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방문진 업무보고 직후 유기철 이사, 안광한 사장에게 '쌍욕' 퍼부어안광한 사장이 총평서 "인격모독 하지마라" 불만 제기하자 '욕설'로 응수'대전MBC사장' 'MBC넷사장' 거친 간부형 인사, 2년 만에 야권인사로 돌변
  • ▲ 유기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 네이버 프로필
    ▲ 유기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 네이버 프로필
    '상반기 업무보고'를 진행하는 자리에서 안광한 MBC 사장에게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진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이하 방문진)' 유기철 이사가 과거에도 MBC 소속 직원에게 욕설을 가한 죄(모욕죄)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주목된다.

    지역MBC의 자회사인 'MBC NET'의 한 소식통은 "2014년경 유기철 방문진 이사가 MBC NET 사장으로 있을 때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을 겨냥, (자신에게)사사건건 반항을 한다는 이유로 쌍욕을 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모욕죄가 인정돼 법원에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26일 전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2년 전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에게 욕설을 퍼부어 벌금까지 냈던 '反노조 인사'가 지난해 8월 출범한 10기 방문진 이사진에는 당당히 '야당 추천 인사'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유기철 이사는 2011년 MBC NET 사장 임명 당시에도 언론노조 측으로부터 "지역MBC와 지역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 서울MBC의 입김으로 내려온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언론노조는 지난 2014년 정경수 전 김재철 MBC사장 비서실장이 MBC NET 대표이사로 선임되자 "또 다시 서울MBC의 '낙하산 인사'가 반복됐다"며 "유기철 전 MBC NET 사장은 수익 사업에 치중하면서 채널 경쟁력을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지역과의 관계 끊기에 몰두했다"는 신랄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82년 MBC 보도국에 입사, 사회부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담근 유기철 이사는 국제·사회부장과 논설위원, 보도제작국장 등을 거쳐 대전 MBC 사장까지 지낸 대표적인 간부형 인사. 따라서 '언론노조'보다는 '경영진'에 더 가까운 마인드를 지닌 인물로 풀이된다.

    그런데 지난해 8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직에 이름을 올린 뒤부터 유기철 이사는 '야권(野圈) 인사'로 180도 변신하는 '신기의 처세술'을 선보이고 있다.

    마치 자신을 천거한 이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유기철 이사는 10기 방문진을 대표할 이사장 호선 과정에서부터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21일 차기이사장 선임 투표 당시, 단독 후보로 출마한 고영주 이사에 반기를 들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던 유기철 이사는 방문진 10기 이사회가 구성된 이후 열린 첫 회의석상에서도 고영주 이사장에게 '이념의 편향성' 여부를 따져 묻는 '사상 검증식 질문'을 던져 논란을 일으켰다.

    이른바 '욕설 논란'이 벌어진 지난 22일 임시이사회 자리에서도 유기철 이사는 업무보고 차 참석한 안광한 MBC 사장을 향해 '인격모독적' 막말과 삿대질을 퍼부으며 이제는 완벽히 '야권 인사'로 탈바꿈했음을 알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당시 임시이사회 현장을 취재한 '미디어워치'는 "유기철 등 야권 이사들은 ▲사업계획 내용 중 대외공개가 어려운 사업기밀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사업계획 공개를 요구했고, ▲노사관계에 대한 노조 측 요구를 일방적으로 되풀이하는가 하면 ▲시청률을 트집 잡으며 일부 PD들과 관련된 문제들을 쟁점화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워치'는 이 중에서도 "평소 거친 언행으로 회의에 임해 온 유기철 이사는 이 과정에서 안광한 사장에게 상당한 모욕감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사진 총평 후, 안광한 사장이 '인신공격성 발언은 부적절하다'며 유감을 표하자 다시 막말로 대응했고, 회의 종료 후 결국 삿대질까지 퍼부었다"고 타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기철 이사는 회의석상을 나오면서 안광한 사장에게 "그따위 태도가 어딨느냐" "어디다 대고 그런 식으로 하느냐" 같은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비평지 '미디어스'도 같은날 비슷한 취지의 기사를 온라인 페이지에 올렸다.

    '미디어스'는 22일 '2016년 MBC 상반기 업무보고' 현장을 취재한 기사에서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며 "안광한 MBC 사장이 '정치적 목표로 악용', '순수한 업무보고 자리 됐으면' 같은 훈계조의 발언을 쏟아낸 것에 대해 유기철 이사가 '개XX'라는 욕설을 가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안광한 사장은 이날 방문진 업무보고 총평을 하는 시간에 "MBC의 발전을 위해 같이 고민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텐데, 외부를 의식한 정치적 목표로 악용될 우려가 된다"며 "유감스럽다"는 소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안 사장은 방문진 (야당 추천)이사들이 MBC 영업비밀에 대항하는 사안에 대해 공개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경쟁사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방문진 업무보고가 기본적인 업무 목적에 맞게끔 진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사장은 "방문진이 MBC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된다"며 "이 자리가 (사측 인사들에 대한) '인격 모독의 자리'가 아닌, 순수한 업무보고의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사가 '사실'에 충실한 보도가 맞다면, 안 사장은 회의가 끝난 뒤 복도에서 "개XX"라는 욕설을 듣기 이전부터 이미 유기철 이사 등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에게 인격 모독적인 말을 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방송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방문진 야권 이사 3인방이 지난 21~22일 각 본부별로 업무보고를 받는 와중, '숙련된 기존 노조원들을 적재적소에 쓰지 않아 방송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가하고,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은 비공개로 해달라'는 사측 요구에도 '이게 왜 비공개 사안이냐'며 고함을 치는 장면이 수차례 반복됐다"면서 "결국 참다못한 안광한 사장이 작심을 하고 'MBC의 업무보고가 왜 이래야 되느냐', '정치적으로 무슨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항변을 꺼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