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JTBC 뉴스9에 내린 방통심의위 징계, 지극히 정당""출연자 주장, 검증·비판하지 않은 손석희 진행 방식도 문제"
  • JTBC '뉴스9'는 재난 등에 대한 불명확한 내용이나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방송해 시청자들을 혼동하게 했습니다.


    지난 2014년 '다이빙벨'에 관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불명확한 주장을 가감없이 내보낸 JTBC '뉴스9' 제작진이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관계자 징계' 조치는 지극히 정당했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황병하)는 21일 "JTBC '뉴스9'가 2014년 4월 18일 '다이빙벨을 사용하면 유속과 상관없이 20시간 구조 작업이 가능하다'는 이종인 대표의 주장을 아무런 반론없이 방영함으로써, 사실 관계에 대한 '왜곡'으로 시청자를 혼동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중징계'는 정당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JTBC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방송심의 제재조치 취소 청구 소송에서 "JTBC가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일부 승소(제재 조치 취소)를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다수 증인들의 증언을 살펴보면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보유한 다이빙벨이 세월호 침몰 해역의 유속과 관계없이 20시간 연속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폐쇄적인 연안지형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정조시간에만 작업할 수 있는 한계 등이 있어 ▲구조 작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실제로 세월호 실종자 구조 현장에 투입된 다이빙벨은 실질적인 구조 작업은 하지도 못한 채 철수했다"며 "결과적으로 JTBC '뉴스9'에서 이종인 대표가 장담했던 모습들을 전혀 보여주질 못했다"고 강조했다.



  • ◆ 재판부도 인정한 손석희의 '다이빙벨 편파 인터뷰'


    재판부는 "이종인 대표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소개한 제작진도 문제지만, 시청자가 비판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반론을 제기하거나 부연설명을 하지 않은 손석희 앵커의 진행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뉴스는 객관적인 사실 전달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따라서 인터뷰 대상자의 의견을 시청자에게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진행자가 부연 설명을 하거나 반론을 제기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해당 방송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재판부는 "특히 재난 등이 발생했을 경우 뉴스 프로그램은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사실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방송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JTBC '뉴스9'는 특정인의 일방적인 견해를 그대로 내보냄으로써 사실 관계의 왜곡을 조장, 결국 시청자를 혼동케 했다"고 밝혔다.

    '뉴스9' 진행자는 이종인 대표의 주장을 비판하는 게 아닌, 강조하는 방향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른 견해를 가진 전문가를 출연시켜 이 대표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정부가 다이빙벨을 조기 도입하지 않아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인식하게 됐습니다.


    ◆ JTBC, "20시간 연속 잠수" 다이빙벨 효능 알려


    '다이빙벨'은 비교적 간단한 기술로 잠수부를 수심까지 이동시키는 소형 잠수기구. 당초 다이빙벨의 구조 효능을 자신했던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사고 해역 근처에서 '다이빙벨'을 몇 번 담갔다 꺼내는 '잠수 시연'만 한 뒤 철수해 물의를 빚었다.

    수년 전 천안함 폭침사건 때에도 "천안함은 암초에 좌초된 것"이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전개해 '음모론'의 불씨를 지폈던 이종인 대표는 세월호 침몰 직후 JTBC 방송에 출연해 "다이빙벨을 이용하면 2~3일 내 3층, 4층 화물칸 수색을 다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 ▲ JTBC '뉴스9' 방송 화면 캡처
    ▲ JTBC '뉴스9' 방송 화면 캡처



    이종인 : 일명 '물 속 엘리베이터'로 불리는 다이빙벨은 2000년에 제작됐는데요.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 작업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수평 이동을 하면 어떤 조류의 영향도 거의 안 받아요.

    손석희 : 그러면 당장 사용할 수는 없습니까?

    이종인 : 당장 다이빙벨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라고 무조건 시켜달라고 할 수는 없죠. 구조 작업 체계에는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민간인이 끼어들어 지휘할 수가 없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는 이튿날에도 '다이빙벨'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며 의도적으로 이종인 대표를 부각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이빙벨 투입 여부에 대해 정부가 "사고 지점은 유속이 빨라서 투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뉴스9'는 "다이빙벨은 유속에 상관없이 작업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이종인 대표의 의견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 이종인 대표는 4월 21일 자신의 다이빙벨을 사고 해역으로 가져오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JTBC 연출, 이종인 주연의 '다이빙벨 띄우기'는 마침내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선미 중간 부분을 수색해도 좋다'는 해경 측 허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다이빙벨의 실체는 이 대표의 말과는 달랐다. 유속에 심하게 요동쳤고, 정조시간에 맞춰 '제한 투입'되는 한계성마저 드러냈다. 심지어 빠른 유속 때문에 줄이 배배 꼬여 끊어지는 황당한 장면까지 연출했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4년 8월 7일 전체회의를 열어 "'JTBC 뉴스9'는 "정확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 작업할 수 있는 기술' '2~3일이면 3층, 4층 화물칸 다 수색이 끝날 것'이라는 등 출연자의 일방적인 의견을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하게 했다"며 '재난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객관성'에 관한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한 JTBC '뉴스9'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징계'는 방통심의위가 내리는 5가지 법정제재 중 과징금에 이어 두 번째로 수위가 높은 처분. 징계 처분을 받은 방송사는 차후 방송사업 재승인 심사 때 벌점 4점이 부과된다.



    "구조 작업은 해경에게 맡기겠다"

    [단독] '이종인 다이빙벨', 애당초 구조할 생각도 없었다

    28일 뉴데일리와 인터뷰서 "잠수성공 뒤 철수" 의사 밝혀



                                                                 2014-05-01
                                                                 조광형·윤희성·유경표

  • ▲ 1일 오후 2시경 팽목항에 정박한 이종인 대표의 바지선에 취재진이 모여들어 공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 윤희성 기자
    ▲ 1일 오후 2시경 팽목항에 정박한 이종인 대표의 바지선에 취재진이 모여들어 공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 윤희성 기자


    이종인, 구조보다 '잠수 시연'이 목적?!

    "실종자들을 구조하겠다"며 수중 잠수장비 '다이빙벨'을 끌고 온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애당초 '구조 작업'보다 다이빙벨의 '성능 시연'에 목적을 두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공개됐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28일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불거졌다.

    이날 다이빙벨을 싣고 사고해역으로 떠나기 전 본지 취재진과 마주한 이종인 대표는 "다이빙벨을 통한 구조작업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시연한 뒤 사고 해역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변에서 하도 안된다고 하니까…. 말들이 많잖아?

    처음에 생각하기로는 해경이 구조 작업을 하도록 놔두고, 일단 (잠수에)성공했다는 걸 보여주고 그 다음엔 철수를 할 생각이야.

    (취재진) 그러면 철수하기로 마음을 굳힌 겁니까?

    마음을 굳혔다기 보다는..그렇게 생각을 했어.


    당시 이종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때만해도 "철수하겠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실감하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발을 빼다가는 이전까지 이뤘던 모든 공이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일 오전 이 대표가 바지선을 풀고 팽목항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취재진에게 했던 얘기가 '진짜 속내'였음이 드러났다.

    이 대표와 다이빙벨은 오후 2시경 팽목항에 도착했다.

    현재 다수의 취재진이 이 대표의 바지선을 둘러싼채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바지선 컨테이너에 머물고 있는 이 대표는 이 배가 사유지임을 주장하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다이빙벨을 28분간 '잠시' 담갔다 빼는 행동으로 물의를 빚은 이종인 대표는 1일 새벽 3시 20분 다이빙벨을 사고 해역에 재투입시켰다.

    알파잠수기술공사에 따르면 잠수부 3명을 태운 다이빙벨은 3시 20분경 투하돼 5시 17분경 출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출수 시간만 따지면 2시간 가까이 되나, (감압 시간을 제외하면)실제로 잠수사들이 수색 작업을 한 것은 40여분에 불과하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

    이와 관련,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은 팽목항에서 가진 공식브리핑에서 "알파잠수 측이 4차례에 걸쳐 23m까지 들어갔는데 당시 2명이 수색에 참여했으며 각각 25분과 20분을 수색했다"고 밝혔다.

    한 현지 소식통은 "만일 이종인 대표가 애당초 '구조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다이빙벨 투하에 착수한 마당에 어렵게 접안한 바지선을 풀고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시간상 이 대표가 다시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사진 = 윤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