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성장률 2.9%로 하향…개도국은 5.4%→4.8%, 中 7.0% → 6.7%로 주저앉아
  • 2000년 개봉한 영화 '퍼펙트 스톰'의 한 장면. 영화 속 어부들은 버뮤다 삼각지대 해역에서 엄청난 폭풍을 만난 뒤 모두 숨진다. ⓒ유튜브 영화 트레일러 화면 캡쳐
    ▲ 2000년 개봉한 영화 '퍼펙트 스톰'의 한 장면. 영화 속 어부들은 버뮤다 삼각지대 해역에서 엄청난 폭풍을 만난 뒤 모두 숨진다. ⓒ유튜브 영화 트레일러 화면 캡쳐

    ‘퍼펙트 스톰’. 2000년에 개봉한 영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적 또는 개별 국가에서 생긴 경제적 악재들이 다른 악재와 맞물려서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충격을 주는 것을 말한다.

    2015년 9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퍼펙트 스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던 세계은행이 또 다시 ‘퍼펙트 스톰’을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2015년 12월 16일(현지시간) 美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9년 6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0.25% 올린 것을 시작으로 ‘퍼펙트 스톰’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은행은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2016년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는 ‘퍼펙트 스톰’이 개발도상국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015년 6월 전망치 3.3%보다 낮은 2.9%로 내다봤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률이 대폭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기존의 7.0%에서 6.7%로 낮아졌으며, 브라질은 1.1%에서 –2.5%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2.1%에서 1.4%로 주저앉았다. 개발도상국가 전반적으로는 5.4%에서 4.8%로 0.6% 가량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은 0.2%로 소폭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로를 사용하는 EU국가들의 경우에는 1.8%에서 1.7%로 0.1% 낮아졌고, 일본은 1.3%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나라는 미국이었다. 세계은행은 미국이 2015년 경제성장률 2.5%보다 높은 2.7%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은행의 잿빛 전망은 지난 5일 증시가 개장할 때부터 폭락을 거듭한 중국 증시 충격과 겹쳐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중국 증시는 지난 5일부터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부터 폭락을 거듭, 5일 가운데 사흘 동안 정상적인 거래를 하지 못했다. 8일에는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철폐한다고 발표, 해외 언론들을 놀라게 했다.

    국가 경제에서 대중 의존도가 가장 높은 한국 또한 충격을 그대로 입었다. 5일 중국 증시 폭락 이후 1,900선이 무너졌던 한국 증시(KOSPI)는 8일에야 겨우 1,900선을 회복했다.

    한국 재계와 언론은 “한국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로 나타나는 무역은 대부분 중국 현지에 있는 한국 기업의 공장에 반제품을 보내는 것이고, 한국에 투자한 중국 자본의 규모가 작아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이어진다 해도 더 이상의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과 중국만을 따로 떼어놓고 분석한 결과다. 세계은행과 국제금융기관이 우려하는 점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견인하던 개발도상국 전체의 붕괴다. 이들 개발도상국은 원자재 가격 급등을 통해 호황을 누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즉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 동남아시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 2016년 1월 8일 마감한 상해종합지수와 지난 3년 간의 추이. ⓒ네이버 금융 캡쳐
    ▲ 2016년 1월 8일 마감한 상해종합지수와 지난 3년 간의 추이. ⓒ네이버 금융 캡쳐

    브라질, 러시아, 중국은 모두 자원대국으로 알려져 있었다. 반서방 진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중남미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중국은 2000년 들어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면서 ‘자원의 블랙홀’로 변신했다.

    중국은 공장 역할을 하면서 돈을 쓸어담았고, 그 결과 2013년에는 외환 보유고가 3조 7,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와 그를 지지하는 공산주의청년단 세력이 이를 부정부패와 연결짓고 ‘호랑이 사냥’을 본격 시작하면서 그 많던 자본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이후 불어닥친 원자재 가격 폭등, 이로 인한 무역적자가 갈수록 커지면서 미국은 달러를 무제한으로 발행하는 ‘양적 팽창’을 실시한다.

    일반적인 경제 상식으로는 이런 조치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불러 와야 하지만, 미국 경제는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를 본 EU와 일본 또한 ‘양적 팽창’을 따라한다. 낮은 가격의 엔화를 바탕으로 일본 경제도 회복세를 맞이했다.

    미국은 또한 원자재 가운데 가장 큰 부담이 됐던 석유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한다. 2012년부터 미국 정부는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 활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2014년에는 미국에서 생산한 석유를 해외에 수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의 셰일 에너지가 가진 잠재력을 두려워한 OPEC(석유수출국기구), 그 가운데서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덤핑’을 시작한다. 생산량을 크게 늘린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끄떡없었다. 셰일 에너지 생산량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기술개발 덕분이었다.

    한때 배럴 당 120달러를 넘었던 유가는 2016년 1월 7일(현지시간) 두바이유가 30달러 대 이하로 떨어졌다. 석유 수출이 국가의 주요 수입이었던 남미 국가는 물론 러시아 또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곳은 거대한 석유매장량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GCC(걸프협력회의) 회원국뿐이었다. 하지만 이들 마저도 2016년에는 ‘재정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석유 가격으로 미국과 OPEC, 개도국이 벌이던 ‘치킨 게임’의 가장 큰 피해자는 러시아와 중국이 됐다. 특히 중국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아프리카와 중남미, 중동의 산유국에 국가 당 수백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투자를 해 왔다. 하지만 이들 모두 ‘부실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을 선두로 한 개도국의 경제위기는 이런 국제역학구도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중국에는 다른 문제들도 숨어 있다. 내수 경기 침체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포함,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의 언론들은 중국 내수 경기 침체가 ‘건설경기 침체’와 ‘그림자 금융의 폐해’에 따른 것이라고만 설명하고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중국이 WTO 체제에 편입되기 전부터인 90년대 중반부터 중국에서 신흥재벌이 될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마오쩌둥의 후손, 장쩌민 일가, 후진타오 일가, 원자바오 일가 등 中공산당의 ‘로열패밀리’와 이들의 인맥, 그 가족들이었다. 세계 화교자본 수뇌부에게 '편의'를 봐줬기 때문이다.

    中공산당은 당 중앙위원회가 철저히 통제하는 관치금융과 불투명한 회계, 몰아주기식 사업추진을 통해 ‘로열패밀리’와 그 측근 가족들을 재벌로 만들었다. 재벌이 된 사람들은 자신들을 밀어준 中공산당 핵심 지도부에 충성을 다했다.

    2011년 시진핑이 中공산당 총서기가 되고, ‘교조주의적’인 공산주의 청년단이 그의 든든한 지원세력이 되면서, 시진핑은 기존 재벌들에 대한 숙청을 시작한다. 사실 시진핑의 숙청은 처음에는 쿠데타를 시도했던 보시라이 부부와 그 후원자인 저우융캉을 노린 것이었지만 중국 재벌과 과거 권력자 간의 커넥션이 드러남에 따라 ‘호랑이 사냥’과 ‘여우사냥’으로 변한 것이다.

    특히 시진핑의 ‘호랑이 사냥’은 2014년에는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2015년 2월에는 알리바바 그룹의 오너 마윈 회장이 中공산당으로부터 ‘불공정 거래’ 경고를 받았고, 12월에는 중국의 워렌 버핏으로 불렸던 궈광창 푸싱 그룹 회장이 갑자기 연행됐다 풀려났다. 2016년 새해 들어서는 ‘패션 재벌’인 저우청젱 미터스본위 그룹 회장이 갑자기 사라졌다.

    시진핑의 이 같은 ‘호랑이 사냥’은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부정부패로 막대한 재산을 축재한 공산당 간부와 재벌들이 몰래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빼돌린 재산이 여전히 중국에 있는 것처럼 분식회계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덩샤오핑 자손, 장쩌민 자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리카싱 장강그룹 회장 또한 중국 본토에서 10조 원이 넘는 자산을 매각하고 언제든지 손을 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렇게 중국에서 빠져 나간 자본은 최소 1조 2,000억 달러, 최대 4조 달러라는 분석들까지 나왔다.

    즉 시진핑의 ‘호랑이 사냥’과 그 후폭풍으로 중국에는 ‘서류상의 돈’만 있지 ‘실제 돈’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중국 내수 경기 침체와 부동산 경기 하락은 ‘실제 돈’을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도 이런 점 때문에 한국 돈으로 7,600조 원을 투입하는 ‘징진지 프로젝트’와 함께 과거의 실크로드와 명화의 바닷길을 복원한다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이를 통해 중국 수도권의 환경복원은 물론 내륙 지역 농민공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켜 4억 명의 중산층을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진핑의 계획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中공산당이 보유한 자산이 실은 ‘가짜’이고, 중국 인구의 80% 이상은 여전히 빈곤층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중국 건설경기는 끝 모를 추락을 할 수 있다.

    최근 중국 증시의 폭락도 이와 비슷하다. 2015년 중국 증시에 외국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후강퉁’ 제도가 시행되면서, 중국에서는 증시 투자 과열현상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증시가 오르는 것만 보고선 빚까지 내가며 주식투자에 몰두했다. 하지만 2015년 6월부터 증시가 출렁거리면서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큰 빚을 진 사람들이 속출했다.

  • 지난 7일 중국상해증시는 개장 30분 만에 급락장세로 폐장했다. 객장을 떠나는 노인의 표정이 현재 중국 국민들의 불안을 보여주는 듯하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일 중국상해증시는 개장 30분 만에 급락장세로 폐장했다. 객장을 떠나는 노인의 표정이 현재 중국 국민들의 불안을 보여주는 듯하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中공산당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건설 경기가 추락할 때처럼 막대한 자금을 증시에 들이붓고 외환시장에까지 개입했지만, 대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80년대 영국 중앙은행까지 탈탈 털어먹고, 1990년대 후반 한국의 알짜 자산들을 헐값에 인수한 바 있는 국제금융자본들을 너무 만만하게 봤던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원인들로 인해 중국 증시는 2016년 들어 계속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은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 데 이어 2016년 연중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 브라질 등 개도국에서 이탈한 국제금융자본을 빨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달러화 강세, 엔화 강세, 파운드화 강세는 미국 경제에 또 한 번의 활황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관들은 이미 이런 추세를 예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5년 12월 국제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중국, 러시아, 브라질, 그리고 일부 산유국의 경제가 악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EU의 경우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제 중심인 독일이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 때문에 2016년에도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아무튼 중국 증시의 폭락은 건설 경기 침체로 갈 곳을 잃은 자본이 투기성향을 갖고 증시를 찾았다 국제금융자본들에게 돈을 잃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중국에서 온 가족이 모이는 ‘춘절’이 지나면, 그동안 증시에 몰렸던 돈이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