의 책임이라기에는…"

    반면 딱히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한 명이 문제라기보다는, 더민주를 지배하는 친노·운동권·좌파·강경파 세력과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전북 익산에서 올라온 50대 박모 씨는 "(분당이) 문재인 대표만의 책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보성이 너무 강한 사람들이 많아 패권화가 됐고, 그쪽 파가 너무나 좌클릭으로 편중되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박 씨는 "심지어 (친노 한명숙 전 총리는) 이석기 같은 사람들하고도 연대하지 않았느냐"며 "이런 식으로 독주를 하다보니 우리 호남이 너무나 오랫동안 소외받아오다가 이중으로 당하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익산 갑·을에서 '친노패권스크럼'에 가담해 더민주 탈당을 원하는 민심을 배반하고 있는 지역구 의원 두 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배승철, 조배숙으로 이번 총선에서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김모 씨 "운동권들, 과거의 타성에 젖어 있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60대 김모 씨도 "문재인 대표에게 특별히 실망한 것이야 있겠느냐"며 "문재인 대표가 사람은 좋은데, 주변에 깔려 있는 운동권들이 과거의 타성에 젖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엊그제 국회만 봐도 친노들이 그냥 통과시켜줘도 될 것을 그 난리를 떨었지 않느냐"며 "운동권적 정치 문화를 이번 총선에서 타파하지 못하면 문재인 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가 여기에 온 것도 안철수 대표가 딱히 좋다기보다도 중도를 표방한 신당이 양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문화의 중간에서 중재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양당제는 정말 문제가 많고, 우리 정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