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인대회 직후 기세 오를 때 결정 "이제 와서 보니 광주가…"
  • ▲ 국민의당이 2일 오후 2시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연 가운데, 이날 창당대회에서 상임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의원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이 2일 오후 2시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연 가운데, 이날 창당대회에서 상임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의원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이 원내 유력 정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서울이 아닌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신당 바람이 약한 충청권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읽히지만, 효과를 거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은 중앙당 창당대회를 2일 오후 2시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었다. 지난달 22일 전남도당·광주시당 창당을 시작으로 24일 인천시당, 26일 전북도당과 부산시당을 창당한 국민의당은 정당법이 규정하고 있는 중앙당 창당 요건인 5개 이상의 시도당을 충족했다.

    그렇다 할지라도 아직 시당조차 창당되지 않은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지난달 31일 중앙당을 창당한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는 수도권인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창당대회를 했다. 원외 정당인 민주당·신민당조차 통합 전당대회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거행했다.

    굳이 중앙당 창당대회를 대전에서 연 것은 '정치적 중원'에 해당하는 충청권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시도당과 중앙당 창당 일정은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 직후에 결정됐다. 당시에는 광주·전남 등은 완전히 신당 바람에 휩쓸려 있었다. 신당 태풍이 조만간 전북을 거쳐 수도권으로 북상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 길목에 해당하는 충청권에서는 유독 신당의 세(勢)가 약했다. 안철수 의원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영입을 시도하는 등 당시부터 충청권 공략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중앙당 창당대회 장소가 대전에서 결정된 것도 이러한 의도 속에서의 포석이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날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상임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전과의 개인적 인연을 유독 강조하는 등 충청권 표심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안철수 대표는 "대전은 나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는 도시"라며 "카이스트 교수 시절에 대전에서 살면서 수도권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전은 국가 차원의 R&D가 굉장히 많이 투입되는 곳인데도 산업이나 지역 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진 것이 공정성장론으로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끝난 직후, 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철수·천정배 의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는 카이스트 교수 시절을 회고하며 대전과의 인연을 유독 강조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끝난 직후, 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철수·천정배 의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는 카이스트 교수 시절을 회고하며 대전과의 인연을 유독 강조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처럼 안철수 대표가 충청권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이날 대전에서 굳이 중앙당을 창당한 의도가 먹혀들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8000여 명의 국민의당 당원들은 대전 한밭체육관 1~2층을 가득 메웠지만, 소속 지역위원회의 깃발을 휘날리는 이들 사이에서 충청권의 지명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당원 개별 취재를 통해서도 충청 지역 당원들은 만나볼 수 없었다.

    또, 모처럼 이례적으로 원내 유력 정당의 중앙당 창당대회가 대전에서 열린 것 치고는 충청권 현지의 관심도 미적지근했다는 지적이다.

    창당대회가 열린 한밭체육관 정문 앞에는 이렇다할 다른 음식점이 없어 양념갈비집이 하나 덩그러니 있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창당대회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국민의당 당원들이 점심을 먹으려 해당 음식점으로 몰려들어 곧 만석이 됐다. 좌석은 전주·강진 등 사방에서 찾아든 사람들이 채웠다.

    평일 낮에 유난스레 몰린 인파에 식당에서는 준비해놓은 밥이 다 떨어지고 특정 메뉴밖에 주문되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식당 주인에게 "오늘 무슨 일로 이렇게 손님이 몰리는지 아느냐"고 묻자 "여기 앞에서 안철수 씨가 창당을 한다더라"는 답이 돌아왔다. "미리 아셨느냐"고 하자 "오늘 손님들이 갑자기 몰려와서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창당대회가 열리는 장소 코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조차 창당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당일에야, 그것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비로소 알게 됐다는 말이다.

    이날 창당대회에는 수도권과 호남에서 온 사람들이 역시 가장 많았다. 황주홍 의원이 도당위원장으로 있는 전남도당의 펼침막은 2층 한쪽 객석을 크게 덮었고, 그 맞은편에서는 "안철수와 함께 목포를 바꾸겠다"는 또다른 펼침막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하기로 한 것은 충청권을 공략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당원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면서도 "호남에서 이렇게 시소 게임을 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광주에서 크게 중앙당 창당대회를 해서 다시 한 번 바람을 일으켜봤더라면 좋았을 것을…"이라고 입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