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이승만 찾았던 문재인, 모두 함께 간 안철수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과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등 지도부가 창준위 발족 이후 첫 공식 일정을 국립현충원 역대 대통령 묘역 참배로 시작했다.

특히 국민의당 지도부는 야당 지도부가 단골로 참배해오던 김대중 전 대통령(DJ) 묘역 뿐만 아니라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묘역까지 두루 참배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당 한상진 위원장과 안철수 위원장, 김한길·김영환·김동철·문병호·임내현·황주홍 의원 등은 11일 아침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이날 광주와 전남 순천 방문을 앞두고 가장 먼저 DJ 묘역을 찾은 안철수 위원장 등 지도부는 한상진~안철수~김한길 순서로 분향하고, 이후 YS~박정희 전 대통령~이승만 박사 묘역을 참배했다.

이승만 박사 묘역 참배를 마치고 나선 한상진 위원장은 국민의당 창준위를 대표해 취재진과 가진 문답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 땅에 도입했고 또 굳게 세우신 분"이라며 "이승만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우리가 이어받아 그 체제를 좀 더 강고하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우리나라에서 충실히 발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승만 박사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그런 뜻을 새기면서 앞으로 국민의당은 역대 대통령들의 뜻을 더욱 계승하고 발전시켜서 정말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워야겠다는 결의와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상진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말 산업성장의 엔진을 (시동을) 거신 분"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헬멧을 쓰고 창원·울산·구미 이런 공단을 돌았고, 굉장한 헌신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몸소 이끄셨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경제는 대단히 전망이 밝지 않고 국민 다수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산업성장의 드라이브를 어떻게 재가동시키느냐인데, 우리 국민의당은 박정희 대통령이 이끈 산업성장의 엔진을 다시 한 번 이 땅에 가동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이날 현충원 참배를 하면서 이승만 박사, 박정희 대통령의 묘역까지 참배한 것은 '낡은 진보' 더불어민주당의 친노·486·운동권 세력의 소모적 이념 논쟁과는 확실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이튿날 새 지도부와 함께 현충원을 방문했을 때 '중도 행보'를 표방하며 이승만 박사·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려 했으나, 정청래·오영식·유승희 최고위원 등 일부 지도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지도부 합동 참배에 찬성했으나 숫적으로 역부족이었다. "아마 내가 있었더라면 찬성했을 것"이라던 전병헌 최고위원은 건강상의 이유로 현장에 없었다. 이 때문에 논란 끝에 이승만 박사·박정희 대통령 묘역은 문재인 대표가 홀로 참배하는 모양새가 돼 "아니함만 못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나마도 더불어민주당이 분당된 뒤에 맞이한 올해 현충원 참배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DJ와 YS 묘역만 참배했을 뿐 이승만 박사·박정희 대통령 묘역은 들르지조차 않아 지난해의 '중도 표방'은 유권자의 표만 노린 진정성 없는 거짓 행보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합류한 황주홍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표가 국립묘지 양김 묘소만 참배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하겠다는 분, 맞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물론 이날 국민의당 지도부의 이승만 박사·박정희 대통령 묘역 참배도 4·13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중도층의 표를 노린 행보일 수도 있다. 정말로 진정성이 있는 행보인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 지도부도 이승만 박사·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황주홍 의원을 비롯한 당 소속 현역 의원들 대부분이 이날 한상진 창준위원장,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함께 참배 일정에 동행했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지난해 마지못한 듯한 참배와는 다른 차별성이 느껴진다는 평이 적지 않다.

특히 안철수 위원장은 지난 2012년 9월, 대선 출마 선언 직후 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승만 박사·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었다. 또,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무소속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2014년 초에도 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었다.

황주홍 의원은 이날 현충원 이승만 박사·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감격에 겨운 듯 "동작동 국립묘지에 와서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는 이 일을 하기까지 왜 이토록 긴 세월이 필요했을까"라고 했다.

나아가 "산업화와 민주화, 이제 화해해야 한다"며 "증오와 적대의 정치를 끝내고 대화와 합의의 정치를 선도하는데,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국립현충원에서 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그 공과를 떠나 (야당 지도부의) 역대 대통령 묘소 참배를 바라고 있다"며 "일부 야당 지도자들만 일부 대통령 묘소 참배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일"이라고 문재인 대표 등 친노패권주의 계파를 향한 촌철살인의 일침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