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학살할 땐 '원리원칙', 친노에는 '관대한 잣대'… 패권주의 실상
  • 아들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시험 낙방 구제를 위한 청탁 의혹으로 당무감사원으로부터 징계 요구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신기남 의원(4선·서울 강서갑)이 이번에는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에게 부적절한 구명 문자를 보냈다.

    아들을 구하기 위한 청탁으로 본인이 당에서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하자, 자신을 구해달라고 당 최고 권력층에 요청한 것이다. 최재성 본부장은 당무감사원의 위원이기도 하다.


  • 신기남 의원은 31일 본회의장에서 최재성 총무본부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다음과 같은 방안 중에 하나를 택해줄 것을 요청드린다"며, 징계 요구가 돼 있는 자신의 현 상황을 풀 방법을 직접 노골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당무)감사원이 조사 결과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건은 윤리심판원에 회부하지 않는 결정을 하든지, 아니면 현재 (당무)감사원에 계류 중인 재심에서 (당무)감사원이 징계 요구를 취소하는 의결을 하든지"라고 요구했다.

    특히 신기남 의원은 자신을 구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징계 요구에서 자유롭게 해줘야, 나서서 싸울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극에 달한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 속에 비노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노 주류로 분류되는 신 의원이 비노계와의 세력다툼에 선봉으로 나설테니 자신의 징계는 눈감아 달라는 청탁인 셈이다.

    비노계 의원에게는 원리원칙대로 기준을 가져가 '공천학살'을 하면서, 친노에게는 관대한 잣대를 가져가는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들 변호사 청탁 땐 대학과 '소곤소곤'
    본인 징계 피할 땐 문자로 '살짝 전송'


    신기남 의원은 경희대 로스쿨 3학년인 아들이 졸업시험에서 컷오프돼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되자, 지난달 19일 직접 경희대 로스쿨을 찾아가 대학원장과 만나 "아들을 졸업시험에 붙여달라"며 "그렇게 해주면 법무부를 통해 변시 합격률을 80%까지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기남 의원은 로스쿨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교문위 소속 같은 당 의원에게 경희대 로스쿨의 졸업사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같은 당 의원은 경희대 부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로스쿨보다 왜 경희대 로스쿨의 (졸업시험) 커트라인이 높으냐"며 "변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쓸데없이 학생들을 떨어뜨리려는 것 아니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희대 로스쿨의 부원장을 맡고 있는 보직교수가 국회 의원회관의 신기남 의원실을 직접 찾아 신기남 의원을 만나 해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4선의 중진 의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이 도마 위에 오르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을 흔들고 해치는 일들도 그냥 넘기지 않겠다"며 "용인해야 할 경계를 분명히 하고, 그 경계를 넘는 일에 대해서는 정면대응하여 당의 기강을 세우겠다"고 선언한 직후 신기남·노영민·유성엽·황주홍 의원에게 단호한 조치를 취하도록 당무감사원에 지시했다.

    이 중 당내 비주류에 속하는 유성엽·황주홍 의원은 탈당했다. 반면 주류에 속하는 신기남·노영민 의원에 대해서는 당무감사원이 징계 요구를 했으나 아직까지 윤리심판원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 ▲ 신기남 의원 ⓒ 뉴데일리
    ▲ 신기남 의원 ⓒ 뉴데일리

    당무감사원은 지난 6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현역 4선 의원의 위치에서 볼 때, 학교를 방문하고 의원회관에서 로스쿨 원장의 해명을 듣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과 학사 운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윤리심판원 징계 요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기남 의원은 징계 요구 결정에 불복하고 재심을 청구했다. 신기남 의원은 "당무감사원이 압력 행사 자체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로스쿨 원장실로 찾아간 것 자체가 학교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다며 윤리심판원에 징계 요구를 했다"며 "국회의원은 아들 일을 알아보러 학교를 찾아가선 안 된다는 말인가"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29일 재구성되면서 내달 11일·26일 회의를 열고 신기남 의원 징계 여부의 논의를 앞두게 되자, 징계가 목전에 온 신기남 의원이 몸이 단 나머지 최재성 총무본부장을 통해 어떻게든 윤리심판원 회부를 취소시켜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셈이다.

    신기남 의원이 이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제시한 △당무감사원이 재심 결과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해, 최고위원회의가 윤리심판원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방안 △당무감사원이 재심을 통해 직접 윤리심판원 징계요구를 취소하는 방안은 형식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자신에 대한 윤리심판원의 징계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자기 자신을 직접 면책해달라는 청탁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또, 이러한 문자 메시지를 당무감사원의 일원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에게 보낸 것도 지극히 부적절한 처신이다. 구명의 대상이 자기 아들이냐, 자기 자신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처신의 구조가 판박이처럼 닮은 꼴이라는 비판이다.

    이날 포착된 문자메시지에 대해 신기남 의원은 "당무감사원에 재심청구서를 넣은 18일에 보낸 문자"라며 "재심 청구서에 적은 내용 그대를 최재성 본부장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친노계를 위해 자신을 구명해달라는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최재성 본부장이 당시 많이 힘들어했다"며 "(구명 요청이)허사인걸 알면서도 당이 힘들고 해서 최 본부장을 위로하기 위한 차원일 뿐이었다"고 답했다.


    앞서 임내현 의원은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며 "소통 부재와 독선, 불공정·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등 당 운영 방식도 문제"라며 "주류와 비선 라인의 의견만이 수용되며 문제를 야기한 경우에도 계파별로 차별적 처리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었다.

    신기남 의원과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모두 당내 주류로 분류된다. 비주류인 유성엽·황주홍 의원에 대한 문재인 대표의 '추상 같은 분부'는 결국 탈당 사태까지 초래하면서, 같은 주류에 대한 조치는 과연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징계 당사자인 본인이 직접 제시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면서 "계파별로 차별적인 처리를 한다"는 말을 실제 사례로 입증해낼 것인지 야권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