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한국인 최초로 쇼팽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1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

    2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가 열린다. 쇼팽 콩쿠르의 우승자인 조성진을 비롯해 6위까지 모든 입상자가 모여 본선 무대의 감동을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다.

    이번 한국에서의 갈라 콘서트는 유럽과 아시아 투어에 이은 마지막 공연이다. 특히, 조성진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첫 내한 무대를 가진다.

    이에 앞서 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진은 "1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설레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드는 순간이다. 그 동안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모습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조성진은 10월 21일(한국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7회 쇼팽 콩쿠르 1위와 폴로네이즈 최고연주상을 수상하며 한국인 첫 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유일하게 피아노 부분만 열리는 쇼팽 콩쿠르는 모든 피아니스트들의 꿈의 무대이다.

    그는 쇼팽 콩쿠르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사실 콩쿠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늘 긴장을 하고 스트레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제 꿈이다. 쇼팽 콩쿠르는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많은 기회를 준다"며 "콩쿠르는 제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다. 언제가 정점일지 예측을 못하지만 제 마음속에는 지금 막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있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우승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쇼팽 콩쿠르가 유튜브로 중계되었는데 일부러 다른 사람들의 연주를 안들어서 우승 예상을 못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을 뿐이고, 운이 좋아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1994년생인 조성진은 6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2005년 금호 영재 콘서트 시리즈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2008년 9월 14세에 제6회 모스코바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 2009년 11월 제7회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16세에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3등을 기록했다.

    조성진은 어린 시절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계기와 관련해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고 좋아했다. 피아노와 함께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바이올린은 서서 연주해야 하니까 힘들었다. 피아노는 앉을 수 있어서 편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피아니스트가 아닌 '인간' 조성진의 평소 모습은 어떨까. "또래 친구가 많이 없다. 친하게 지내는 분들은 저보다 나이가 많다. 요즘 20대 친구들이 어떻게 노는지 잘 모른다. 주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 편이고, 한국 발라드도 듣고 있다."

  • ▲ 피아니스트 조성진(中)과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쇼팽협회장(左), 우테 페스케 DG A&R파트 부사장(右) ⓒ크레디아
    ▲ 피아니스트 조성진(中)과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쇼팽협회장(左), 우테 페스케 DG A&R파트 부사장(右) ⓒ크레디아
    지난 1월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DG)과 전속 레코딩 계약을 체결한 조성진은 오는 4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지휘자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새 협주곡을 녹음한다. 솔로 작품 녹음은 이후 베를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조성진과 지휘자 정명훈의 인연은 남다르다. 정명훈은 조성진이 15살 때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 체코 필하모닉, NHK 심포니와의 협연자로 초청했다. 파리 살 플레예에서 열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의 협연자로 조성진을 선택하기도 했다.

    정명훈 저 서울시향 예술감독과의 협연을 앞둔 조성진은 "정명훈 선생님과는 2009년 5월 첫 협연을 시작으로 스무 번이 넘는 협연을 했다. 그 만큼 배운 것도 많고, 음악가로서 존경스럽고 감사하는 분이다. 4월 녹음도 정말 기대되고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도이치 그라모폰(DG)은 1898년 창립한 118년 세계적인 레이블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안네 소피 무터를 비롯한 클래식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및 방대한 카탈로그를 보유하고 있다. 조성진은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통해 앞으로 5년간 5장의 음반을 발매할 계획이다.

    올 초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이후 세계 굴지의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아닌 프랑스의 솔레아 매니지먼트(SOLEA MANAGEMENT)와 계약을 맺었다. 이에 "11월부터 많은 매니저를 만났다.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은 회사 보다는 매니저가 저와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로컬 매니지먼트와 같이 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회사의 네임 밸류 보다는 사람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조성진이 생각하는 좋은 피아니스트, 훌륭한 피아니스트는 '귀하게 느껴지는 연주를 하는 사람'이다. 그는 음악을 할 때만큼은 진지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명곡을 쓴 작곡가들은 엄청난 고뇌가 동반되었기에 더욱 연주자는 음악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여긴다.

    마지막으로 조성진은 롤모델에 대해 당당하면서도 진지하게 얘기했다. "롤모델을 일부러 정해놓지 않는다. 피아니스트 중에 라두루프 음악을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그의 길을 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저만의 길을 개척하고 싶다."

    한편,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는 클래식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2일 오후 2시와 8시 하루 두 차례 열린다. 당초 저녁 공연이 오픈 당일 매진되자 추가공연 요청이 쇄도하면서 한 회 추가한 것. 조성진은 결선무대에서 연주했던 쇼팽 협주곡 1번과 쇼팽 녹턴 13번, 쇼팽 환상곡, 쇼팽의 영웅 폴로네이즈 등 콩쿠르에서 호평을 받은 곡들을 2회 공연 동안 각각 연주한다.  

    [사진=크레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