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산하 제1노조, 사내 2·3 노조에 경고성 기자회견… 제대로 갑질?

  • 민주노총 산하 단체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본부노조)가 사내 복수노조들의 개별 임단협(임금협상과 단체협약) 교섭을 고의 훼방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논란이 일고 있다.

    본부노조는 지난 22일 상암 MBC 신사옥 앞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자청, 노조 전임자 전원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린 사측을 맹비난했다.

    아울러 본부노조는 사측이 사내 복수 노조인 '공정방송노동조합(제2노조)', 'MBC노동조합(제3노조)'과 개별적으로 '임단협 교섭'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여전히 자신들에게 '대표 교섭권'이 있음을 강조했다.

    1,700명 조합원의 근로조건 향상과 복지증진을 책임져야 하는 노조의 집행부를 100명 안팎의 노조와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는 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두 노조가 노동조합이라면 임금협상에 나서지 마라. 어용이 될지 노조가 될지 이번에 선택할 수 있다.


    ◆ 본부노조, 타임오프 기간 경과..교섭대표 자격 상실


    앞서 MBC는 지난 2013년 김종국 MBC 전 사장이 본부노조와 합의한 2년(연 1만 시간)의 '타임오프 기간(노조전임자 근로시간면제)'이 경과됐으므로, 지난 14일까지 세 노조(본부노조·공정방송노동조합·MBC노동조합)가 논의해 '교섭대표 노조'를 결정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14일까지 교섭대표 노조가 확정되지 않자 MBC는 교섭대표 노조가 없는 것으로 간주 하고, 노조 전임자 전원(5명)을 상대로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는 한편, 각 노조 별로 임단협 개별교섭을 시작했다.

    이에 본부노조는 16일 임단협 특보를 통해 "사측이 임금협상이 시작되자 조합 측 교섭위원들을 아예 회사 업무에 복귀하라는 것은 협상에 대한 중대한 방해 행위"라며 강한 반발을 보였다.

    본부노조는 "조합 상근 집행부 전원이 복귀해 다른 회사 업무를 수행해가면서 임협에 나오라는 것은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는 불공정한 교섭을 하려는 것"이라며 "사측이 현 집행부가 취임한 지난 1년간 조합에 대한 탄압 수위를 끊임없이 높여왔는데, 이번 업무복귀 명령 역시 사측의 조합 탄압 행위의 일환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MBC는 "본부노조는 12월 16일자 노조 특보를 통해 회사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으나, 노조의 주장은 법규 및 사리에도 맞지 않는 편향되고 왜곡된 주장"이라며 "'28년간 노조 전임자가 있었다'는 과거의 사실과 현재의 '근로시간 면제자 합의 종료에 따른 원부서 복귀 인사발령'과는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MBC는 "노조에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해야 할 아무런 법적인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해왔고, 이제 근로시간 면제에 대한 합의 기간이 종료돼 당연하게 인사발령이 난 것일 뿐"이라며 "근로시간 면제는 단협사항으로 앞으로 각 3개 노조와 개별교섭을 통해 합리적으로 논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MBC는 "임금협상은 노조전임자 없이도 여전히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는 다른 노조와 마찬가지로 본부노조도 똑같은 조건"이라며 "본부노조 주장대로라면 노조전임자가 애초에 없던 다른 노조는 어떻게 노조활동을 하고, 어떻게 임단협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MBC는 "임금협상중임을 들어 노조전임자나 근로시간 면제자를 계속 인정해야 한다거나, 합의종료에 따른 인사발령을 교섭방해라거나, 초유의 사태라고 선동하는 노조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 조합원 수 많으면, '소수 노조' 교섭권은 짓밟아도 된다?

    한편, 본부노조가 노골적으로 여타 노조들의 '개별협상'을 훼방하는 모습을 보이자 MBC 노동조합(공동위원장 김세의·박상규·최대현)은 "더 이상은 좌시할 수 없다"며 "본부노조는 소수 노조에 대한 폭압적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민주노총의 전위부대가 될 것인지, MBC를 '일하고 싶은' 일터로 만드는 밀알이 될지 선택하라"는 강도 높은 성명을 24일 발표했다.

    MBC노조는 정영하 전 본부노조 위원장이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조합이라면 임금협상에 나서지 말라는 요구를 하고, 임금협상을 하면 '어용노조'가 된다는 해괴망측한 주장까지 덧붙였다"면서 "조합원 수가 많고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조합의 활동은 정당하고, '소수 노조'의 교섭권은 무시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나만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회사를 '권력투쟁의 놀이터'로 생각하는 소아병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서울지부 조합원을 903명이라고 신고한 본부노조가 전국 단위로 조합원 수를 제시하면서 조합원 수가 120명인 MBC노조를 100명 안팎이라고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이다. 본부노조 특유의 '왜곡과 과장 신공'을 발휘한 것이다.

    조합원 수가 많든 적든 노동조합은 조합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이 있는 것이고 사측은 모든 노조와 성실히 교섭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의나 노동법 원리에 훨씬 부합하지 않는가? 본부노조의 논리는 '우리는 기득권을 인정받는 금수저 노조'라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MBC노조는 "본부노조가 자신들과 MBC 노동조합을 구분짓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MBC 노동조합 구성원 상당수는 2012년 본부노조의 170일 파업에 동참했던 이들"이라며 "이들이 본부노조원들의 '왕따'를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노조를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MBC노조는 "그동안 본부노조가 '승리할 수 있다. 임금은 다른 방식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조합원들을 속였고, 상급노조가 국가전복을 기도한 통합진보당과 업무협약을 맺은 사실에 대해서도 전혀 사과했다는 소식이 없다"며 제1 노조원들의 이탈이 '내부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MBC노조는 '사측이 임금협상 중, '협상 대리인'을 없애 교섭이 결렬됐다'는 본부노조 측 주장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MBC노조는 "많은 전임자들이 조합원 복지를 위해 무슨 활동을 하는지 MBC노조는 '경험이 없어' 알 수 없지만, 전임자 혹은 전직 간부 일부가 '노조사무실에 죽치고 앉아' 사내 권력투쟁에 골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진정 노조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하고, 그 바람을 사측과의 협상과정에서 처절하게 담아내는 것이 노조의 목적이고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 사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현업에서 취재든, 제작이든, 광고영업이든 회사 발전에 '티끌' 만큼이라도 기여하기 바란다. 그것이 170일 파업기간 지도부의 말만 믿고 각종 '생활고'를 겪은 순수한 조합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 세불리기 위해 '사측 인상안' 보다도 낮은 수준 요구


    MBC노조는 "본부노조가 사측과의 협상과정에서 '관행'을 이유로 지방계열사 노조와의 공통협상과 타임오프를 '떼쓰듯' 요구했다"고 밝히면서 본부노조가 정작 조합원들의 이익보다는 소위 '세불리기'에 혈안이 돼 있음을 지적했다.

    몸집으로 제1노조를 자랑하는 본부노조는 사측과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8.5%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했다가, 이후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안 보다도 낮은 3.9%로 '50% 이상' 임금인상률을 하향조정했다고 한다. 누가 어용노조인가?


    실제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사측에선 본부노조에 "직원 임금을 3.94% 인상하겠다"는 중재안을 내놨는데, 오히려 본부노조는 "3.9%만 인상할테니, 대신 전국 지방사 모두를 함께 인상해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방사 노조와의 연대를 위해 '노조원 복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본부노조가 사측 중재안보다도 낮은 인상안을 제시하는 어처구니 없는 저자세를 보인 것.

    이와 관련해 MBC는 이미 공식 입장을 통해 "독립된 법인(본사·지역사)이 각 사 경영상황에 맞게 각자 임금협상을 하자는 것이 어떻게 단일노조를 깨는 것이냐"며 "서로 다른 18개 회사들이 노조의 단결문제 때문에 여전히 묶여서 돌아가야 한다는 교섭형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18개 각 회사별 경영자가 있고, 각 회사별 경영성과도 달라 각 사별로 임금협상을 하자는 것이 왜 단일노조 파괴가 되는 것인지, 노조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비합리적 행태를 지속해야 하나요? 세상 다 변하는데 서로 다른 18개 회사들이 노조의 단결문제 때문에 여전히 묶여서 돌아가야 한다는 우리 교섭형태만 구태의연하지 않나요? 노조도 회사의 미래와 경영환경 변화를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회사의 합리적인 주장을 회사가 논리도 없이 억지주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왜곡해서는 안됩니다. 노조야말로 공통협상을 해야 하는 이유를 '단일노조의 역사성'이라느니 하는 정치적 이유 말고,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