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이란, 우리에 매우 호감”…이란, 정부 요청 무시하고 자금 인출 희망
  • ▲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자 한국은 '특수'를 기대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란 제재 해제 관련 YTN 당시 보도화면 캡쳐
    ▲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자 한국은 '특수'를 기대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란 제재 해제 관련 YTN 당시 보도화면 캡쳐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되자 한국 정부는 곧 ‘이란 특수’가 불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2016년 상반기 중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제재가 풀린, ‘돈 많은 이란’에게 한국의 의미가 그리 크지 않다는 증거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27일 정부는 한국 기업의 이란 진출 및 한-이란 교류 활성화 등을 목표로 한 ‘제2차 이란 TF 회의’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었다.

    권희식 외교부 아프리카 중동국 국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 국장급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국내 은행에 있는 이란 원유대금 예치 원화 계좌 운용방안, 이란과의 교역 시 결제 통화 문제, 금융지원, 한국 기업의 이란 진출 지원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또는 오는 29일 이란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한-이란 장관급 경제공동위원회’와 관련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한다.

    정부는 ‘이란 TF’까지 구성했지만, 정작 이란은 한국에 동결돼 있던 ‘원화 결제계좌’의 자금을 모두 본국으로 가져가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28일 “이란 정부는 2010년 이후 동결돼 있던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계좌의 석유수출대금을 본국으로 가져가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고 여러 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이란 측에 계좌를 계속 유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란 정부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란 정부가 ‘원화 결제’를 위해 국내 은행에 만든 계좌에는 3~4조 원 가량의 자금이 쌓여 있다고 한다. 미국의 이란 제재 때문에 ‘달러’ 거래가 제한되고 있는 탓에 한국과 이란 간 무역을 위해서는 ‘원화 결제’ 계좌가 필요한데 여기서 돈을 빼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1월 말 담당자를 현지로 보내 이란 중앙은행과 협의를 시작하고, 2월 말 열리는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에서 관련 사항을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의 입장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앙일보’의 보도 이후 기획재정부는 “이란 중앙은행 소유 원화 계좌에서 대규모 인출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이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10년 넘는 기간 동안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았던 이란 입장에서는 제재가 해제된 뒤 노후화된 원유생산 시설과 송유관 등을 하루 속히 개·보수하고,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많은 원자재를 수입해야 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원화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계좌의 돈을 빼내 유로화 등 국제사회에서 사용이 가능한 통화로 바꾸는 게 시급하다.

    한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대응할 시간도 있었음에도 이란 내에서의 ‘한류 열풍’과 제재 당시 한국 기업들과의 거래 등만 믿고 제대로 대응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정부청사에서 열린 ‘이란 TF’는 과거 관계부처 과장급들이 참여하다 이란 제재 해제가 임박해지자 국장급 회의로 격상됐다. 이 국장급 TF 회의는 2015년 12월 29일 이미 열린 바 있다. 하지만 이 회의에서도 이란 정부가 한국에 보유하고 있는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